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홍콩의 후원(後苑) - 사이쿵(Sai Kung)트레킹
사이쿵 부둣가
30층 라운지에서 아침을 들며 둘째가 오늘 홍콩의 뒤뜰로 각광을 받고 있는 사이쿵엘 가잔다. 우릴 초청한 M이 관광객한텐 다소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후원을 안내하기로 약속했다는 거다.
부둣가 선착장의 활어배와 관광객
M은 홍콩서 근무하는 둘째의 글로벌 비즈니스친군데 칼처럼 10시에 라운지에 나타났다. 우린 그를 따라 정문에 대기시킨 벤츠SUV에 탑승한다. 주룽반도의 동쪽 끝에 있는 사이쿵은 예로부터 홍콩의 후원이라 일컫는 천혜의 자연지역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의 하나다.
사이쿵의 고즈넉한 옛 골목
그것보다도 M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건 시이쿵[홍콩]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날것으로 보존하고 있는 어촌모습 이였다. 시간이 멈춰버린 고즈넉한 골목에 들어 선 갖가지의 가게와 싼 물가가 우릴 놀라게 한단다. 승용차는 구불구불 휘휘 굽은, 하지만 잘 다듬어진 도로를 달리다 터널에 들어선다.
영화시푸드 입구의 , 설맞이 금귤(Tangerine Plants),
뉘 손 탈까봐 쥔장이 '유농약'이라 쓴 부전지를 꽂으며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아마 빅토리아만을 관통하는 해저터널일 거란 생각을 해 봤다. 그렇게 40여분 달려 공용주차장에 섰다. 우리나라 읍 단위어촌일까? 활기가 넘쳤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윙우`시푸드(永和海鮮酒家. 전화;2791-0063)식당엘 들어섰다. 우린 아직 식욕이 없는데 다 정오도 안됐는데 M은 기어코 우릴 안내한다.
만원인 식당 안, 정오가 채 안 됐는데~?
근디 이건 장난이 아니다. 1~3층 전체가 식당인데 대만원 돛대기시장이라. 예약한 탓에 2층 커다란 원탁을 차지했다. 메뉴는 M이 둘째와 상의하여 주문했는데 소식 감감하다. 그새에 꼰대 한 분이 우리테이블에 앉더니 쫌 있다가 전대를 찬 아주머니가 꼰대에게 씨부렁인살 하며 의자에 앉았다.
사이쿵 골목상가
근디 또 쫌 있응게 역시 전대를 찬 꼰대가 아줌마와 꼰대 사이의자에 앉는 게 아닌가. 마치 뒷간에 갔다 온 일행처럼~. 덤덤한 눈길 한 번 주고 그 누구 우리더러 합석하잔 말은 커녕 일행처럼 자연스럽게 응덩일 들이밀어 앉았다. 아마 근방에서 장사를 하다 아점을 때우러 온 식객들인 것 같았다. 근디 또 젊은 커플이 내 옆 빈의자를 당겨 스스럼 없이 앉았다.
도자기, 250홍콩$이니까 한화37,000원쯤 된다
흡사 우리를 익히 알고지내는 사이처럼 넘 자연스럽게-. 아무려면 그래도 가벼운 눈인사정도는 할 만한데 말이다. 식탁을 9명을 꽉 채운, 늘 그랬던 것 처럼 둘러 앉았다. 지들끼리 수다를 떠는데 우린 잘 알아듣질 못해도 힐끗힐끗 나누는 눈짓과 미소로 이심전심 소통이 됐을까?
불교사원, 설 단장으로 마당의 제단청소가 한창이었다
젊은 커플은 앉자마자 스마트폰에 빠져들어 니네들끼리 씨오려라 식이다. 주위를 아랑곳 하지 않는 세계 젊은이들 공통모션이랄까? 그렇게 우린 금새 한식구가 된 셈이다. 아까 차 안에서 M이 '도착하면 식당부터 가야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었는데 실감났다. 딤섬을 비롯해 대여섯 종류의 메뉴와 와인을 주문하자 잽싸게 와인이 나왔다. 근데 그 뒤론 소식이 감감~?
사이쿵거리
이윽고 딤섬을 시작으로 그릇을 비우고 잊을 만함 하나씩 식탁에 음식이 놓여졌다. 난장판 같지만 음식 맛도 좋고 정갈하단 기분이 들었다. 근디 먹은 음식이 다시 나와 빠꾸시켰는데 반복이 계속됐다. 우리가 서빙한테 음식재촉을 한 게 이중주문이 됐던 모양이었을까? 서빙 두서너분이 왔다갔다 설레방귀를 뀌며 지네들끼리 떠들었다.
