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눈에 비친 서울풍정들

 

-롯데월드-

 

서울에 갓 상경한 시골사람들이 얼핏 느끼는 감정은 이 거대도시가 화려한 만큼 복잡할 것 같고, 그래 두려움 한 자락을 쉽게 떨칠 수 없지 싶은 거였다. 인파와 자동차의 소음에 질려서라도 시골로 얼른 돌아가고 싶은 곳이 나의 서울인상이다.

그런데 의외로 푸근하고 편한, 빈한한 포켓으로도 환영받으며 사람다운 정감에 가슴 뭉클케 하는 곳이 서울의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단 걸 뒤늦게 발견했다.

 

-서울시가-

 

스마트폰 밧데리 충전이 안 돼서 종각부근 서린동LG전자AS를 찾아가 서비슬 받을 때도 그랬다. 넓고 깨끗한 실내엔 안내와 접수를 받는 부스와 기기를 수선하는 기사님들의 부스가 열 개쯤 있었다. 접수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기사님은 호명과 동시에 자신의 부스로 안내해 상담한 후 수리계획을 간단히 설명한다.

 

 

좀 수리시간이 요하면 로비에서 기다리게 한다. 로비엔 잡지와 차와 티브이등이 비치 되있다. 수리가 끝나면 기사님은 다시 로비에 나와서 고객을 호명하여 부스에 초치한 뒤 친절하게 안내하는 데 그리 진지할 수가 없다.

맡긴 휴대폰을 건내며 센터밖까지 배웅하는데 기사님은 최소 세 번은 부스에서 나와 고객과 접견했다. 내가 아쉬워 찾아간 곳에서 이런 친절을 받아본 기억이 난 여태껏 없지싶다.

 

 

고장난 휴대폰수리의뢰가 흡사 기사들에게 큰 은전이라도 배푸는, VIP라도 된 착각을 하게끔 하는 거였다.

 

종로2가에 볼일 있어 파고다공원 쪽을 걷고 있었다. 공원을 휘감고 있는 낙원동일대의 골목엔 고만고만한 영세상가가 수 없이 많은데 그 중에서 네온처럼 명멸하는 이발소간판이 돋보인다. 더구나 요금이 3.500원이라고 커다랗게 쓴 글판이 발길을 붙잡는 거였다.

 

-파고다공원 후문-

 

서울의 중심 종로일대의 이발요금이 단돈 3.500원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근데 그런 간판은 10m간격으로 경쟁하다시피 있다.

난 이발을 할까 말까?(이발할 때가 됐었다)하며 몇 군데를 여수다 한군데 이발소로 들어섰다.

10평도 채 안되지 싶은 실내는 옛날 고향에 있던 이발소보단 깔끔한데 이발용 안락의자를 5개나 설치하고 부대시설을 배치하느라 사방이 집기들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다가 염색을 하고 있는 분과 대기 손님 세 분이 기다리고 있어 좁은 실내는 만원 이였다.

 

 -이발소 내-

 

이발하시게요?” 흰 가운을 걸친 중년신사가 친절하게 물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흰 가운의 단정한 신사는 벽에 바짝 붙여놓은 긴 의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섯 개의 이발전용의자의 손님과 이발사의 침묵을 요리하는 가위질소리와 드라이소리가 좁은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이발사들은 한결같이 50대쯤 될 노신사들이였다. 그들의 가위질이 프로페셔널 했다. 아마 몇 십 년은 이 직업에 종사한 장인들이 틀림없으리라.

 

-이발소리모델링으로 분점으로 옮긴다는 알림장이 거울에 붙었다-

 

한 분을 이발하는데 십분 정도 걸리나 싶었는데발하고 나가시는 손님들은 만족했던지 밝은 표정에 인사말 남기는 것도 잊질 않았다.

이윽고 나도 전용의자에 앉았다. 머릴 얼마쯤 자르고 모양은 어떻게 할지를 물었다. 10분도 안 걸렸다. 세발할거냐? 고 묻기에 머리칼만 잘 털어달라고 주문했다이 길로 집에 가서 샤워할 참이기에 괜한 수고를 끼치고 싶질 안했다. 머리칼도 진공흡수기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면도는 뒷머리 쪽만 하나 싶었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다 정작 머리길이를 좀 더 많이 잘라달라고 했어야 했단 걸 간과했다. 카트를 하나마나 한 것 같아 아쉬웠는데 겉옷이 이미 벗긴 참이라 그냥 나왔다. 요금을 묻자 3.500원이라고 했다.     

 

금싸라기 땅, 종로2가의 이발소에서 3.500원에 이발을 한다는 사실은 현실이다. 헤어스타일은 손님취향대로, 꼭 필요치 않은 서비스는 생략이다. 이발달인들이라 실수도 없을뿐더러 속도감도 있어 좋다. 물론 오만가지 서비스에 눈 잠시 붙일 휴식이 필요한 분에겐 별로일 테지만 말이다.

