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그 여적

좋다고 보듬다 동티난 서양등골나물 & 비둘기

좋다고 보듬다 동티난 서양등골나물 & 비둘기

 

서양등골나물

 

몽골초원에 살던 비둘기와 참새가 어느 날 여행을 떠났다. 들과 산을 넘어 도시가 나타나자 언덕위의 집 빨랫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창 틈새로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비둘기가 말한다.

이 여인을 돌봐야겠는 걸글자 참새가 핀잔한다.

그럴 틈이 어딨냐? 얼른 도시사람들 사는 걸 봐야지

그래 비둘기는 병든 여인 곁에 남았고 참새는 도심으로 날아가 주택처마에 둥지를 틀고 도시사람들 얘기를 들었다.

 

 

글고 한 달 후 비둘기와 참새는 초원으로 다시 돌아와 체험담을 쏟아놓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둘기는 병든 여인의 아픈 신음소릴 흉내 내느라 구구--하고, 참새는 온 종일 떠드는 도시사람들의 지껄이는 수다에 세뇌돼 재잘재잘 우는 땜이었다. 하여 지금도 비둘기와 참새는 가까이 공존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메일 아파트를 나서 안산자락길을 두어 시간 산책하는 울 내왼 놈들을 만난다.

 

4~5월에 꽃 피는 황매화가 12월엔 황단풍꽃을 피웠다

 

비둘기는 짝 아님 무리를 지어 숲길에서 모이를 줘 먹으면서 사람들을 피하지 않지만 참새들은 인기척만 나도 무리지어 숲속으로 달아난다. 나는 비둘기를 좋아한다. 해서 모이(먹다 남은 빵부스러기 등)될 만한 게 있음 싸가지고 와서 벤치에 앉아 던져주며 연민을 쏟지만 놈들은 그 순간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번은 내 또래의 산책객으로부터 힐책을 들어야했다.

 

 

비둘기가 유해조류여서 퇴치하느라 골몰하는데 먹이를 가져와 주면 되겠느냐?’는 거였다. 그분이 말한 유해조류가 아니더라도 야생동물한테 사람이 먹는 음식물을 주는 건 잘못이란 걸 알고 있는 터라 부끄럽기 짝 없었다.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사랑받던 비둘기가 천덕꾸러기 혐오의 유해조류로 낙인찍힌 건 외모와는 다르게 더러워서다. 도시의 비둘기는 쓰레기봉투를 헤쳐 환경을 더럽히고, 도심지엔 물과 모래가 없어 목욕을 못해 깃털에 벼룩이나 세균이 많다.

 

 

날아다니면서 사람에게 피부염이나 알레르길 유발할 세균을 떨어뜨리고, 창가에서 병자의 신음소리 같은 그르렁대며 우는 소리까지 혐오스러워 환경부는 2009년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퇴치하고 있다. 한때 평화를 상징하는 익조라고 수입하여 키웠던 서울시청은 퇴치에 골몰하고 있지만 5만마리쯤 되는 비둘기가 먹이가 풍부한 서울선 1년에 5~6회까지 번식한단다.

 

 

그 비둘기는 지구상의 1400종의 조류 중에 도시에 가장 잘 적응한 염치(?)와 불결함 탓에 유해조류로 낙인 찍혔는데 내가 모일 주고 있으니 지탄받아 싼 행위를 한 거다. 비둘기처럼 서울시에서 퇴치에 혈안인 꽃도 있다. 서양등골나물(Eupatorium rugosum)이다. 자잘한 흰 꽃잎들이 뭉쳐 떼거지로 피어있는 산야는 눈부실 만큼 하얀꽃바다를 이룬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산방꽃차례를 이뤄 피는 하얀 꽃밭은 귀엽고 예쁘다는 찬탄을 받으며 꽃병에 안개꽃처럼 꽂아 놓기도 한다.

 

 

서울시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가로변에 예쁜 꽃을 심어 도시미관을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서양등골나물을 무더기로 심었다. 아시안게임개막 100일 전 김포공항에서 화곡동까지 길가에 하얀 메밀꽃을 피우게 한다고 메밀20가마니를 뿌리기도 했으니 번식과 성장률이 좋은 서양등골나물은 천혜의 꽃인 셈이었다. 음지나 나무 밑 그늘에서도 잘 살고 한 개체에서 많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퍼지는데다 발아력도 강해 산야에 급속도로 퍼졌다.

 

 

더구나 여러해살이풀이라 뿌리를 내리면 계속 퍼질 수밖에 없어 서울 시내남산`인왕산·안산·우면산 등 근교산과 동강 유역, 강원도지역까지 무섭게 확산됐단다. 그런 강한 생명력과 번식성은 강력한 페놀을 내뿜어 토종식물자릴 빼앗아 고사시킨다. 북미가 원산지인 서양등골나물은 우유병(milk sickness)원죄의 식물이기도 하다. 19세기북미에서는 우유를 먹으면 토하고, 손발을 떨며, 침을 흘리다 사망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링컨 대통령의 어머니인 낸시링컨의 사인도 우유병이었다.

 

겨울휴면기에 든 서양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을 먹은 소나 말, 염소의 우유에 들어간 독성물질이 치사원인으로 밝혀졌다. 사람이 스스로 자초한 불행이 비단 비둘기와 서양등골나물뿐인가? 서양금혼초,가시박,도깨비가지,돼지풀,베스,황소개구리 등 인체에 유해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종은 차고 넘친다. 별 생각 없이 들여와 그걸 없애느라 국고손실이 얼마며 생태복원에 얼마나한 정성과 시간이 필요함인가.

 

 

지난10, 서양등골나물 퇴치를 위해 인부들이 며칠간 서울근교산야를 누볐었다. 꽃씨가 영글기 전에 뿌리 채 뽑아내야 번식을 막을 수가 있어서다. 근데도 겨울이 한창인 12월 안산자락길 후미진 곳엔 아직도 서양등골나물은 꽃을 피우고 있다. 이쁜 게 치명적이기도 한다드니 지독한 생명력까지다.

2018. 12.

겨울의 서양등골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