집집마다 입구에 설맞이 금귤화분으로 축복을~!
글자 합석한 토박이 세 분이 서빙한테 우리의 고충을 통역(?)하느라 야단법석이라. 우린 그분들에게 미소로 응원하는 모양새가 어쩌다가 주역이 뒤바뀐 코미디를 연출함인가? 싶었고-. 타지손님한테의 친절이 몸에 밴 따스한 어촌사람들의 순박한 인정이 훈풍처럼 낯설음을 녹여내는 거였다.
사이쿵부두
암튼 여섯 가지 메뉴에 와인과 맥주까지 즐기는 동안 그들은 하나씩 자릴 뜨고 믿기지 않을 싼값-10만4천원을 지불했으니 사이쿵입문부터 흥겨웠다.
윙우`시푸드(永和海鮮酒家)는 삼백육십오일 내내 만원사례일 수밖에 없지 싶었다. 식당주인은 입구를 장식한 귤나무에 빨간색 복(福)주머니를 달면서 ‘유농약(有農藥)’이란 부전지도 달고 있었다. 설날 다복을 기원하는 귤나무에 누군가 손 탈까봐 부적을 달고 있었다.
너덜너덜 흰 껍질을 달고도 멋들어져
홍콩 어디서나 내 앞에서 추태를 부리는데 아직 이름도 모른다.
내가 빙그레 웃으며 디카에 담자 주인도 환하게 웃는다. 하도 귤이 많이 달려 부러 귤을 붙여놓았나 싶었는데 웬걸 자연 상태였다. 그런 귤나무는 가게마다 문 앞을 장식하는 설맞이 진풍경으로 집집마다였다. 그런 장식엔 행운의 상징색인 빨강과 부귀의 황금색으로 치장을 했다. 홍콩이 마천루 숲으로 변해도 사이쿵의 시간은 몇십년 전에 머물고 있다고 할까?
좁다란 구시가골목은 2`3층짜리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빨래를 신호인냥 내 말리고 있다. 먹거리골목은 두 사람이 겨우 비켜갈 만한데, 좁은 식당엔 들어설 수가 없어 담벼락에 매미처럼 붙어 줄서야 한다. 저렴한데다 맛깔 좋기에 불편을 감수하는 게다. 입소문은 무섭단 게 세계공통이라.
해촌고샅길엔 꽃다발들이 퍼레이들 펼친다
해촌(어촌)어구엔 어선들이 바다를 빼곡하게 메꿨는데 이 많은 배들은 다 뭘 하는 걸까? 경운기가 포도시 들락거릴 골목길은 해안을 따라 낡은 집들을 낚싯밥 엮듯 꿰매고 있는데, 화려한꽃송이들을 치렁치렁 매달아 과연 어촌일까 싶었다. 어촌 특유의 바다비린내도 없고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빨래도 꽃다발인냥?
M의 말로는 설맞이 하느라 청소를 한 땜 일거란다. 그래보니 마당한구석의 분향제단도 말끔히 청소, 설맞이 준비에 정성을 쏟는 게 역력했다. 가파르고 울창한 산 가장자리에 바다를 마당삼아 터 잡은 어촌은, 몇 해 전까지 만해도 구렁이가 개를 칭칭감아 잡아먹기도 했단다.
누구의 보트들일까?
그보다 주민들을 기겁시킨 건 코브라의 잦은 출몰이었다고 M이 사이쿵의 원시성을 들려줬다. 한 시간여를 걸었을까? 우린 선후청에서 발길을 돌려 사이쿵`호이퐁광장(Sai-kung Hoi-pong Sqaure)을 향했다. 바다를 메꾼 건 어선뿐이 아닌 보트가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날것의 사이쿵을 즐기고 있다는 증좌이리라.
멋들어진 해안 가로수와 벤치에 낭만이 묻어난다
해안부둣가에 멋스럽게 줄선 가로수는 산호수일까? 고즈넉한 어촌 한 쪽에 휴양도시처럼 관광객이 넘쳐흐르고, 말끔하게 단장한 로컬푸드점은 쭉 늘어섰는데도 식도락 객들로 문전성시다. 바로 앞 부두에선 활어직거래의 진풍경이 볼만하다. 생선을 사서 로컬푸드점에 가면 요리를 해 줘서일까?
부두 아래 어선간판엔 갓 잡은 생선이 가득하고 부두에선 그걸 흥정하는 관광객들과 쇼핑객, 휴대폰에 담는 찍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렇더라도 바로 앞의 유명한 활어식당[全記海鮮]들의 식대는 여간 비싼데도 흥청망청, 기업화 됐나 싶게 부두일대를 점령하고 있다. 규모가 엄청 크다.
