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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3) 설날 빅토리아피크(Victoria Peak,太平山頂)에 오르다

 

3) 설날 빅토리아피크(Victoria Peak,太平山頂)에 오르다

 

빅토리아8부능선에서 조망한 마천루숲

 

내 평생 첨으로 외국에서 맞는 설날이어선지 설 같지가 않다. 아침식사를 하러 30층 라운지에 들어섰을 때 지배인과 종업원들이 해피 뉴이어인살 하자 설인가 싶을 만치 둔감해진 건 나이 탓도 있을 것이다. 첨으로 설빔도 차례 상도 차리지 않고 설맞는 아내와 둘째는 편해서 좋았다고 입방알 찧었다.

 

홍콩센트럴 금융가

 

거기에 식단도 훌륭한 뷔페가 아닌가! 출국할 땐 호텔방에서 물 한잔 떠놓고 묵념이라도 하자 했었는데 까먹었는지 묵살해버렸는지 누구도 얘길 안했다. 식사를 하면서 난 부모님혼백이 여길 왔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다. 물 한잔 올리지 안했어도 죄송한 맘 없었다. 시간은 내 육체를 갉아먹으면서 정신도 삭혀 내린다.

 

늙어진다는 건 영육세포가 하나씩 소멸해져 그 세포가 하나도 성한 게 없게 될 때가 죽음일 터이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건 죽어가는 세포가 늘어난다는 것일 테다. 예정대로 우린 식사후 빅토리아피크 트레킹에 나섰다. 빅토리아피크는 빅토리아만의 푸른 파도가 밀어올린 마천루 숲들이 꽃받침 하여 피운 초록우듬지다.

멀리 빅토리아피크 능선에도 아파트가~

 

둘째가 휴대폰길잡이로 센트럴빌딩숲을 헤치며 선도했다. 쇼핑가를 뒤지고 금융가를 가르며 감상하는 마천루꽃잎들은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고, 하늘에 닿을것 같은 그것들을 처다보느라 목 삐틀며 탄식한다. 사람들은 무모하리만치 땅에서 발돋음하려 든다. 그게 마치 성공의 길이기라도 한 것처럼. 허나 여기선 좁은 땅 탓일 게다.

 

비좁은 홍콩섬에 많은 사람들이 비벼대며 살 궁리를 하다보면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식상하지 않게 미감(美感)을 살렸을 테다. 더구나 혈맥 같은 도로는 한 치의 땅도 허비하지 않고 사통팔달을 잘도 뚫었단 걸 절감케 한다. 반시간쯤 빌딩숲트레킹을 즐기는데 갑자기 이곳저곳서 밀려드는 인파들! 피크트램(Peak Tram,山頂纜車)승강장 매표소는 인간띠를 몇 백m 쳤는지 어림잡을 수가 없었다. 

피크트램 갓길의 계단 등산로, 끝도 갓도 없다

 

저기 꽁지 탑승객들이 피크에 닿으려면 오후쯤 될랑가? 대부분 등산복차림이 아닌 걸로 봐 산행보단 설날 빅토리아피크에 올라 홍콩을 가슴팍에 안으며 새해의 소원을 기도하려는 품새 같았다. 우린 트램`레일을 따라 가파른 길을 오른다. 급살 맞게 가파른 언덕에도 공한지는 없다. 그렇다고 시시콜콜한 건물도 없다. 몇 십 층짜리 고층아파트가 오뉴월죽순처럼 하늘을 향하고 있다.

 

 

드론촬영을 한담 짙푸른 대나무 숲속의 죽순모양일 것 같다. 가파른 계단에서 한참 후에 차도에 올라 완만한 갓길을 걸으니까 숨차진 않은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게 뻔하다. 산허릴 빙빙 돌아야 할 테니~. 그래도 아내와 둘째가 차도갓길을 걷잔다. 우린 땀에 절은 자켓을 진즉 벗었지만 그래도 이마엔 땀이 송송돋았다.

 

날씨20도를 넘는데다 빡센 트레킹은 숨을 헐떡거릴 수밖에~. 트램 탈 인파에 비해 트레킹족은 가뭄에 콩나듯이다. 중국계부자(父子)와 서양여자가 동행하다말다를 반복했다. 난렵한 서양여자가 가파른 지름길을 택해 계단타고 사라졌을 때 뒤따르지 안했던 걸 내가 아쉬워했는데, 반시간쯤 후 땀으로 멱을 감으며 뒤쫓아 오는 게 아닌가? 

8부능선, 등산로는 대게 포장도로다

 

그녀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거였다. 아내는 나를 향해 '거 봐라'라고 눈총 한 방을 날린다. 죽순-아파트숲도 하나둘씩 발아래 깔린다. 마천루이파리 틈새로 푸르스름한 빅토리아만이 선보이고 그 뒤로 주룽반도의 마천루숲이 스카이라인을 만들었다. 가파르고 팍팍한 포장길을 땀 흘리며 보상받는 멋진 풍경이라.

