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숨죽여 하루 내내
기다린 노을
허공에 얼개를 긋고 그물을 친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 어스름
하염없이
기다림의 시간을
삼키느라 거미는
배불뚝이 됐다
하늘이 먹이 하나를
그물에 달아준다
2016. 07
★ 거미는 먹일 먹어서만 배가 부르는 건 아닐 겁니다
기다림이란 시간을 삼켜서 배불뚝이가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거미의 기다림은 하루 이틀일 수도
일년일 수도 있겠지요
허나 놈은 긴장은 할망정
결코 서둘거나 나대질 않습니다
시간은 자기 편인 줄을 믿고
하늘이 무심하지 않다는 걸 인습하고 있어서입니다
사랑도 기다릴 줄 아는 자만이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
---****---****---
이십 년의 기다림
<비포 미드나잇>
1989년 가을 필라델피아, 무명감독 리처드 링클레이는 시내 어느 장난감가게에서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에이미 레홉트. 둘은 시내를 걸으며 문학,예술,영화등 다양한 분야의 얘기를 나누다 동이 틀 때까지 하룻밤을 지새우지요.
그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다음을 약속했지만 워낙 먼 거리에 떨어져있어 애틋한 연정은 이어지질 못했습니다.
리처드는 이 얘기를 영화화 했습니다.
1995년에 개봉한 <비포 선라이즈>는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제시와 셀린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낸다는 얘기지요.
리처드는 이 영화를 세상에 선뵈며 못내 에이미가 이 영활 보러오길 기대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질 안했습니다. 리처드의 꿈은 다시 이어집니다.
2004년의 <비포 선셋>개봉.
주인공 제시는 셀린느와의 하룻밤 로맨스를 소설로 써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지요. 그 사인회에서 제시는 셀린느와 재회를 한다는 내용의 영화였지요.
리처드도 영화처럼 에이미와의 재회를 꿈꿨지만 이번에도 기적은 이뤄지지 안했습니다.
애태운 에이미의 소식을 접한 건 2010년 그녀의 친구가 보낸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에이미가 1994년 오토바이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짧은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영화<비포 미드나잇>촬영 시작 석 달 전의 비극이었지요.
<비포 미드나잇>은 2013년 개봉했습니다.
에이미가 이 영화를 보러오지 못할 거란 걸 안 리처드는 ‘엔딩 크레딧’에 이렇게 쓰지요.
“에이미 레홉트를 기억하며”
'사색 ~ 그 알갱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파랑새 (0) | 2016.10.10 |
---|---|
능소화 (0) | 2016.08.12 |
상고대 (0) | 2016.03.11 |
그리움은 포용을 먹고 산다 (0) | 2016.03.04 |
맘 동행 (0) | 2016.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