 

-명동입구-

 

대한민국 어디에서 이렇게 싸고 완벽한 이발을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염색까지 5천원정도의 요금으로 말이다.

 

서울사람들은 좋겠다. 나름 구석구석 수소문하면 저렴하고 풍요로운, 정감 뭉클한 만족감에 취할 곳이 많아서다. 우리내외는 경동시장을 알게 된 후론 익산에서 농산물을 구해쓰는 걸 잊었다. 애들이 서울서 대학 다닐 때부터 근 이십년간을 시골에서 마련해온 주`부식거리 구입처를 이젠 경동시장으로 바꿨다.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농수산물은 죄다 경동시장에 집하되어 경쟁하다보니 값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어 시장은 사시사철 인파로 넘친다.

 

기역과 청량리역에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건 전철무임승차를 이용한 탓이다. 젊음이 부대끼는 으리으리한 대형마트와는 사뭇 다른 구닥다리들의 떠들썩한 경동시장은 재래시장의 진풍정에 흡씬 빠져볼 수 있다. 얼추 경동시장에서 농수산물을 구매하여 시골에다 내다팔아도 수지타산이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땐 도대체 생산원가라도 건질까 하는 의아심이 생기기도 다반사였다.

 

-경동채소시장-

 

경동시장의 값싼 농산물에 발품 파는 우리부부는 이따금 호화호텔에서 식사할 때도 왕왕 있다. 대게 둘째가 순수하게 지 호주머니만을 털어 쏘는 게 아니기에 낼름 따라나서곤 하지만 홀짝마시는 와인 값엔 고갤 젓는 나다.

3,500원짜리 이발 열 명을 해야 싼 와인 한 병을, 10만원을 훨씬 넘는 와인일 경우엔 몇 십 명을 이발해야 와인 한 병을 마실 수 있어 참 야릇한 상념에 젓기도 한다.

 

-경동청과일시장-

 

종로2가와 을지로입구는 걸어도 체 5분이 안 걸리는 근거리인데 말이다. 을지로입구의 명동일대 상가는 젊음과 불빛으로 날밤을 새우고, 파고다공원일대와 경동시장은 노인들이 낯을 밝힐 뿐이리라. 해도 난 경동시장이 좋고, 이젠 이발하려면 파고다공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며칠 전엔 둘째의 주선으로 프라자호텔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음식값도 그렇지만 반주로 입가심한다는 와인은 향과 맛이 부드러울수록(술맛 모르는 나를 위해 주문한) 와인값은 이발소 몇 번 드나들 횟수와 비례한다. 

사실 돈도 돈이지만 즐건 식사시간에 파안대소는 고사하고 조간조간 귓속말 하며 주위사람들 의식하는 불편한 형식이 식사예절인양 감수해야 한다는 게 싫다. 해서 시골밥상이 제격인 난 일년에 몇 번 가는 호텔식사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롯데월드 어트랙션입구-

 

엊그젠 손자꼬맹이들 데리고 롯데월드엘 갔었는데 그곳은 10~20대 남녀의 유토피아처럼 보였다. 거금48,000원으로 자유이용권을 구매 모든 프로그램을 접하려 했지만 어트랙션과 어드벤쳐입장은 꼰대들에겐 그림의 떡이기도 했다. 어린애와 65세 이상의 노인에겐 입장사절이라 낭패였으나 내가 어때서? 우기며 신나는 어드벤처에 동참했다.

 

-어트랙션 한 코스를 즐기려면 반시간을 줄 서야한다-

 

하지만 새파란 청소년들 틈에 낀 늙은 꼰대인 우리부부가 돈쓰고 눈총 받는가싶어 자괴심을 씹어야 했다. 4만8천원이면 이발소에서 깍듯한 영접을 열세 번은 받으며 예쁘게 단장까지 할 판인데, 천덕꾸러기 신세노릇을 눈치껏 감당해야 했던 롯데월드였다. 팔팔한 이십대들의 유토피아엘 꼬마들 핑계대고 겁 없이 들어간 죄(?)치곤 넘 재밌었다.

 

 

서울은 호주머니가 가볍고 나이들어도 살기가 좋은 곳임엔 틀림없다. 전철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저렴하게 이용 내지 무료로 애용하여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모든 인프라가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구축돼 있어 살맛나게 살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다만 미세먼지와 소음규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말이다. 

2016. 06 

 

-석촌호수-

-매직아일랜드-

-아틀나티스&자일로스윙-

-언더랜드&스케이트장-

-풍선타고 본 스케이트장-

-호텔와인바의 와인-

-외국인관광모녀, 초미니선풍기로 더위와 기다림의 고역을 달래고 있다-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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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하일 2016.07.12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잘썻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