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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1) 구름바다에서 홍콩으로~

1) 구름바다에서 홍콩으로~

 

 

하얏트호텔서 조망한 홍콩의 밤

빅토리아만의 정크여객선

 

오후145분 인천공항을 이륙한 칼(KAL)은 곧장 구름 속으로 솟았다. 망망대해 아닌 질펀한 운해를 헤엄치는 칼은 숨고르길 하는지 이따금 가볍게 몸부림친다. 비행할 때마다 그랬듯이 난 신문을 펼쳐들었지만 읽을 수가 없다.

운해의 파도

 

좌측 눈 백내장수술에 이어 우측 수술도 했어야 하는데 여행계획탓에 설 이후로 미뤄 시력불균형으로 가까이의 잔글씨를 읽을 수 없단 걸 깜박했다. 신문을 대충 훑고 세 시간여 비행을 티브이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영활 보는 것도 집중할 수 없어 낭패다.

구룡반도를 벗어났을까?

 

그렇다고 창을 열수 없으니 더더욱 심난하다. 애주가가 아니라도 와인 한 잔 마실 수 있담 아내와 와인 잔 부딪치며 담소할 수 있을 텐데 눈 시술중이다. 어찌어찌 눈 감고 있다 억지 잠에서 깨었을까? 성충 속 회색우주가 구름바다를 이뤄 흡사 솜털구름을 깔아놓은 듯한 장관이 창틈새로 엿보였다.

홍콩-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대교?

 

글다가 창막을 거두자 하늘은 솜털뭉치를 밀쳐내고 홍콩의 수많은 섬들을 장막 안으로 초치하는 우주 쇼를 펼친다. 구름아래 시푸른 바다의 흰 띠가 다리로 둔갑하고, 그게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세계에서 젤 긴 강주아오다리란 걸 알아채는 덴 몇 분도 안 걸렸다.

공항서 시내를 향하는 도로에서 본 홍콩항만터미널

 

죽순처럼 솟은 고층건물들이 달려든다. 나는 구름바다에서 탈출하여 홍콩하늘로, 곧장 육지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오후5시경이었다. 입국게이트엔 M이 보낸 기사님이 나와 있었다. 그의 안내로 공항을 빠져나가는 벤츠suv는 막힘이 없었다. 길가엔 이름모를 꽃들이 하늘거린다. 동토(서울)가 아니란 게 잠시 헷갈렸다.

마치 싱가폴`마리나베이에 온듯~?

 

반시간여 말쑥한 시가지를 파고들더니 마천루숲 속 그랜드하얏트홍콩호텔정문에 우리를 내려줬다. 이미 예약한 1920객실은 멋진 홍콩의 마천루 숲을 유리창에 붙박여 파노라마시키고 있었다. 호텔 앞 컨벤션센터를 휘감는 홍콩만은 갖가지 배들이 먹일 찾아 우왕좌왕하며 하얀 꼬리항적을 남기고 있다.

 

하얏트호텔19층숙소에서 조망한 주룽반도의 마천루, 

홍콩서 젤 높은 118층ICC빌딩(좌측)과 우측 앞의 지붕잘린 건물은 컨벤션센터

 

 바다만 아니라면 서울도심에 있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시간의 함축이었다고 할까? 서울과 홍콩은 세 시간이란 시공을 뛰어넘기만 하면 한속처럼-. 주룽반도 끝의 마르코폴로홍콩과 홍콩섬의 초고층빌딩들이 홍콩만의 관문처럼 우뚝 서 있는 장쾌한 모습이 몇 시간 전의 서울이 아니란 걸 실감케 하는 거였다.

홍콩의 마천루

 

이 멋진 항구도시가 최첨단의 도시국가가 되는 덴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탓이다. 주룽반도 끝의 홍콩은 150년 전 아편전쟁을 일으킨 영국이 점령하여 동북아침략의 거점도시로 발전시킨 것이다. 당시 영국은 '황금알 을 낳는 중국'으로 여겼던 청나라와의 무역이 눈덩이적자가 되자 이를 만회하려 시장개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해 전쟁을 도발하여 챙긴 섬이였다.

19층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정원

 

해서 홍콩은 20세기까지 영국의 상징처럼 눈부시게 발전 했던 섬인 탓에 중국계지만 홍콩인들의 자존감은 대단하다, 오후6시 호텔30층 라운지에서 뷔페만찬에 들었다. 우리를 특히 아내가 쾌재를 부른 건 싱싱한 과일 중에 블루베리와 딸기를 배 터져라 먹을 수가 있다는 거였다.

우측에 홍콩서 젤 높은 주룽반도의 Iternational Commerce Center, 118층과

좌측 홍콩의 IFC, 73층이

석양빛을 반사하며 빅토리아만 수문장 같이 하늘을 떠 받치고 있다

 

국내에선 하도 비싸 눈요기로만 끝내기 일쑤였던 블루베리를, 그것도 차가워 더 풋풋한 걸 사발에 듬뿍담아 숟갈로 퍼서 입안 가득히 넣고 씹는 식감이란! 그 시큼달콤한 풍부한 즙을 입안 가득히 오물거리며 씹는 맛깔은 굳이 영양을 따질 것 없이 눈 지그시 감기는 행복일 테다. 아낸 그걸 어렸을 적에 야산에 따먹은 정금이란다. 사실 정금을 개량했을 터다.

30층 라운지의 레스토랑

 

빌딩숲이 명멸시키는 네온 빛에 뉘 눈치 볼 거 없이 맘까지 취하는 황홀함이란! 명절엔 해외나들일 가는 한량객들을 부러움 반 질시 반으로 관망했었는데 우리가 설을 낯선 따에서 맞게 됐다. 며칠 전에 지인은 내게 제사는 어떻하냐? 고 물었다. 암데서 모시면 안되느냐, 귀신이 못 찾아오는데도 있느나? 고 반문했었다. 선고(先考)님도 그래서 홍콩나들일 할 테고~.

2019. 02. 01

세계에서 젤 긴 강주아오대교?

홍콩상공에서 조망한 홍콩만의 배

홍콩공항

 

그랜드 하얏트 홍콩(좌측)

하얏트1층로비

 

 

 

호텔야외정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