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흔오 영가(靈駕)시여!

-우리가 늘 만났던 배산정서 본 연방죽이 오늘따라 왜 그리 뿌연지?-

 

 

이형, 이 무슨 허망한 소립니까? 뭐가 그리도 갈 길이 급해 인사말 한 마디도 없이 떠나야만 했소? 추석 전전날 당신 아파트 앞에서 또 만나게~’라며 헤어졌던,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며 오른손을 들어 흔들었던 정황들은 다분히 립`서비스였던거요?

뙤약볕 내리쬐던 7월초순 여느날처럼 배산서 만나서

"왜 자꾸 체중이 빠져?"라며 건강이상징후를 내게 실토했던 이형, 직후 내가 상경하여 7월 말에 띄운 문안메시지에

나 서울에 온지 일주일 넘었네. 지금 병원에 입원치료중인데 의사 말이 일 년뿐이 못산다네.’라고 담담한(?) 답신을 띄워 내 뒤통수를 일격한지 얼마나 됐다고-.

-할 일 없는 날엔 늘 10시10분에 만났던 배산정인데 이젠 누구를 만납니까?-

 

아닐세, 그 청천벽력 같은 이형의 메시지를 받고 전활 넣자 이형, 당신은 어처구니 없단 듯

"의사가 그랬당게, 정말이네, 일 년밖에 못 산다고 하드랑게-"라고 시덥잖고 믿을 수없다는 듯이 말하지 않했던가? 예의 싱거운 농도 곧잘 하던 이형인지라 흘려들을까 하다가 그러나 쫌은 풀 죽은 목소리가 섬뜩하고, 월초에 한 얘기가 생가나 다그쳐묻는 내게,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전활 끊었지 않았소.

내가 다시 전활 넣으면 이젠 받지도 않고 말이요. 하여 애가 탄 나는 그길로 아산병원, 영동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을 찾아가 이형을 찾았으나 허사였소.

-우리만의 코스, 시누대밭의 조붓한 길에 이형의 발자국이 셀 수 없이 찍혔는데-

 

하도 막막하여 서대문경찰서를 방문 이형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달라고 통사정하다가 어리석은 나를 자각하곤 포기했어요. 그렇게 두절된 소식에 애태우다 추석 때 귀가하여 천행으로 메시지답을 해준 이형, 당신아파트 앞으로 달려가서 만났던 거지요.

많이 여읜 체신은 중환자의 모습이 역력했고, 나를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건 그런 이형이 체념상태로 의기소침해져 깊은 그늘을 안고 있었던 거요. 늘 유쾌하고 자신감에 겨웠던 유머러스한 당신이 폐암이란 걸 첨으로 실토했던~ 아?

 

-이형이 어딘가에 전화걸 때면 찾았던 바위도 연인 하나를 잃고?-

 

"근처에서 바람이라도 쐬며 얘기 하자"고 승용차에 타라는 나의 청원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싶어서 오라고 했어"라며 사양했던 병색 짙은 이형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얼마나 자괴스러웠는지. 

항암에 방사선치룔 6개월이나 했던 나도 지금 이렇게 건장하잖는가, 용길 내고 절대 낙관적으로 살아야 하네”라고 역설은 했지만 당신은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인 성 싶었소,

그 만남은 너무나 짧았잖소. 당신이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어해서였소. 나 또한 쇠약한 당신을 붙잡고 뭘 어찌 할 묘안도 궁색한데다, 우린 곧 만날테니까 하는 믿음이 있어서 못이긴 척 당신을 보냈던 거였소. 

-추석 전 마지막 만났던 당신은 당신네 아파트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보곤 했잖소.

나는 오늘 계단 앞에 서서 당신을 불러보았소만-

 

그리곤 우린 또 소식두절 됐소. 이형이 세 번째 항암치룔 받으러 상경했을 테고 어찌 좋아지고 있겠지, 하는 바램으로 좋은 기별이 있기를 고대했던 거지요.

1125일 늦은 밤, 나는 우연찮게 EBS명의란 의학다큐를 보다 이형이 생각났으나 어쩜 귀찮게 하는 짓은 아닌지? 그렇다해도 응답하지 않을 게 뻔한 메시지를  띄워야만 했소이다.

 

이사장, 환절기네. 그간 건강 많이 좋아졌죠? 지금 EBS에서 방영하는 명의편 방송을 보다가 이사장 생각나 메시지를 씁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교수(종양내과)가 폐암4기 환자 치료하는 걸 시청했어요. 시간 내서 서울대병원허교수를 한 번 찾아가 봐요. 때론 여기저기서 치료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확률이 있어요.”라고 말이지요.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어요.

-우리가 헬 수  없이 걸었을 소나무숲 길 아니오-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앉았을 때였어요. 당신 이름으로 메시지가 떴어요, 얼마나 반가웠던지! 얼른 휴대폰을 열었어요.

 

안녕하세요.

이동호씨 큰딸 이진영입니다.

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별세하셨기에 뒤늦게 알려드립니다.

제목 (부고)이진영부친 이흔오님께서 별세 하셨기에 삼가 아려드립니다.

