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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다대포 몰운대의 비경 & 비사

다대포 몰운대의 비경 & 비사

 

 

몰운대 낙조대

 

 

내가 다대포해수욕장을 찾은 건 몰운대(沒雲臺)의 비경 속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 탓이다. 일출과 낙조로 유명한 다대포해수욕장엔 몰운대가 붙어있고, 몰운대끝머리의 화손대와 모자섬 사이엔 화준구미(花樽龜尾)라는 해협이 있다. 만화방창하는 5월에 거기서 어느 이름 없는 장군이 불꽃처럼 산화한 애국의 넋이 흐르고 있어서다.

 

 

모자섬

 

 

계절의 여왕5월의 산하는 눈부시다. 처음 밟는 다대포해수욕장의 풍경은 5월의 눈부신 자연의 전시장 같았다. 연둣빛공원에 갖가지 꽃이 피고, 파릇파릇한 생태숲길과 끝없는 소나무방풍지대는 하얀 모래사장을 선물하려는 맛 뵈기일 뿐이었다.

 

다대해수욕장

 

헤아릴 수 없이 드넓은 백사장은 5월의 햇살에 몸 뒤척이다 물거품을 바다에 토해낸다. 파도는 물거품을 안고 창해로 달려가 푸른 하늘로 사라진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 ~! 이 아름다운 순환의 고리 한 가운데 내가 서다니~!

 

 

 

모래사장이 어디까지고 어디서부터 바다인지 가늠이 안 되는 완만한 해수욕장은 사람들도 하나의 점이 된다. 송림사이를 헤집고 해넘이 전망대를 향했다. 몰운대팔봉산 해안 따라 난 데크길에서 조망하는 백사장과 창해는 구분이 안 된다.

 

다대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조개잡이라?

 

해운대해수욕장은 감히 넘볼 수가 없는 그 뭔가가 있다. 근데도 피서인파가 뜸한 건 한갓진 부산시내 최 끝단이어서 이리라. 우뚝 솟은 선바위 낙조전망대 부근에서 조개와 맛 캐는 아낙네가 살가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잔잔한 해면에 내려앉은 햇살은 파도타기를 하며 사구를 향하는데 다분히 시적이라.

 

낙조대 가는 데크길

 

 

전망대에 앉아 우리내왼 그렇게 시인이 되고 그림이 된다. 하물며 낙조의 황홀경은 상상의 날갯짓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언제 황혼녘에 다시 찾으리라. 낙조대를 향하는 데크길 중간에 긴가민가한 숲길이 있는데, 워낙 된비알인데다 팔봉산을 오르는 길인지 가늠이 안됐다.

 

몰운도해안서 뭘 줍는걸까?

 

해도 앞장 서는 내게 아낸 뭉그적대다 뒤따랐다. 빼곡한 숲에 가파른 숲길을 헤치길 십 분쯤 능선에 오르고, 거기에 등산로가 있어 안심한다. 궁시렁대던 아낸 원시림 같은 등산길을 걸으며 감탄했다. 소나무와 후박나무를 비롯한 사철나무가 울울창창 하늘을 가린 숲길은 태곳적이다.

 

인적 뜸한 태곳적 숲길

 

 

인적도 없는 길은 한참 만에 몰운대 갈맷길과 접선했다. 구릉에 꽤 넓은 쉼터가 있다. 송림속의 다대포객사[懷遠館]가 쓸쓸하다. 한땐 다대포첨사가 막료들과 난국대처방안을 찾느라 애간장 태운 곳이리라. 텅빈 대청마루에 노란꽃가루만 쌓여 넘 고적하다.

 

다대포객사[懷遠館]

 

 

 

여긴 애초엔 몰운도라는 섬이었다. 낙동강에서 떠내려 온 흙과 모래가 퇴적되어 다대포와 연결되면서 전형적인 육계도가 된 것이다. 안개와 구름() 끼는 날에는 안무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하여 몰()운대라 하였다.

몰운도해안 자갈밭

 

 

몰운대남단 해안벼랑은 파도의 침식으로 해식애가 발달되어 장관을 이루었는데, 육지와 연결된 넓은 모래사장을 매립하려는 미친 짓에 ~웅 떠있던 개발지상주의자도 있었다. 몰운대전망대를 향한다. 부산항 최 끝단일 전망대는 해안경비대의 아지트였을 흔적이 휑하니 을씨년스럽다.

 

 

몰운도전망대의 망루(초소)

 

천길 단애 위에 망루와 벙커가 있어 망망대해를 감시하기 딱이다. 지금은 철조망이 헐리고 초병을 대신한 바람소리가 망루의 주인노릇 하나싶었다. 녹슨 철조망마져 뜯겨진 벼랑아래선 파도에 맞서는 낚시꾼의 고독이 간당간당한만큼의 시간싸움일련가?

 

몰운도전망대 벙커

 

빨간 등대 뒤로 쥐 같잖은 쥐섬이, 좌우로 동호도와 동섬이 그림처럼 쪽빛바다에 떠 있다. 글고 멀리 가덕도가 보이는데 대마도는 안무 탓인지 오리무중이다. 해안자갈마당에 조개 줍는 한량들이 멋지고 부러워 벼랑길을 내려서려하자 아내가 내 팔을 붙잡는다. 맨손으로 뭔 욕심이냐? 는 거였다.

 

 

몰운도전망대서 조망한 등대와 동호도와 쥐섬

 

일단의 여학생들이 왁자지껄 숲의 고요를 깨뜨린다. 뭐가 그리 신나고 즐겁기만 한지? 연둣빛 숲에서 공부란 멍에(?)를 훌쩍 벗었나 싶었다. 지나고 나면 참으로 행복한 시절인데 왠 고민덩어린 그리 많았던지? 그때가 사무친다. 꿈의 화신 여학생들이, 그칠 줄을 모르는 까르르~ 소란스럼이 정겹고 부럽다.

