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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6) 홍콩의 설맞이 풍정

6) 홍콩의 설맞이 풍정

 

 

홍콩의 화려함은 천 개의 얼굴을 뽐내는 마천루 숲이 감청색빅토리아만을 휘도는 공간의 미학과, 그 기하학적인 건축물들 사이를 장식하는 푸른 푸나무들의 앙상블일 것이다. 낮엔 화사한 꽃으로 거리와 실내를, 밤엔 네온불빛으로 환상적이게 한다. 게다가 설날을 맞는 홍콩인들의 정성은 상상이상일 것 같다.

 

설맞이 단장한 여객선 이름이 '장보고'라

 

축제기간이 길어선지 잎 달린 귤나무화분(금귤;Tangerine Plants)과 각종 꽃으로 화사함의 극치를 연출한다. 건물입구나 빌딩로비의 금귤, 수선화, 국화, 복숭아꽃분을 즐비하게 늘어놓은 걸 나는 단순히 관상용으로만 여겼었다. 근디 금귤은 결혼생활의 영원한 축복을, 수선화는 성공을, 분홍색 복숭아꽃(Peach Blossom)은 열렬한 로맨스를 축원하는 의미란다.

 

IFC몰의 설단장

 

일회용성 꽃다발이나 쬐그만 화분이 아니다. 금귤을 사기 위해 꽃시장은 붐비고 그렇게 준비한 꽃단장으로 새해를 맞아 축복의 해를 시작한다. 자못 낭만적이다. 그런 화려한 축제퍼레이드는 관광의중심지인 홍콩문화센터에서 시작하여 차 없는 거리 침사추이로 행렬이 이어져 빅토리아 항구를 지나 페닌슐라호텔 앞을 통과한다.

 

IFC주변의 밤풍정을 찾은 부나비들

 

퍼레이드는 빅토리아만을 건너 주룽 샹그릴라호텔을 돌아 다시 홍콩의 뉴월드센터에서 마무리 되는데, 이때 새해인사 '쿵 헤이 팟 초이(복 많이 받으세요)'를 서로 주고받는다. 빅토리아하버를 화려하게 수놓을 불꽃놀이, 외국팀의 거리공연까지 합세한 퍼레이드는 밤을 샌다니 그 화려함과 낭만을 상상할만하다.

 

설 다음날정오, 우린 그랜드하얏트1층 로비계단에 자릴 잡고 호텔에서 베푸는 설맞이 용춤공연을 봤다. 호텔에서 초청한 공연은 임원진의 축원과 흥겨운 용춤포퍼먼스로 한 시간쯤 지속됐다. 공연이 끝난 후 호텔측은 붉은 바탕에 금색으로 자를 쓴 부적을 주면서 집안에 붙여놓으면 만사형통할 거라 했다

센트럴지역의 야경

 

글로벌기업이 토속문화에 앞장선다는 사실이 푸근하게 했다. 그보단 나흘 전부터 귤 두 개가 달린 귤나무와 금화(초콜릿)열개를 매일 룸서비스하며 설맞이 축원을 하고 있었다. 꼬맹이도 없는데 뚱딴지같은 (장난감)금화를 뭣 땜에 주는지 궁금했다. 더는 그게 초콜릿이라고는 상상도 안했었고. 글고 어제 설날부턴 레스토랑에서 투숙객 몇 분이 색색이 봉투를 서빙에게 주는 사연도 눈치 채지 못했다. 봉투는 세배 돈이었다.

 

기해년이라 돼지케익은 글다치고 고양인 왜?

 

기혼자는 필히 세뱃돈을 챙겨 미혼자와 애들에게 준단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미혼자는 세뱃돈 받아 결혼하라는 의미에서란다. 글고 어른들은 친족이 아니라도 사업장의 일선 노동자들에게 세뱃돈봉투를 주는 게 당연한 미풍양속이란다. 그런 얘길 들으며 문득 생각 난 건 내 어릴 때의 고향의 설 풍습이었다.

 

용춤 거리공연

 

어른들을 찾아 세배 올리는 나는 세뱃돈에 관심이 컸었다. 당시엔 돈이 엄청 귀한 시절이었고 그 세뱃돈은 며칠 안가서 부모님수중에 들어갔지만 말이다. 사실 내가 용돈을 받아 손수 쓰기시작한 건 중학교에 유학하면서였다. 홍콩에선 가정이나 사업장이나 설엔 민속공연단을 초청하여 용춤으로 복()들이와 액땜하는 축복행사를 한다.