 

1) 빈소; 모현장례문화원(101호실)

주소; 전북 익산시 오산면 장신리 83-1 tel 063-853-9899

2) 망일; 20161122()

3) 발인; 20161124()

4) 장지; 국립임실호국원

-배산정에서 늘 봤던 연주정도 이젠 애인 하나를 잃은 셈이네   -

 

멍멍했소. 힘이 쭉 빠지는 느낌 이였어요. 추석 전 아파트계단을 오르던 이형의 모습만 어른댈 뿐이었소. 어찌 이런 일도 생기는지? 기가 막혔어요. 엊그제 장례까지 치뤘다는 메시지에 문상이라도 가야함인데 어찌해야 하나? 집을 찾는 것도 왠지 내키질 안했습니다. 임실호국원을 찾아가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이다. 당신집으로 문상가면 유가족들께 슬픔을 되새기게 할 것 같단 생각도 들더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지만 한 번도 뵌적 없는 당신의 큰딸한테 우선 간단히 인사말은 해야 될 것 같아 메시지를 띄웠어요.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나요.

어찌해야---

문상길이라도 가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 아파트단지, 이사해 1년 남짓 살았소?-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당신 큰딸이 답신을 보냈네요.

이형, 이렇게 우린 허망하게, 아니 이형이 흔이 쓰는 육두문자로 같이 모든 걸 끝내야 합니까? 어떤 개같은 놈이 그렇게도 빨리 이형을 대려갑디까?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내 맘은 온 종일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 기분이 됐습니다.

맘 추스릴 방법 찾는다는 게 배산을 향했습니다. 당신과 걸핏하면 걸었던 우리만의 산책코스를 걸으면 편해질까 싶어서요. 바위마루 배산정에서 우린 악수로 서로의 건재를 확인 자축하듯 했지요. 서로가 별 일이 없는 날이면 의례 오전 1010분에 배산정에서 만나 며칠간에 있었던 얘기들을 미주알고주알 씹어디끼면서 산책을 시작했지요.

-배산정에 오르는 바위마루에서 우린 늘 악수를 했었지-

 

나는 당신의 악의 없는 육두문자와 진솔하면서도 기똥찬 얘기에 연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우리만의 코스를 산책하곤 했어요. 그런 동행-배산에서의 데이트는 얼추 삼 년을 훨씬 넘었지 싶지요.

사실은 이형과 내가 안면을 튼지는 20년도 넘었지요. 동호인 모임에서 인사말만 하곤 지내다 헤어졌는데 3년 전 배산서 조우하며 급속도로 절친이 된 게지요.

서로가 슬 담배를 안하고, 산을 좋아하고, 결정적인 건 당신이 유별나다할 만큼 청백리여서였어요. 자수성가한 당신이 그 누구로부터도 티끌만큼의 부담되는 짓을 안하고 산다는 지론이 결백증일 정도여서 나를 사로잡은 거였소.

 

-우린 편백숲을 지나치기만 했지 한 번도 쉬지는 않했어요-

 

거기다 구수한 육두문자에 격의 없는 소탈함과 순수성은 많은 지인들이 늘 당신을 따르게 했고 나도 그런 지인 중의 한 사람이였지요. '이 세상에 법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이형을 생각하고 사랑했던거요.

그런데 민망하게도 당신도 나를 그렇게 여겨주나 싶어 늘 어쭙잖했지만 그런 당신생각에 빗나가지 않으려 조신 노력했던 건 사실이죠. 하여 우린 각별한 우정을 쌓아 짬만 나면 붙어다녔던 걸 겁니다.

태양광이다, 부동산이다며 돈벌이 되는 게 있나하고 쏘다녔던 우리,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떠나도 되는 겁니까?

이형, 이제 배산서 누구와 희희닥거리며 산책을 합니까? 마누라한테도 못할, 서픈어치도 안될 흉금을 누구에게 털어놓아야 합니까? 

 

이 무정한 친구, 이흔오영가시여~!

나를, 당신의 식구들을 이렇게 매정하게 따돌리고 떠날 수가 있읍디까? 차마 발걸음이 디뎌집디까? 오호통제라.

부디 하늘나라에서 건강챙기며 기다려주이소. 나도 머잖아 쫓아갈 것 아닌가?  배산정에서처럼 우리 다시 만나 화이파이브 손벽을 마주칩시다. 삼가 명복을 비는 바이오.

              2016. 11. 26    

-연주정에서 조망하면 삼양라면과 북일교회가 맨 먼저 띈 시가지를 기억하지요--

-배산정에서 조망하면 이형네 아파트단지도 저기 아파트숲 맨 뒤에 있고요-

-뻔질나게 걸었던 소나무단지 길-

-우리만의 코스에 있던 어느 망자의 비석인데 이젠 당신도~ -

-제각도 이젠 예사롭지가 않습디다-

-이형이 가끔 운동기구를 썼던 체련장 앞에 마지막 단풍이~!-

-함라산정서 조감한 미륵산이 농무속에 섬처럼~

-이형과 가끔 찾았던 함라산정의 금강하구둑 원경이오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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