 

 

해안절벽의 초소와 낚시꾼

 

화손대를 향한다. 신록우거진 무난한 산책로는 5월의 향기에 취해 무위에 빠져들게 한다. 우측 숲 사이 바다로 튀어나온 두송반도가 아는 챌 한다. 엊그제 네댓 시간의 트레킹을 끝내려 벤치에 앉았던 반도땅 끝 쉼터가 있던 곳이다. 그 아랜 부산국제수산도매시장이라.

 

이틀전 트레킹한 두송반도 앞의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이 보인다

 

 

두송반도 보다 더 튀어나온 땅 끝에 화손대가 있다. 초병이 철수한 해안초소가 우두커니 바다 저만치 헤엄처간 모자섬을 지켜보고 있다. 초소와 모자섬 사이의 바다는 짙푸르다 못해 검푸르다. 임진난 이듬해 구월초닷새였지 싶다.

 

화손대 벙커초소와 쥐섬

 

 

이순신장군의 함대가 다대포와 부산포에 정박한 왜구를 쳐부수기 위해 가덕도를 출발하여 여기 화준구미(花樽龜尾)를 통과할 때의 일이다. 부하장수 정운(鄭運)은 앞선 전투에서 몹시 지처 있어 이순신은 그의 건강을 염려 출정을 극구 만류했었다.

 

 

화손대 건너 모자섬, 이 해협이 화준구미다

 

허나 정운장군은 나라가 위태한 상황에 어찌 장수가 전쟁을 회피하겠습니까. 이 한 몸 부서져 물고기 밥이 되드라도 참전 하겠나이다라며 승선했던 것이다. 정운장군이 여기 화준구미를 지나며 부하에게 묻는다. “이 해협이름을 아느냐?”고.

 

 

소나무와 모자섬이 한 폭의 그림이다

 

몰운대앞바다입니다몰운대라. 내 이름 자와 음이 같음은 여기서 내가 죽을 것[我沒比臺]을 이름이구나.”라고 독백하고 다대포전투에서 장열이 전사했던 것이다. 그의 출전을 끝내 막지 못했던 이순신장군은 전쟁내내 비통해 했었다.

 

 

화손대를 향하는 숲속의 쉼터

 

 

선조를 비롯한 문무대신들이 도망가기 바쁜 전쟁터서 정운장군의 애국투혼은 임진왜란의 비하인드스토리 중 하나일지 모른다. 장군의 희생이 더 짠하고 뭉클한 것은 이순신장군의 명을 받들었으면? 하는 미련 탓이다.

 

 

더구나 그는 왜적이 부산포를 점령하고, 원균마져 패퇴했단 통첩을 받고 출전을 고민하고 있는 이순신장군에게 한시라도 빨리 출정할 것을 강권했던 용장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춘전하여 왜적을 물리처야 한다는 장군의 충언에 이순신장군은 전열을 정비 9월초에 참전의 깃발을 들었던 것이다.

 

몰운도전망대 서쪽 해안의 자갈밭

 

그의 호국정신과 투혼은 다대포해전에서 끝내 수장의 길을 택해 몰운대와 함께 영원한 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용장이 몇 분만 더 있었던들 정유재란 재발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화손대에 앉아 화준구미해협을 통과하는 정운장군의 기상을 그려봤다.

 

 

다대포시 원경

 

浩蕩風濤千萬里 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리만리로 이어지고

白雲天半沒孤臺 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 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같아라

常見仙人賀鶴來 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오시네

<동래부사를 지낸 李春元(15711634)의 '몰운대 시비'>

 

 

몰운대시비

 

몰운대, 태종대, 해운대를 '부산의 3(三臺)'로 부른다. 몰운대의 아름다운 자연과 비하인드스토리는 파고들수록 감탄케 한다. 나는 정운장군을 몰운대탐방 전에 인터넷상에서 알게 돼 바쁜걸음 서둘렀다. 장군의 순의비각은 출입금지구역으로 사전 허가를 받아야 참배할 수 있다.

 

숲속의 해안벙커

 

 

워낙 외지고 원시림 같은 숲 속에 있어 보호차원일 테다. 몰운대는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뭉클 솟을 천혜의 명승지다. 사진으로만 본 낙조의 다대포모래사장은 몽환적이라 불원간 황홀한 일몰의 몰운대를 다시 찾기로 했다.

 

 

 

그땐 호미와 포획한 조개를 넣을 비닐봉지도 꼭 갖고 갈 테다. 아니 소금과 꼬쟁이도 준비해야 맛을 낚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럴라치면 석양때가 아니라 아침 일찍, 아니 새벽에 달려와 일출과 일몰의 황홀경까지 마음에 담아야겠지!

2018. 05. 01

 

광활한 다대포해수욕장

낙조대 가는 데크길

 

다대포해수욕장공원의 생태 숲과 수로

 

다대포시가지

다대포해수욕장과 방풍송림. 목책은 모래유출예방일 거였다

다대포모래사장의 이 커플이 빚는 그림!

중앙 물가 맛 캐는 여인도 멋진 그림!

몰운대해안

다대포의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몰운도갈맷길

몰운도객사현판

몰운도는 바위섬인데 곳곳에 식수대가 있다

모자섬

출입금지구역인? 몰운도전망대 아래 절벽의 강태공들

화준구미

(花樽龜尾)해협 일대, 이순신의 함대가 전의를 다진 곳이다

 

화준구미(花樽龜尾)해협의 쥐섬, 정운장군은 예서 자기의 명운을 에감했을 터

 

물고기가 사는 숲속의 둠벙, 빗물을 자장해 사용한다

화손대벙커, 초병은 철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