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로망 - 두물머리에서
-400살의 느티나무와 돛단배의 두물머리-
금강산골짝에서 시작한 북한강은 깊고 험한 산악지대를 달리며 거칠고 사납게,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은 유유하고 넉넉하게 흐르는데 이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 두물머리[兩水里]다. 두물머리란 본시 거칠게 달려온 북한강이 품고 온 토사를 남한강의 잔잔한 품에 내려놓아 쌓인 섬을 이름이다.
-두물머리 길-
전에는 남한강 최상류의 물길이었던 강원도 정선군과 충청북도 단양군, 그리고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마지막 정착지가 두물머리나루터인 탓에 매우 번창하였다.
그런 성황도 1973년 팔당댐이 건설되고 육로가 열리며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되자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면서 그런 영광은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두물머리에 다리가 놔지고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새벽녘, 잔잔한 수면을 붉게 일렁대는 석양의 노을빛, 400살의 느티나무와 황포돛대가 빚는 환상적인 풍광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워 사진과 영화와 드라마촬영으로 다시 유명처가 됐다.
-한가로운 초원의 한 커플-
호수 같은 한강은 두물머리에 갈대밭을 일구고 드넓은 초지에 야생화를 수놓아 목가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잔잔한 한강은 물색깔 바꿔가며 평탄하고 드넓은 푸른초원을 껴안아 도회인을 불렀다.
가질수록 거추장스런, 가장 홀가분한 차림으로 쉬엄쉬엄 어슬렁거리기 좋은, 한가롭게 게을뱅이짓 하며 일상탈출의 힐링처로 사랑받기 딱인 곳이다.
-두물머리에 선 필자-
남한강과 북한강은 두물머리에서 만나 거대한 하나의 강-비로써 한강이 된다. 두 물길이 만나는 양수리(兩水里)의 정수배기를 두물머리라 하는데 그 물길은 사람(人)의 형상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우면서 여백이 있는 장소, 그 여백에 로망을 키울 수 있는 느림의 멋이 물씬 풍기기에 연인들의 발길이 닳는 곳일 것 같다.
-새미원 호반-
두물머린 서울서 전철이나 승용차로 반 시간남짓 걸린다. 중안선양수역사 좌측에서 두물머리길과 물소리길로 나뉘는데 두물머리는 큰길을 건너 갈대숲의 속삭임에 빠져드는 첫발길로 시작된다.
나는 작년 이맘때 물소리길1코스인 양수역에서 국수역까지의 '문화유적숲길'13.8km를 홀로 트레킹한 적이있다(http://pepuppy.tistory.com/540). 오늘은 두물머리길을 향한다.
-갈대숲 건너 좌측에 양수역사가 보인다-
속삭이는 갈대와 인삿말을 나누다보면 곧장 초록연잎의 그린필드에 몸을 담구는데 갓 피우기 시작한 연꽃망울은 하순쯤에 만개할 태세다. 7월에 오면 연꽃의 향과 화려함에 아늑해 질 게다. 이윽고 '물과 꽃의정원' 세미원(洗美苑)과 맞닥뜨린다.
두물머린 세미원을 에둘러 갈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세미원에서 몸씻고 이쁜 몸으로 두물머리엘 가는 게 좋다고 강추하는 거였다.
-항아리분수의 춤은 세미원이 물의 공원임을 암시한다-
세미원은 몇 개의 연못과 태마정원 사이를 유상곡수가 흐르는 아기자기한 수변공원이다. 다리건너에 있는 추사의 묘소와 기념관과 연계해 세한정을 만들어 마음을 가다듬는 장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 세한정에서 부교인 열수주교를 건너면 두물머리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빚은 섬! 사람들도 여기서 만나 자기들만의 섬을 빚기를 기원하려 모여드는지 모르겠다.
두물머리엔 400년 된 느티나무와 황포돛대가 일출과 석양때 유유한 강물과 어울려 신비한 풍경을 낳아 사람들을 황홀경에 취하게 한다.
하여 영화와 드라마촬영장소로도 유명세를 치룬다.
느티나무 아래서 잔잔한 강물에 몸뚱이 맡긴 채 미풍의 스킨십에 눈 감고 있으면 스스로 로맨틱한 히로인이 된다.
그런 히로인이 된 풍정은 도처에서 목도하게 된다. 커플들의 다정한 데이트와 스킨십은 심심찮고, 호젓한 분위기의 그림 아래선 혼자만의 달콤함에 취한 몽상적인 풍정도 멋지다.
홀로 암도 의식하지 않은 채 뭔가에 몰입하는 행복은 자기성찰이며 열락일 것이다. 확 트인 대자연의 풍요 속에서~!
-한반도지형의 호수를 한바퀴 휘도는 도랑의 돌징검다리 옆 숲엔 밴치가 있어 물의 노래에 빠져들게 한다-
-한반도호수 압록강변숲엔 거대한 남근이 숨어있고~!-
두물머린 이래저래 인파로 붐빈다. 간편한 일상복에 원경에 눈 팔며 슬리퍼신발로 무신경하게 걸어도 넘어질 일 없는 초록평지인 탓이다.
해선지 노인네부터 꼬맹이들까지 자유를 만끽하나 싶었다.
연방죽에 연꽃이 만발할 월 말쯤이면 그린필드는 얼마나 낭만적인 트레킹장소가 될까!
북한강가를 달리는 바이커들의 가슴팍은 얼마나 청량할까~!
-연방죽 뒤로 황포돛대와 나룻배-
-막 터뜨리기 시작한 연방죽을 가로질러 사랑의 숲으로-
다음 번엔 자전거를 빌어 강변을 질주하며 북한강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답답한 일상을 씻으련다. 휩쓸리는 갈대의 너울춤에 무더운 더윌 실어보내고 추사의 묘역를 찾아 가보고싶다.
혹 알랴? 시원한 마음으로 세한도의 분위기를, 심오한 뜻을 품어 간직하게 될 줄을~!
2016. 06. 16
-추사의 세한도을 취한 세한정, 북한강을 건너면 추사의 묘와 기념관이 있다-
=세한정서 본 두물머리-
-세한정서 본 운길산자락-
-세한정-
-책 읽어주는 여자. 고양이처럼 다가섰는데 들켜 순간 홍당무가 됐던~!-
-연서를 띄우는 여자-
-두물머리에서 누군갈 기다리는 여자-
-초록평원벤치에서의 커플-
-레즈비언(?)를 몰래 디카에 담다 들켰는데 되려 필자도 담아줬다-
-사랑의 정원을 걷는 커플-
-두물머리서 조우한 레즈비언(?)-
-연꽃을 훔치는 홀남 & 시치밀 땐 홀녀-
-목선을 연결해 만든 열수주교-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교각-
-멀리 하얀아치형 교각이 중앙선-
-두물머리길 옆의 카페 촌, 문전성시였다-
-관광공사의 홍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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