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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싱가포르 보타닉정원 - 유내스코 식물문화유산

싱가포르 보타닉정원 -

     (세계에 3곳 뿐인 유네스코 식물문화유산)

 

병신년새벽에 해맞이 대신 이스트코스트 파크를 어슬렁거리며 페라나칸인들의 새해맞이를 엿봤던 우린 점심 후에 보타닉정원을 찾았다. 식물원으로썬 아시아에선 첨으로, 세계에 단 세 군데 밖에 없는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보고(寶庫)를 찾는 설렘은 날씨까지 한껏 날갯짓해줬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가끔은 소슬바람이 수풀사이를 살랑거리며 특유의 열대우림향기를 뿜어줘서다. 낫씸`(Nassim Gate)을 통해 들어선 우린 앞마당에 코린트식열주마냥 우뚝 서있는 야자수들의 위용에 압도당했다. 씨알 작은 배불뚝이야자수는 분수 속에서 수상식물이 됐고, 방문객들은 분수 가에 빙 둘러앉아 식물의 보고에 눈떠 넋 놓고 있나싶었다.

태곳적 숲을 향하는 탐방로는 사통오발이다. 일곱 개의 태마공원으로 구분한 식물원은 어디를 향하던 울울창창한 열대식물터널에 들어서고, 그 터널을 뚫고 구름을 이고 있는 거목들의 위용에 고개가 아파야한다. 숲은 그냥 숲이 아니다. 오만가지 꽃들이 나의 발등에서부터 코끝까지 스킨십을 해주고, 눈과 맘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한다.

그 숲 내음과 꽃 향에 취하며 발걸음을 때다보면 초록초지구릉이 펼쳐지는데 사람 꽃이 만발했다. 그 사람 꽃들은 에메랄드 호숫가에 한사코 매달려있는데 사람들을 홀리는 건 백조 아님 자라와 잉어들이다. 정월초하루 연휴여설까? 가족 아님 연인들이 그린캔버스에 알록달록 꽃잎이 됐고, 엷은 구름떼는 이따금 파란하늘을 열어 눈부신 햇살을 쏟아냈다. 낙원이 별거고, 파라다이스가 정녕 꿈속의 땅일까?

나는 보타닉정원이 품고 있는 식물들의 이름을 모른다. 아름다운 꽃들이 이름도 모른다. 나무의 이름도 모르고 이상한 울음소릴 질러대는 새들의 이름도 모른다. 숲속을 부스럭대는 곤충의 이름도 모르고 호수속의 어류들 이름도 모른다. 물론 인화(人花)를 이룬 사람들의 이름도 모른다.

모른 것뿐이기에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됐다. 뭘 몰라서 거침없는 순진한 어린이다. 오롯한 휴식은 어린이세계로의 여행일 것이다. 보타닉정원은 그렇게 나를, 일상에 찌든 내 맘을 씻어주는 식물원 이였다. 이 낙원을 도심의 심장으로 간직하고 있는 싱가포르시민들이 부러웠다. 일상에서 벗어나고픔 그 심장을 찾아 발품만 함 된다.

공짜(네셔널오차드 공원은 입장료가 있다)여서 맘만 내키면 달려와 뒹굴면 된다. 배고파죽겠다고 꼬맹이들이 보채기만 안 했어도 우린 땅거미 짙은 그 파라다이스를 부엉이 눈으로 한참 더 뭉그적댔을 거다.

싱가포르에 1822년 첫발을 디딘 영국인 스탬포드 래플스 경은 식물학자였다. 그래서 꾸민 식물원과 실험용 정원은 그의 사망 후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지만 1874년부터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화훼 산업, 하이브리드종 개발 등 연구와 더불어 정원 조성에 힘쓴 결과 국제적인 수준의 열대식물 전문 기관으로 발전했다.

156년 된 보타닉가든은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고, 싱가포르 정부는 원예와 식물학에 관한 연구에 투자하면서 보타닉가든의 시설을 개선하여, 2020년까지 440만 명으로 증가할 방문객에 대비할 예정이란다.      2016.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