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본 활동사진-스타워즈(깨어난 포즈)
어제 밤엔 뜬금없이 스타워즈7편 <깨어난 포스>를 봤다. 전 지구촌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서도 오늘 개봉하는 영화인데 훈이가 그 걸 놓치지 않고 내게 선물함이라. 영활 좋아하긴 하지만 공상과학영화에 별로인데다 더구나 싱가포르에서 영화감상은 꿈도 꾸질 안한 참 이였다. 한글자막 없는 영활 볼 생각인들 했겠는가. 근데 훈인 밤10시20분 상영티켓(두 꼬마들을 동반한)4장을 이미 예매한터라 따라나섰다. 영화도 영화지만 훈이의 성의와, 싱가포르의 영화관과 관객들의 분위기도 읽을 겸 해서였다. 또한 진정한 스토리텔링이기 보단 황당한 공상과학영화이기에 (CG그래픽)현란한 우주전쟁의 볼거리 일거라 생각되어서였다.
훈이는 영활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바타상영 땐 새벽4시반프로를 예매하여(그날 낮 티켓이 이미 동나서) 분당까지 달려가 감상할 만치 영화팬인데다 효심 또한 지극하다. jj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워즈6편; 제다이 귀환’이후 30년이 흐른 배경의 얘길 좀 더 새로운 발상으로 개진한 거란 데, 레이의 쓰리피오와 알투디투=BB-8, 엑스윙, 타이파이터, 밀레니엄 팔콘이라는 최신예 우주병기들의 공중전을 보는, 어쩜 다소 황당한 만화영활 본 느낌 이였다. 영어도 모르고 자막처리 된 한문도 깜깜해 더더욱 무성과학영화 - 활동사진을 보는 기분 이였지만, 스타워즈시리즈 같은 공상과학영활 좋아하는 마니아가 많아서 극장은 만석이었고, 간혹 장내는 폭소가 터져 나오곤 했다.
영화관객은 세계 어디든지 동족 동감인 셈이다. 아니 문화예술은 세계인을 한속으로 동질화시키는 위대한 힘을 갖는다. 자고로 문화는 총칼보다 무섭다. 일제의 우리문화말살정책의 트라우마를 지금도 우린 겪고 있잖은가. 그래서 되씹는 얘기인데 여기 싱가포르에서도 한류문화의 위력은 대단하단다. 특히 여성들의 한류동경은 상상이상이라 한류뷰티`숍 인기는 대단하다고 했다.
네일아트, 마사지`숍, 피부관리`숍, 미장원의 한류는 서비스료도 거의 두 배쯤 받는다. 10~15만 원쯤인 파머요금이 한국인미장원에서 한국산재룔 쓰면 25만원을 호가한다니 놀랄 따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외모가 수려한 편이지만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다보니 개성 없는 인형들의 공화국-스타워즈 같단 혹평을 들을까 망상해 보면서 말이다. 싱가포르시민들 옷차림세는 검소하고 자기본위인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 과민하지 않나싶다. 번화가인 오차드로드, 마리나베이샌즈의 화려한 몰에서 한나절을 갈팡질팡해도 눈에 띄게 화사한 옷차림은 어쩌다 할 정도로 보기 어려웠다.
그보다는 후쭐그레하고 떼껍 낀 것 같은 옷차림의 남성들 옆을 지나칠 땐 때론 땀 냄새를 맡곤 하는데 평소 잘 씻질 않는 탓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면 싱가포르의 물 사정은, 아니 절수는 치사할 정도란 생각이 들어서다. 호텔이던 삼류몰이건 간에 화장실의 수도꼭지는 손바닥 적실만큼만 찔끔 물이 나온다. 세수하려면 한 손으론 수도꼭질 누르고 다른 한 손에 물을 받아 씻어야 한다. 일류식당도 식수를 공짜로 주지 않는다. 휴지도 마찬가지다. 자연히 씻을 기횔 못 갖는 편이다. 더구나 상하의 날씨라 땀에 찌들 수밖에 없을 테다.
말레이시아에서 타조농장엘 갔을 때 무심코 화장실에 들어가 급하게 큰 일 봤다. 옛날 우리의 재래식변소처럼 집 한 켠에 떨어져 있었는데 화장지가 없었다. 고함처서 가까스로 해결해야 했다. 싱가포르화장실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다. 화장지가 떨어져 미처 끼우지 않을 때가 있어서다. 암튼 싱가포르에선 외출 시 식수와 화장지는 꼭 챙겨야한다.
나무 한 그루 아끼는 심정에서 절수와 휴지남용을 일상화했는지 모르지만 전기남용과 외식주의는 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전기는 낮보다 더 밝게 조명을 한다. 원자력에 의지한 전력이라 절전해야 마땅함인데 관광천국이라 시가지를 밝게 하려함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치수관리도 빼어났다. 도로가엔 10m간격으로 하수구가 있어 빗물은 지름 30cm관을 통해 하천으로, 그 하수도는 대형하수관을 통해 바다로 연결됐다. 그래서 매일 쏟아지는 스콜은 도로나 하수도를 청소하다시피 하여 큰 홍수가 나도 금세 물이 빠지는 거였다.
게다가 낙엽을 매일 기계로 흡입청소하니 시가지가 깨끗해지는 소이다. 몸은 덜 씻어도 시가지는 깨끗이 하는 참 묘한 싱가포르시민들이란 좀 과장된 생각이 드는 거였다. 어제 밤 영화 <깨어난 포즈>를 볼 때 내 옆의 홀로남자는 연신 캔 맥주를 마시며 웃기는 장면 때면 몸살을 치며 대소했다. 그때마다 찌든 땀 냄새가 맥주냄새와 믹서 돼 진동했다. 좋게 말해서 영화광팬은 어디든 있게 마련이고, 사는 곳은 대동소이하다. 영화관이 대중을 위한 오락집합체인 이상 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극장의 의자는 크며 안락했고, 앞뒤간격도 여유로워 우리내 사정보다 좋았다. 많은 관객이 입`퇴장하는 질서도 우리 못잖았다. 다만 성깔 급한 일부 관객이 앤딩자막이 한참인데 일어서서 설래방귀를 뀌는 사람이 서울보다 많았다.
손자 윤이는 나와서 “할아버지 재밌었어요?” 물었다. 활동사진만 보고 나온 나는 “응”하고 대답했다. 성훈이는 영활 보기 전에 윤이더러 '할아버지께 가끔 설명해 드려라' 라고 할 만큼 두 꼬마는 소토리를 훤히 꿰고 있었다. 영활 보면서 웃고 킥킥대는 녀석들의 꼬락서니를 지켜보았던 나는 이제 두 꼬마손주보다 뒤처진 늙은인가 싶어 우울했고, 한결 놈들의 일취월장에 뿌듯했다.
싱가포르에서 본 스타워즈7편은 괴상한 무기와 이상한 인종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전쟁 - 번갯불에 콩튀겨 먹는듯한 활동사진을 두 시간 동안 처다본 셈이다. 201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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