 

우릴 퍼레이드 하는 기괴한 나무들이 춤추듯 다가서며 그 멋진 풍광들을 선뵈는데 짐짓 나는 그들이름을 몰라도 박수로 나무들의 환대에 답해주고 싶었다. '니가 있어 나를 안다'고-. 아열대상온(常溫)의 늘푸른나무들은 쭉쭉 뻗은 야자수보다 더 멋있다. 일조량이 많을 텐데 훼훼 휘어꼬긴 사계(四季)의 지역보다 더 꼬았으니 정녕 춤꾼들인가?

7부능선서 조망한 아파트숲

 

정오쯤 정상에 섰다. 근데 산정인지 야시장바닥인지 헷갈린다. 해발482m의 피크타워(The Peak Tower,山頂凌霄閣)는 반달모형의 건물로 맨 위의 스카이테라스는 미항(美港)홍콩을 완상할 수 있는 최적의 곳이라. 게다가 식당과 기념품점이 있어 늘 관광객들이 밀려든다. 얼른 레스토랑으로 돌진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잉께 한 사람이라도 앞서야 해서다.

 

트램 전동차, 대게 2량이다

 

우린 레스토랑에서 직화(直火)구이로 유명한 피자를 시켰다. 식당도 줄서긴 마찬가지였다. 옛 유럽풍의 멋진 외양의 레스토랑`피크룩아욷(Peak Look out,太平山餐廳)은 실내디자인도 빈티지스타일로 낭만적이다. 창가테이블이나 테라스에서의 식사는 미항홍콩의 파노라마를 덤으로 감상하는 호사에 푹 빠져들게 한다. 얼리버드나 나무늘보 차지가 되기 딱이리라.  

빅토리아피크에서 당겨본 홍콩, 뒤로 주룽반도의 마천루가 아물댄다

 

다만 아쉬운 건 훼방꾼안무의 심술인데 그마저 신비경에 취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의 심미안일 것이다. 우린 진종일 뜨고 싶질 않아 맥주와 와인을 시키며 시간을 붙들었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기아선상(?)의 울상들을 외면할 순 없었다. 긍께로 부자들이 이 높은 산중턱을 떠나지 않고 엉덩이 붙이고 있는 걸까? 아무렴 아내는 죽어서도 여기선 안 살겠다고 핏대를 세웠다.

빅토리아피크 전망대 & 꼭대기든지 중턱이든지 간에

엉덩이 붙일 땅만 있음 아파트가 들어섰다

 

피크트램은 100여 년 전에 만들었는데 전망 좋은 산 중턱에 영국인들이 별장처럼 집을 지어 살면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여 가파른 산 중턱까지 고층아파트가 죽순처럼 들어서 부유층동네로 회자 됐다. 옛날 피크트램은 좌석을 세 칸으로 구분 차별을 했을 만큼 여기 사는 영국인들은 콧대가 셌다.  

시목과 곰팡이와 버섯으로 무장한 원시림, 출임금지다

 

맨 앞 칸은 정부관리가, 가운데 칸은 군인과 경찰, 맨 뒤칸은 하인들의 자리였다. 아이러니하게 미항홍콩을 건설하는대는 천대받는 그 하인들의 피땀으로 만들었다는 걸 무시한다. 아무리 전망 좋다고 우리더러 살라고 하면 불편할 게 하 많아 살 수가 없을 것 같지만 지금도 여기 아파트는 엄청 비싸단다. 좋은 전망이 밥 먹여주나?

피크에서 조망한 빌딩 너머로 감청색 빅토리아만이 보인다 

 

자가용 한 대론 식구끼리 싸우다 말텐데 그 스트레스를 전망 좋은 방이 씻어줄까? 경사45도쯤의 가파른 산을 에누리 없이 해발482m를 오르는 빅토리아피크는 강원도의 1천몇백m높이의 등산과 맞먹을 테다. 하산트레킹은 훨씬 가벼웠다. 오르면서 숨 헐떡대느라 간과한 조망들을, 아니 기상천외한 나무들의 춤사위를 제대로 완상할 수 있어서다.

원시림들의 쇼쇼쇼는 팍팍한 오름길의 청량제다

 

주룽반도의 마천루가 안무 속에서 살짝살짝 선뵈고, 빅토리아만에 하얀꼬리를 남기는 배들의 쇼쇼쇼를 즐기는 이국의 설날은 정녕 아름답고 멋진 하루였다. 다시 오고 싶은 홍콩은 우리도, 관광객 모두의 소원일 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은 설날이어라! 아내의 희열송(喜悅頌)이였다.

2019. 02. 05

하산길 트램티켓을 살 인파들. 원시림의 쇼쇼쇼를 상상이나 할 텐가? 불쌍한 사람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는 파크타워

빅토리아피크 정상(우)

콩난옷에 야자수잎, 토란잎 같은 열대난초까지 악세사리로 장식한 거목 

원시숲 속을 걷는 청량감이란~! 포도가 옥에 티였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저 높은 곳에서 자가용 한 대론 어찌한다?

피크트램 간이 정차장 (서울의 마을버스 정류장이랄까?)

우리나라선 보호종인 콩난으로 옷을 걸친 거목 

저렇게 높은  곳에 살다본께 더 높이 살려고 우주정거장을 만드능가?

아파트 아닌 빌딩들은 천의 얼굴로 도시미를 창출한다

Bank of 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