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3 – 태종대와 생도 & 감지해변길
옛날 ‘절영명마’가 생산된 섬이라 절영도라 했던 영도를 종단해 태종대공원에서 오늘의 산책을 시작한다. 250여m의 봉래산을 빙 휘두른 시가지는 난대성 활엽수인 해송과 생달나무, 동백과 후박나무, 사스레피나무와 쥐똥나무 등 120여 종의 짙푸른 수목이 우거져 겨울풍정이 헷갈린다.
진녹색 사철나무로 단장한 깔끔한 태종대공원은 다분히 이국적이다.
다누비순환열차 출발점에서 태종사, 6.25참전유적비방향의 산책길로 들어섰다. 싸한 겨울공간에 남녘의 따스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 트레킹하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으랴싶다. 겨울을 나느라 멍든 검푸른 이파리를 헤집고 드는 햇살이 눈부신 숲속의 길은, 인적마저 뜸해 산책의 멋과 맛깔에 빠져들어 신바람이 났다.
빈티지풍의 다누비열차
더구나 오늘은 몸살기의 아내가 방콕한 통에 천방지축해찰 부려도 괜찮다. 마라토너를 꿈꾸는 일단의 학생들의 거친 심호흡소리가 적요를 깨운다. 이름 모를 산새도 늦은 모닝콜 하느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태종사입구의 6.25참전유적비는 6.25전란시 영도에서 훈련받은 유격대가 함경도에 공수낙하 및 해상침투 하여, 적의 후방교란 내지 연합군의 북진 길을 터주는 임무를 수행하다 산화한 영령들의 기념물이다.
유적비가 있는 언덕를 내려오면 숲 사이로 영도등대가 숨바꼭질한다. 등대를 찾는 내리막은 여간 된비알인데 지그재그 나무데크계단이 이어진다. 한 고비 꺾을 때마다 펼쳐지는 풍광은 태종대의 진수를 만끽케 한다.
등대, 신선바위, 망부석, 자살바위, 모자상, 자갈마당이 거침없이 달려든다. 주전자섬 뒤 푸른 바다에 어른대는 오륙도는 한 폭의 묵화다.
오죽해야 태종(무열왕)이 여길 자주 찾아 절경에 심취 했겠능가! 태종대란 이름은 무열왕에서 연유됨이라. 신선이 놀아난 넓은 신선바위엔, 왜구에 끌려가 소식불통 된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바위가 된 부인의 애달픈 망부석이 있다.
등대 아래 자갈마당에서 파도와 술래잡길 하면서, 바다의 속삭임을 엿듣는 맛은 망아지경에 이르게 한다. 여기 자갈이 죄다 몽돌이 된 사연부터 물을 일이다.
글고 자살바위의 애통한 사연과 주전자섬의 비밀을 캐물어야 한다. 바다는 그런 사연을 품고 삭히느라 해안절벽을 향해 포말을 내뿜어 한숨짓는지 모른다. 영문 모를 해안절벽은 그런 파도의 성깔에 닳고 닳아 까맣게 멍들고 번들번들해 진성싶었다. 음습한 사철나무숲을 헤치고 해안절벽 위에 오르면 우주선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주전자섬(생도)
보는 각도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듯싶다해 생도(生島)라 부르기도 하는 주전자섬이 코앞에 따라붙었다. 무인도생도엔 가끔 낙시꾼들이 찾는데 절대로 불 피우거나, 똥 싸거나, 남녀가 엉겨 붙거나 하면 큰 일판 난다. 금기를 어겨 혼쭐 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닌, 순정한 사람만을 받아들이는 섬이란다. 왠지 생도에 가고 싶다. 애인과 보듬기만 안함 괜찮을까? 생도에서 아내와 진하게 사랑의 포퍼먼스를 해보고프다.
신선바위와 망부석
빈티지풍의 다누비순환열차가 구불한 비탈길을 올라오느라 헉헉댄다. 탑승객들은 초록사철나무와 뿌연 하늘을 구경하다, 얼핏 선뵈는 푸른바다를 훔쳐보는 재미로 열차를 탔을까? 그것도 궁금했다.
굽이친 모퉁이 골에 구명사(救命寺)란 조그만 절이 있다. 6.25전란 후인 1959년, 신선동에서 어렵게 살던 정영숙(鄭英淑)이란 분이 태종대자살바위 근처에서 포장마차를 열어 장사를 하며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태종대와 등대를 향한 된비알데크길
당시엔 가난한 피난민이 많아 가끔 자살자가 발생했는데, 어느 때부터 그녀는 자살시도자를 알아보고 달려가 보듬어 자살을 단념케 했다. 십여 년 동안 그녀가 구명한 자살시도자가 150여명이나 됐다. 하여 1968년 움막을 짓고 스님을 모셔와 구명사라 명명하고 기도를 올리게 된다.
