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산둘레길 벚꽃여행

 

-함라산벚꽃-

 

당신 뭐해?” 아내가 친구 어머니 문병 갔다가 들어오면서 묻고 있었다. 컴퓨터여행을 하고 있던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딱하다는 듯이 한 소리 더 보탰다,

벚꽃구경 갑시다. 아직 안 졌데~!”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님 문병 갔던 친구를 따라나섰던 아내가 숭림사벚꽃 얘길 하고 있었다.

벚꽃터널이 길지는 않아도 제법 오래된 벚나무가 산사입구갓길에 늘어졌던 게, 하얀꽃 터널을 이뤘을 거라는 생각이 번갯불처럼 스쳤다.

 

오후2, 우린 그렇게 뜬금없는 벚꽃나들이를 나섰다.

아닌 게 아니라 교외로 나서자 도로변의 벚나무들은 하얀 면사포를 휘두르고 한들한들 춤추는 게 아닌가!

숭림사입구 편도1차선도로 한쪽은 주차장이 됐는데 멍청한 나는 거북이차량행렬의 뒤꽁무니에 달라붙었다.

잠시 후 주차장입구에 닿아서야 후회해본들~?

주차장벚나무사이에 차 엉덩이를 쑤셔박았다 나왔다,

반복하길 한참 만에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차량뒤꽁무니에 다시 달라붙었다.

벚꽃터널 구경은 커녕 차량틈새기미로 찾기 한 꼴이였다.

 

 

절 입구 사거리저수지를 휘돌고 있는 벚꽃도 멋진 풍광을 이뤘지만 차를 어디에 세울 수가 없었다. 문득 엊그제 함라산 등반 중에 목도했던 풍정이 떠올랐다.

함라산 허리께를 흰 띠로 장식한 들레길벚꽃 이였다. 벚꽃은 암청색 산속을 꾸물대며 기어가는 흰구렁이의 구불구불거리는 모습 같았던 것이다. 난 얼른 그 둘레길을 향했다.

8km쯤 될 성싶은 벚꽃길은 반대편 끝이 곰개나루로 이어지는 칠목재란 걸 꿰뚫고 있고, 나의 코란도밴은 비포장산길을 헤치는 데는 딱이라 그 흰구렁이 사냥에 나섰다.

 

 

-함라산둘레길의 벚꽃-

 

아직은 그 벚꽃길을 트레킹 중인 산님들이 뜸한데, 커브길 주차할 만한 곳엔 차량이 어김없이 불침번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우린 점점 흰구렁이사냥 맛에 빠져들고 있었다,길 양편에 늘어선 벚나무들은 흰면사폴 쓰고 꽃가루를 뿌리면서 우릴 환영하는가 싶었다.

하늘을 가린 회색구름 틈새를 헤집은 햇살의 사선은 나목들 사이를 어슬렁거린다.

 

그 빛살이 숲을 방황하다가 꽃잎에 닿으면 꽃들이 바르르 떨다 낙화한다. 가녀린 꽃잎이 햇빛을 털어내느라  반짝반짝 기우뚱대는 춤이라니~!

~!, 목 타 지하수 퍼 올리며 용쓰는 나무들이 몰아쉬는

가쁜 숨결에 꽃잎은 슬며시 나무를 떠난다. 떠날 때를 알고 햇살에 얹혀 살랑살랑 춤추는 허공속의 곡예라니!

영락없는 흰나비들의 은빛군무다. 한들한들 춤추는 나비들

은 사뿐사뿐 숲에 앉는다.

 

-둘레길 벚꽃터널-

 

그렇게 벚꽃이 낙화하는 속도는 초당 5cm란다. 3m를 낙화하려면 1분이 걸린다는 건가? 1분 동안 그들의 곡예에 빠져든다. 아니다, 햇빛에 반짝대는 흰나비의 춤사위를 응시하며 디카에 담는다.

디카에 담다 이젠 눈을 감고 그 풍경을 머리필름에 담아본다.  그러다가 깜박 그 풍경이 어렴푸걸랑 눈을 뜨고 다시 꽃잎들의 낙화를 눈에 담아 맘에 품고, 글고 다시 눈 감고 그 풍정을 가슴에 담는다. 가슴으로 찍은 사진은 피사체만의 그림이 아닌 감성까지기에 오래오래 남는다.

 

-곰개나루벚꽃길-

 

아내의,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라면 그 풍정은 더더욱

멋있는 가슴사진으로 각인 될 것이다.

카메라로 찍은 풍경은 그림일 뿐이다. 멋진 풍경은 눈감고 맘의 눈으로 다시 새길 때 더 아름답고 생생한 추억이 된다.

여행은 멀리 가지 않아도 멋진 마음의 눈만 있으면 싱그러울 것 같다. 오늘 우리의 벚꽃여행은 일생 중 모쪼록 맞는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았다.

 

훗날 벚꽃의 계절이 되면 한가하게 소파에 앉아 오늘을 새

록새록 추억할 것이다. 눈을 감고 머릿속의 필름을 꺼내 함라산벚꽃들의 허공곡예, 흰나비들의 춤사위에 다시 빠져들 것이다.

나무사이를 배회하는 햇살, 그 부신 사선빛에 가늘게 떠는 꽃잎, 나무의 숨결에 허공을 유영하는 낙화, 그들의 하염없는 춤사위를 나의 기억이 존재하는 날까진 멋진 추억으로 곱씹고 또 되새김질 할 것이다.

 

 

-금강 곰개나루-

 

 

당신 뭐해?” 뜬금없는 제안이 빚은 벚꽃나들이가 맘먹고

수선떨며 벼르고 벼렸던 어느 여행보다 멋있던 건

뜬금없에서 마음의 눈까지를 연 탓일 테다.

네비도 없고, SNS도 없었을 때 느닷없이 나선 여행은 묻고 발품 팔아 가슴에 담았었다. 조금은 모른 채 어설프게 부딪힌 현장여행이 오래도록 추억창고에 남는 건 아닐까?

 

별로 관심밖 이였던 함라산둘레길이 벚꽃터널로 둔갑을 하다니! 

이젠 벚꽃축제를 배산의 몇그루의 벚나무로 궁색떨게 아니

라 함라산둘레길벚꽃터널을 선용해야 함이다. 

벚꽃길 산책하며 흰나비의 군무속에 언뜻언뜻 내비치는 도도한 금강물길 훔치는 멋은 덤이다.

2016. 04. 10

 

-옅은 안개 속 금강-

-석양의 벚꽃-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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