호텔로비를 장식한 금귤화분

 

주인장의 인사말과 축원에 이은 전통악기공연에 따르는 용춤이 행사장 구석구석을 돌아 행운을 기원하는데 하얏트호텔도 각 사업장을 방문하며 축복을 기원했다. 아까 정오 때 호텔1층 그랜드카페(GRAND CAFE)에서 점심으로 랍스터(바다가재)을 먹으며 M이 들려주는 홍콩의 설 축제얘기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로비에서 공연했던 용춤행차가 카페에도 나타나 식당 안이 떠들썩하게 축제장이 됐다.

 

호텔카페에서 점심 중에 맞이한 용춤공연

 

용춤행렬은 객석사이를 돌아다니며 손님들과 어울려 축원하는 거였다. 그런 축제퍼포먼스는 내 고향에서도 정월대보름 때 동네어른들이 농악놀이 춤판을 벌렸었다굵은 새끼동아줄을 꼬아 줄다리기를 하곤 동아줄을 동구(洞口) 당산나무에칭칭 감으며 당산제를 올렸다.

 

흥분이 고조된 농악은 마을 고샅으로 진입 집집마다 들어가서 한바탕 놀며 축복과 액땜을 하던, 정말로 신명난 마을축제였다. 그 농악놀이는 부잣집에서 팥죽이나 닭죽을 쒀서 온 마을사람들에게 공양하면서 새벽녘에야 끝났었다. 나는 나의 종형의 장구치는 멋에 홀딱 반해 커서 꼭 장구쟁이가 되고팠지만 여태 장구채를 손에 잡아 본적이 없다.

 

그랜드하얏트호텔로비에서의 설맞이 공연, 용춤퍼포먼스를 즐기는 호텔투숙객들

 

우리나라축제엔 술이 빠질 수가 없다. 술판 없는 축제가 존재할까? 근디 홍콩에서 설 전후의 거리풍경에서 술판을 본적도, 취객도 보질 못했다. 까닭이 궁금했다. 관세가 없고 중국산술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잖은가? 설에 공원이나 고가도로, 쉼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술 마시는걸 못 봐 신기했다.

 

짠한 기분이 든 가사노동자들의 설,

 

노동자들의 호주머니사정이 허락되지 안 해설까? 꼭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호텔레스토랑에서도 와인(공짜) 몇 잔을 즐기는 손님(중산층 이상은 될 테다)을 봤을 뿐이다. 울 식구만 빼고 말이다. 중국인들의 식사자리에서 술문화엔 술주전자나 찻주전자의 주둥이를 절대로 친구를 향하면 안되는 금기가 있단다. 친구가 구설수에 빠져 곤욕을 치룬다는 미신 땜이라.

하얏트호텔에서 객실 손님께 준 '福'자 부적과 초콜릿금화

 

딴 건 몰라도 음주문화만큼은 우리가 배워야 함이다. 생선도 뒤집어 먹으면 잘 나가던 인생애 뒤집힐 수 있다고 반쪽은 담끼에 먹는다. 그래서 술 먹기를 꺼리는 건 아닐테지만-. 그럼 그들은 술 대신 영화관을 찾을까? 홍콩은 동양의 헐리우드 아니던가. 한때 홍콩영화가 우리나라극장가를 휩쓸기도 했었다. 그때의 홍콩스타는 한류스타보다 더 인구에 회자된 월드스타였다.

세뱃돈 타설까? 스마트폰 가게도 명절이다

 

우린 시간 없어 영화관을 찾지 못했다. 매주 화요일에는 많은 영화관들이 약 35%~50%의 할인행사를 한단다. 기본요금이 서울과 엇비슷하나 싶다. 극장UA13, Broadway12곳에 영화관체인으로 홍콩영화관을 양분한다고 했다. 꼭 가보고 싶었는데~?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데 시간도 나이도 까먹기만 한다. 어느 젊은이가 말했다.

애 하나에 투자할 걸 내 인생에 쓸거라.’. 그래서 행복할 수 있을까?             2019. 02. 06

설맞이 수선화장식

 

IFC 앞의 커플

호텔카페직원에게 꽃 이름을 묻자 '사계절 피는 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