노송과 생도가 한 폭의 묵화다
1969년 군해안도로공사 때 순직한 공병단병사 네 명의 영령을 봉안키 위해 지금의 터에 절을 옮겨지은 구명사는, 천불전과 산신각 현판을 일붕(서경보)스님이 쓰셨단다.
난 일붕스님의 달필을 놓칠 수가 없어서도 절을 기웃거려야 했다. 감지해변에 들어섰다. 남항조망지 솔숲을 걷다 태원 유람선선착장이 있는 해안자갈밭으로 내달았다.
일붕스님의 친필인 '산신각'현판
태원 바위절벽해안에서 낚시질하는 강태공들이 부러워 나는 찌를 꽂는 분에게 “낚시하는 재미보다 절경에 취하는 풍류가 더 행복하시겠네요.”라고 인살 하자 “이보다 멋진 곳은 없지요”라고 답한다.
잔잔한 바다는 소식 한 토막을 파도에 싣고 와 해안에 '푸우~' 숨 몰아쉬며 내려놓는다. 어디서 무슨 사연을 품고 오는 걸까?
태원유란선착장과 바위절벽의 강태공들이보인다
오륙돌까 아님 대마돌까? 풍광이 끝내준다. 강태공양반들 무슨 얘기로 박장대소하며 시간까지 낚을까? 한참을 뭉그적댔는데 정작 고기입질은 없었다.
하리포구는 뭔가 활기가 넘쳤다. 선착장부두길 양편에 즐비하게 어깨동무하고 있는 활어조개 횟집들이 이색적이다. 100여개는 넘지 싶은 포장마차식의 횟집들이 홀로 서성대는 나를 꼬시려 과잉친절을 떠는 통에 미안하기도 했었다.
하리재방의 횟집퍼레이드
술 한 잔 꺾는 아내와 동행했음 싱싱한 어패류에 입가심하며 답례까지 곁들었음 좋았을 테다. 언덕빼기에 올라 산허리를 넘으면 감지해변이 발아래 깔린다. 쭈빗쭈빗 솟은 바위 사이로 강태공들이 바다를 낚고, 해녀들은 물질한 어패류를 손질하고 있다. 바위에 걸쳐 말리고 있는 잠수복 뒤로 오만 잡동사니가 널부러져있다.
감지해안의 풍정
또한 바위사이에 간이 부엌이 있고, 새까맣게 그을린 바위와 솥이 대여섯 군데 있는데 꽤 오랜 세월동안 어패류를 삶았지 싶었다. 나뭇가지땔감과 헌옷가지와 그릇과 쓰레기가 널려 있는 오두막도 있어 이래도 되는 걸까? 눈살 찌푸리게 한다. 근데 5m쯤 아래 자갈밭에서 아줌마들은 무관하다는 듯 물길한 어패류를 다라에 담아 팔고 있다.
감지해변에서 조개선별하는 아줌마들
대도시 부산해변이 아닌 문명과는 담쌓은 옛날 옛적의 어촌풍경이 공존하고 있는 거였다. 감지해안도로는 한창 정비중이라 완성되면 말끔해지려나? 애초 맘먹은 박물관과 봉래산등정은 담 기회로 미뤘다. 네 시간의 트레킹만으로 오늘은 행복했다. 태종대는 부산에서도 이국적인 풍정이 물씬 솟는 남녘의 파라다이스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2018. 01. 18
감지선착장
다누비순환열차엔 외국인탑승객이 많았다
한적하고 상큼한 상록수길
육손이 군락지
영도등대
노송 속의 주전자섬
자살바위와 신선바위가~
태종대전망대서 조감한 창해
태원선착장가는 숲길
소나무 뒤로 곤포유람선선착장이 보인다
태원전망대 오르는 길
태원유람선착장 앞바다
태원선착장해안절벽의 강태공들
하리재방의 횟집들
하리유람선선착장
하리어촌
감지해변
중리해안의 간이부엌
물질한 어패류를 손질하는 해녀들
중리해변의 오막살이집기
중리해안
*초록점선 : 1/15일 탐사코스
*노랑점선 : 1/18일 탐사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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