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에게
함박눈이 창밖에서 나비가 됩니다
나목에 살포시 내려앉아 긴 여정을 여밀 텐데
바람 한절이 앙탈부립니다
바람 탄 나비들이 노크를 하네요
실내가 그리웠나 봅니다
달라붙다 죄다 산화합니다
짠해 얼른 창을 열자
실내가 터질 만큼 밀려드네요
허나 무간나락인 것을~
아차! 싶어 창을 닫습니다
나비는 바람을 타 누리에 나붓댈 때
새싹의 이불이 된다네요
함박눈이 새록새록 말합니다
하나를 버리면 다시 새것이 온단 걸~
눈 춤 속에서 새로움을 기약하고프네요
눈 춤 속으로 달려갑니다
카르페디엠
금년겨울 들어 젤 춥고 눈 많이 내린 날입니다
영하십도를 넘나드는 캠퍼스를 찾은 그댄 늘 뇌였지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라고
오늘보다 젊었던 어제는 되돌릴 수 없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단 더 늙을 불확실인걸요
가능성과 할 수 있음은 바로 지금입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선생이 한 말
"카르페디엠"이 생각나네요
시간이 있을 때 현재를 즐겨라, 라고 역설하죠
우린 언젠가는 죽는다 살아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하나
나중에 후회해 봤자다 인생을 독특하게 살 권리는 네 몫이다
카르페디엠!
눈꽃 캠퍼스에 발자국 남기며 우연스레 들른 카페
카르페디엠에서의 뜨거운 커피 한 잔속에
수놓았던 가장 젊은 시간들
생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
나의 용기와 의지에 달렸다는
키팅선생의 열강이 떠오릅니다
카르페티엠!
봉원사청설모
봉원사 청설모가 겨울나물 오릅니다
낙엽 밟는 내 발자국소리에 피신하는 거지요
옷 벗은 산에서 겨울잠을 안자는 놈들은
이때가 가장 시련의 순간일 텝니다
한파에 간당간당한 목숨 건 놈들도 쫌 있음
봄이 오고 짝짓기도 할 수 있단
본능적인 기대에 모진겨울을 버틸 테지요
눈치코치 기민해야 겨울 산을 누비고
맹수의 후각도
맹금류의 시선을 피해
숨겨뒀던 도토릴 찾아 겨울을 나겠지요
봄을 맞아야 꼬리털을 새워 흔들며
생의 전부인
새끼를 빈 까치집에서일망정 칠 수 있지요
그 반지르르한 탐스런 꼬리
먹물 찍어 주검을 남기는 청설모가
봉원사 옷 벗은 나목에서 나를 봅니다
차선의 삶
노량진수산시장입니다
치어에서 튼실한 성어가 되기까지
깊고 넓은 바다를 누비며
꿈의 엑스터시를 향하다
어부에게 빼앗긴 로망! 녀석은
꿈 대신 맛깔난 반찬으로 죽음을 맞습니다
그게 녀석의 차선의 생이란 걸
밥상의 전신보시란 걸-
우리의 생이란 것도 못다 피운 꿈 대신
누군가를 기쁘게 할 찬거리로
차선의 삶을 살 수도 있겠지요
식탁에 올라 가정의 행복한 반찬의 삶
차선을 그려보는 수산시장입니다
아~!
수산시장 좌판에 번쩍번쩍하는 생선이 부럽습니다
문득 “1 Save 9 ”란 말이 떠오릅니다
이스트코스트 파크에서
이스트코스트 바이클 코스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버킷 리스트'에 오를 만한 멋진 곳입니다
그대가 금강하구갈대숲 바이클 제안을 안했담
자전걸 타면서 낭만적인 그림을 그리진 안했을 텝니다
커플들이 2인용자전걸 같이 페달 밟으며 지나갈 때,
그 커플이 인도양바닷바람에 머리칼 흩날리며
초록 숲 터널을 질주하는 모습에
난 우두커니 서서 그댈 생각했었지요
‘오늘이 생에 가장 젊은 날’이라던
어느 날 뜬금없이 자전거얘길 꺼내기 전까진
미처 상상도 못한 동경이었습니다
그니까 이스트코스트 파크에서
상상의 지평에 날개를 달게 해
감미로운 해풍에 나를 띄울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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