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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 홍콩야경에 홀린 부나비가 되어

 

4) 홍콩야경에 홀린 부나비가 되어

 

 

아낸 피곤했던지 식사 후 샤월 하고 침대로 향했다. 야경산책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나더러 가고 싶으면 혼자 갔다 오란다. 매일 빡빡한 스케줄이라 오늘밤 아님 영 기횔 놓칠 것 같아 혼자 호텔을 나섰다. 9시가 돼가고 있었다.

 

그랜드하얏트호텔과 컨벤션센터를 통과하는 도로주변은 공사 중이다. 임시유도로를 따라 빅토리아만해안가 산책로에 들어 중앙부두(Central Ferry)를 향했다. 마천루 숲들이 제 각각 네온 빛을 명발하면서 뿌연 밤을 수놓는 장관은 아름다움 그 이상이다.

 

날고 긴다는 건축가들이 머릴 싸매고 세운 빌딩에 빛의 조련사들은 현란한 옷을 입혀 빛의 전시장-네온`페스티벌을 열고 있었다. 현란한 빛의 예술은 그냥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밝히는 차원이 아닌 미항(美港)홍콩의 밤얼굴에 걸맞게 빚은 거란 생각을 해보게 했다.

 

 

빅토리아만의 감청색 밤바다는 명멸하는 잔영을 품어 녹이느라 부르르 떨고 있다. 홍콩과 주룽반도 양안의 마천루들이 찰나적으로 갈아입는 빛의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보듬느라 빅토리아만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라도 하나 싶다.

 

그렇게 뒤척이며 몸부림치는 빅토리아만은 짓궂은 여객선들의 할큄까지를 고스란히 삭혀내느라 복부를 가른다. 그렇게 배를 가르지 않곤 여객선은 전복될 거고 아까운 생명들은 수장이 될 게 뻔하니까. 바다는 고되다. 인간의 모든 허물을, 쓰레길 안고 재생시키느라 쉴 틈이 없다. 특히 빅토리아만은 더 하다.

 

지구상의 페스티벌이 낭만적인 만큼 누군가는 그 뒤치다꺼리로 상처가 나고, 또 그걸 치유하느라 몸부림치며 평온을 초치한다. 빅토리아만은 150여 년 전 아편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면서부터 아픔의 역사를 켜켜이 만(灣) 깊숙이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홍콩에서 둘째로 높은 Two Two International Finance Center(90층)앞에서

포옹한 커플은 떨어지는 데 아마 10분쯤 걸렸을 테다.

저쪽의 부자는 오도가도 못한 대신 공짜로 눈요기 하고~?

 

개인의 아픔과 역사의 트라우마를 빅토리아만은 묵묵히 보듬고 있었다. 그래서 홍콩은 더욱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은 상처의 아픔을 수반한다. 아니 아픔의 자식이 아름다움일지 모르겠다. 아픔 없이 꽃은 피지 않는다. 중앙부두는 빅토리아만이 배를 가르며 실어 온 여객들로 떠들썩했다.

 

빅토리아만에 상채기를 낸 여객선도 닻을 내리고 부두에 몸뚱일 매달아 만의 평온을 거들고 있었다. 네온도 하나 둘 만속에 묻는다. 불빛 쫓아 부나비 된 나도 어둠의 자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자정을 넘으면 현란한 네온빛도 점점 사라지면서 어둠이 서서히 내려 밤은 침묵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안무가 솜이불처럼 질펀하게 깔리고 있다.

2019. 02. 05

 

밤거리의 뮤지선이 흥을 돋우고~

화려한 빅토리아하버엔 인파도 많은데 술자리는 없다. 술문화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할선진국이라. 자연 환경도 깨끗하고, 분위기도 좋을 수밖에~

항만청

여객터미널

그랜드 하얏트 홍콩호텔(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