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랑새
봉화정에 섰습니다
철 잃은 태풍끝자락에 산야는 그리
청명해질 수가 있나봅니다
파란하늘호수로 구름이 여행을 가고
부신 갈 햇살이 전선에서 물구나무를 섭니다
금강변 갈대들이 도리질치는 통에
싸한 바람이 산잔등을 기어올라
감나무에 앉아 가을재촉을 합니다
-금강 건너에 신성리갈대밭-
가을 옷 갈아입던 단풍 한 잎이 바람에 올라타
여행길에 나서는 넘 춥지도,
덥지도 않는 청량한 오후 문득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나무꾼남매의 여정이 생각납니다
<추억의 나라>에서 사자(死者)와 즐거움을 나누고,
<밤의 궁전>에서 재화(災禍)의 현상을 목도하고,
<숲>에서 자연의 공포를 체험하며,
<행복의 궁전>에서 물질적 행복은
왠지 허무함을 떨치질 못합니다
-함라능선 위 전선에서 갈햇살이 춤추고-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마침내
파랑새는 마음속에 살고 있음을 깨닫지요
<미래의 나라>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꿈에서
그 비둘기가 파랗게 보이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가난해도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것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누군가의 삶과
비교할 때 피어나는 마음의 추위란 것을 깨닫지요
-단풍은 가실을 남기고 파랑샐 찾는 여행길에?-
지금 나의 파랑새도
푸른 하늘호수로 빨려드는 구름 속에,
붉게 가을 물들이고 바람타고 떠나는 단풍이파리에,
전선에 매달려 곡예를 하는 갈 햇살에 있나 싶습니다
-하늘호수로 숨는 구름여행, 좌측에 미륵산이 황금들녘을 넘보고-
아~! 좋다,
아~! 편안하다, 는
느낌이 곧 파랑새라고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는 말하나 싶군요
함라산정에서 나의 파랑새를 맞습니다
2016. 10. 09
-싸한 금강물바람이 산잔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