식당도 금귤과 국화분 등 화려한 설맞이를 한다
3층짜리‘천키 시푸드 삭당(Chuen Kee Seafood Restaurant;西貢全記)은 사이쿵의 대표적인 식당이란다. 식탁에 앉으면 정박한 배들이 바다를 수놓은 풍경을 바라보며 식도락에 빠져들 수 있다. 커다란 수족관에서 활어를 직접 고르는데 식사료는 사람 수와 조리법에 따라 요금차이가 있다.
오후 세시를 넘긴 우린 시장기 돋아 붉은 돔 한 마리를 선택하여 셰프에게 맡기고 딤섬과 와인을 주문했다. 아까 윙우`시푸드에서도 인지한 바지만 여기사람들이 술 먹는 걸 못 봤다. 음식에 비해 술값이 꽤 비싸단다. 더구나 와인잔을 부딪치는 우릴 별종으로 취급했지 싶었다. 사실 와인은 수입품인데다 관세가 없어 우리나라로 치면 엄청 싸다. 값싸도 잘 안 마시는 술문화는 우리가 배워야하지 싶었다.
어느 집이나 입구에 설맞이 금귤과 국화로 복을 축원한다
지나친 음주 땜에 야기되는 불상사는 사회적 암이다. 그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묘책으로 그들은 절주를 생활화하는 걸까? 싱가폴은 술값이 엄청 비싸서라지만 여긴 그것도 아닌데? 천키 시푸드에선 세트로 주문하면 다양한 음식맛을 보면서 다소 싼 편이란다. 하지만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훨씬 값싸게 먹을 식당이 즐비하다. 아니 골목길의 모든 물건 값은 상상을 절할 만큼 싸다.
저렴한 골목 식당가
홍콩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지만 관세를 붙이지 않아 싼 편이다. 특히 사치품 내지 고가품의 관세가 붙는 우리나라완 차이가 크다. 그래서 쇼핑을 하려면 홍콩엘 가라고 할만하다. 사이쿵에서 한나절을 보내면서 아내와 속닥거린 말은 ‘여기서 살고 싶다’였다.
부둣가에 장사진 친 활어상들
상온의 기후에 깨끗하고, 바다를 끼고 있어 시원하며 활어와 생필품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어서지만 얼른 지나쳤어도 여기주민들이 순박친절했다. 다만 잦은 태풍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그니까 우리 같은 늙다리꼰대나 홀몸들이 살만한 유토피아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이 있고 애들이 있다면 불편할 게 뻔하고~!
어쨌거나 저만치 무인도엔 한국인전용골프장을 개장하여 재미를 보고 있단다. 우리네 졸부들의 동남아골프투어는 인구에 회자된지 오래지만 한국인 전용이라니?
바다낚시족, 골프족, 트레킹족, 해양보트족들이 붐비는 사이쿵은 홍콩의 뒤뜰로 낭만이 물씬 풍기는 낯선 곳으로 세계의 유명처가 됐다. 그 유명세 탓에 사이쿵은 사양길로 들지 않길 바랜다.
어촌에 국제학교가 문을 열었다
260여개의 섬들로 이뤄진 홍콩은 중국홍콩세계지질공원 등 자연이 잘 보존돼 있는 곳이 많은데 사이쿵이 그렇다.
홍콩의 18개구 중 2번째로 크고 인구406,442명(2006년)은 칭쥔아오`신마을(將軍澳新市鎮)중심으로 면적은 136.39km²이란다. 홍콩의 평균연령이 2번째로 젊은 사이쿵은 신선한 해산물식당으로 유명세를 타 관광객이 넘처흐른다.
의료병원
하여 사이쿵의 원시적인 날것들의 자연이 언제까지 보존될까 자못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로컬푸드에 앉아 식살 하며 인종전시장처럼 활기찬 갖가지 모습에 눈도 즐거웠다. 원시의 때가 묻어있는 사이쿵을 울 식구들한테 선물한 M이 무지 고마웠다. 생뚱맞은 사이쿵이 우릴 반하게 할 줄이야~!
2019. 02. 03
중앙의 무인도가 한국인전용골프장이라나?
왕석류 5개가 14,000원쯤
갑오징어 한 접시2.100원. 새우는 7,000원
설빔용 쌀로 빚은 떡피자가 큰 게 4,700원. 맞이 일품이다
우리로 치면 향교랄까?
보물찾기하듯 해야 보이는 교회 십자가. 홍콩은 교역자도 일반인과 같은 세금을 낸다
만인이 평등하단 기독교사상은 우리나라 교역자들만 특권을 누리며 세습까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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