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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4월의 문탠로드 - 달빛 바투길

4월의 문탠로드 - 달빛 바투길

 

 

하얀꽃비를 며칠동안 얼마나 흩뿌렸을까?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은 4월의 따신 햇빛이 파스텔톤 색칠을 하느라 수선스럽다. 연둣빛 실크휘장을 둘러쓴 벚나무의 행렬로 문탠로드는 싱그럽다. 아내와 연두빛세상을 파고들었다.

 

육손이가 고사리손을 펴다

 

꽃비세례를 못 받아 아쉽다는 아내를 향해 육손이가 고사리손을 펴 손짓한다. 솜털 보숭보숭한 노오란손이 앙증맞기 그지 없다. 겨우내 꼬깃꼬깃 웅크렷던 손아귀 내밀어 지금 막 피우는 연두새싹에, 부신 햇살이 내려 앉으며 4월의 영광을 구가한다.

 

 

소나무사이로 뿌연안무 뒤집어 쓴 오륙도가 실루엣처럼 가뭇댄다. 그 또한 4월의 미몽일 테다. 모진 한파에 부디낀 바다도 4월엔 몸을 푼다. 바다의 숨결이 잔잔하다. 고운숨결이 잔거품으로 무늬를 그으며 해안가를 향한다.

 

 

 간질거리는 숨결과 소곤거림은 훈풍에 얹혀 뭍으로, 세상으로 번지며 대지를 깨운다. 4월은 잔인한 계절!

생명은 싹을 티우고 연둣빛 아기이파린 가냘프게 떨고 있다. 태어난다는 건 두렵고 가슴 설렌다. 미풍은 그 떨림을 달랜다.

 

 

조각난 햇살이 백사장에 뿌려지고 바다에 빨려들어 사위가 붉으스레졌다. 죽은 듯 숨쉬는 바다가 살아난다. 하품 한 파장이 백사장에 밀려와 사그러졌다. 바다는 다시 숨을 고른다. 얼굴빛이 붉어졌다. 아침마다 바다는 그렇게 젊어지곤 했다. 

 

 

4월이 가슴팍을 열었을 때 팝콘 터뜨리듯 하얀 꽃망울 하늘로 튀겼던, 왕벚나무의 열주 속에 뜬금없는 연분홍겹벚꽃이 만개했다. 울 부부처럼 때 늦은 꽃비 서리객들을 위한 마지막 파반느처럼 말이다. 연둣빛 속의 새색시얼굴일 듯 싶었다.

 

 

 

문탠로드를 어슬렁거리다보면 달빛 바투길이기도 하고, 달빛 바투 오솔길인가 싶으면 문탠로드라. 겨울이 절정였던 1월에 이 길을 산책했으니 자연의 변신에 어리둥절해 질수밖에 없다. 울창한 송림은 4월의 햇살마져 뭉텅믕텅 잘라낸다. 잘린 햇살이 망령처럼 배회했다. 빛과 실루엣이 숨바꼭질한다.

 

 

 

지난 겨울에 무슨 변고가 일어났을꼬? 군데군데 초록비닐로 묶인 큰 덩치들이 숲속에 무덤처럼 산재했다. 무시무시하다는 재선충이 여기까지 남하 했당가? 간단히 여겨선 안될 일이다. 소나무 없는 산을 생각해보면 가슴 턱 막힐 것이기말이다.

 

 

 

 

동해남부선은 문탠로드의 멋쟁이 커플이다. 문탠로드엔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이 찾는다면 동해남부선은 팔팔한 청춘남녀들이 누빈다. 영원한 평행선일 레일 위의 연인이길 염원하고, 영원히 푸른 풋픗한 로망을 창해를 마주하며 키우고 싶어서 일테다.

 

 

하얀등대와 빨강등대!

하얀 머슴애와 빨강 가시내의 맞선!

하얀 순수와 빨강 정렬!

문탠로드엔 그리움과 사랑과 로망이 넘처난다.

그대는 해운대를 아는가? 

달빛 바투길을 아는가?

 

 

 

미포항의 아침, 새벽에 건져올린 활어를 싣고 온 어선들이 부두를 베개삼아 잠에 들었다. 아내가 금방 죽은 활어 몇 마리를 사서 비닐봉지에 넣었다. 생선찌게맛이 벌써 입가에 돈다.

바다의 선물, 봄맛 간질거려 우린 엊그제 부산에 내려왔다. 아침햇살이 동백섬마천루에 부서진다.

 

 

미포부두 개딱지만한 아침시장은 살아있다는 자연의 생명을 실감케 한다. 다라에 갇힌 물고기의 파닥거림에서, 파닥대는 생명을 앗아 생명연장을 꿈꾸는 손님들의 눈동자에서, 한푼이라도 더 챙기며 파시를 서두르는 아낙들의 아우성에서 생존의 의미와 삶의 민낯을 읽게 된다.  

 

 

문탠로드를 향하는 해운대백사장 송림포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래 비밀도 해운대바닷속 같을 엘시티가 하늘속이 궁금타고 오늘도 키를 키우고 있다. 하고 많은 말썽을 피우면서도 비밀을 숨겨야만 되는 공룡처럼 하늘로 솟는다. 바다 보다, 하늘 보다 더 푸른 옷을 걸치면서~   

 

 

해운대는 옛부터 온천지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유수의 온천장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문탠로드나 달빛 바투길을 어슬렁대다 가까운 온천장에 들르는 일은 멋과 맛을 아는 현대인이다.

시간이 없걸랑 해운대구청정원에 마련한 노천 족욕장에서 잠시 발피곤증을 푸는 낭만도 멋지다. 그게 공짜다. 해운대의 멋스러움이다.

2018. 04. 20

 

해운대구청 정원엔 노천 족욕온천장이 성황이다

11월~5월까지 오전11시부터 오후5시까지

공짜다

부근엔 맛깔 난 5천원짜리 소고기국밥집이 문전성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