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나의 싱가포르 체류기 (6)-창이빌리지

 

창이`빌리지. 2015. 12. 12 (토)

 

 

-생전 첨 해먹을 차지해 신난 은이-

 

큰애 아파트서 이스트코스트`고속도로를 타고 창이국제공항을 향하면 뭍 끝에 창이빌리지란 쾌적한 전원마을이 해변을 끼고 있다. 늘 푸른 나무들이 초지위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공원은 남국의 파라다이스 같다.

바다 바로 앞 저만치엔 검푸른 육지가 기다랗게 뻗어 있는데 Pulau Ubin섬이다. 싱가포르령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국경을 이룬단다.

 

-세찬스콜에 머리칼 푼 야자수-

 

파라다이스 같은 창이`빌리지파크에서 토욜 오후를 즐기려 주차장에 들었을 땐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스콜이겠거니 여기며 빈 정자(방갈로)를 찾는데 이미 소풍객들이 점령하여 우린 어느 낚시꾼부부가 선점한 정자에 짐을 내렸다.

바비큐장소8(훈이가 어제 문의했던바 A지구 8군데의 바비큐장소는 이미 예약완료)이란 팻말이 소나기에 반질반질하다.

 

-빌리지파크엔 바베큐파티장이 8개 있다-

 

세찬비바람과 동시에 백인가족 다섯 명도 들어왔다. 좁은 정자엔 울 식구 아홉 명을 비롯해 다국적인종 열여섯 명이 몸을 비비게 된 셈이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바람도 세차진다.

장대비가 바다를 훑고 온 미친바람을 타고 폭풍우처럼 휘갈긴다. 야자수가 미친년처럼 머릴 풀어헤치고 정박한 화물선에 신홀 보내고 있다.

정자는 안까지 속수무책으로 비바람에 할퀴고 사람들은 겨우 상반신만 비바람을 피할 뿐이다.

 

-바다 건너 pulau ubin섬-

 

내가 열흘 남짓 겪은 스콜이 아니다. 마치 우리나라 태풍같다. 낚시꾼아줌마는 오후4시경쯤엔 겔 거란다. 수십 년을 여기서 살아온 경험의 일기예보였다.

허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엔 울들의 배는 또 한 차례의 배고픔의 전쟁을 치러내야 한다. 백인가족은 선채로 맥주병을 입안에 넣곤 스탠드파티를 하자고 떠들고, 우린 웃으며 농담 나누느라 정자 안은 순간 폭풍

울 잊었다.

 

 

한 시간여를 뭉그적대다 빗발이 뜸해지자 모두 정자를 나서 창이빌리지 푸드코너를 찾아들었다. 제법 규모 큰 상가아파트단지 1층엔 백여 개는 될성부른 (서너 평의 부스)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아 요리를 해내는 거였다.

입맛대로 주문한 한 접시의 음식을 들고 끝없이 빙 둘러 이어진 노천테이블에서 느긋하게 시간과 음식을 씹는 그들은 도대체 바쁨과는 거

리가 멀어 보인다.

 

-초만원인 로컬식당-

 

손님이 자릴 뜨면 꾀째째한 중년아줌마가 식탁보다 더 더러울 것 같은 행주로 떨어진 음식찌꺼기를 훔쳐내고, 기다린던 손님은 그 자리에 음식 한 접시와 궁뎅이를 동시에 내려놓는 거였다우리 보기에 청결식탁은 시다바리아줌마나 손님도 그것으로 끝일까 싶다.

우린 테이블 두 개를 차지한 후 큰애가 음식 주문하러 부스를 향하고, 둘째는 휴대한 물티슈로 식탁을 닦았다. 아홉 명인 우리 식구는 식성도 좋아 각기의 (부러)골고루식단은 언제나 다양하고 푸짐하다.

 

-창이빌리지 버스종점-

 

게다가 비싼 맥주와 음료도 빠지지 않는다. 나는 느긋하게 시간을 죽이며 왁자지껄 난장판 같은 세계인들의 먹거리광경에 눈 팔렸다.

후쭐그레한 젊은 남성 몇 분이 앞치만지 보자긴지 모를 천 조각을 하반신에 걸치고 화단으로 나오더니, 담배 한 개비씩 물고 달디 단 휴식을 빨아들여 길게 내뿝는다.

검튀튀한 옷과 앞치마와 얼굴색이 비스무리하다. 필터 끝까지 태우곤 각자부스 속으로 사라진다. 손 씻을 생각일랑 아예 없지 싶다.

 

-창이빌리지 포구-

 

부스 속 두서너 명의 레스퍼가 빚는 로컬음식은 먹을 만했다. 사탕수수생주스는 처음 맛 봤는데 어릴 적 단수수 씹어 삼켰던 즙 맛보다 못했다. 보다는 식후 주문한 커피가 기상천외였다.

비닐봉지에 빨대와 같이 넣어준 커피는 진하고 양도 많았고, 빨리 식는 걸 방지하러 비닐주둥일 묶는 끄나풀도 달렸다.

그 실로 커피비닐봉지를 묶어 휴대한 채 빨대로 빨아먹으라는 거였다.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커피를 든 필자-

 

우린 식당가에 들어서며 이 풍정을 알아채질 못해 심지어 아내는 무슨 젓갈봉지를 들고다니냐? 고 의아해 했었다. 휴일에다가 비 땜일까?  인근 공항에 내린 손님들이 대기시간 때움일까?  어디서 뭘 하러 이렇게 많은 다민족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고 있을까?

버스종점이기도 한 화장실에선 어떤 노인이 입장료를 받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손님을 미처 감당 못해 나와 꼬맹이들은 인파에 휩쓸려들어 공짜로 배설의 쾌감도 만끽했다.

마치 옛적 우리네공중변소의 추억이 그리워 타임머신 탄듯한-.

 

 

선진국 싱가포르시골풍정이 주는 달콤쌉싸름한 추억씹기 선물 이였다비가 그쳤다. 다시 바닷가 공원을 찾았다. 신기한 건 그 많은 빗물이 다 어디로 사라졌냐는 거였다.

싱가포르가 화산섬이란 걸까? 물 빨아들이는 화산석의 초지는 보송보송해져 자릴 펴고 훈이는 해먹을 쳤다. 보기보단 편하다고 나더러 올라타라는 거다. 근데 내 탈 틈이 어디있겠나. 꼬맹이들이 어른이다.

훈이가 가족에게 쏟는 정성은 감동이다. 혈압 약 땜에 내일 애들과 떠나려했던 비행티켓을 19일자로 연기시킨 것도 그였다.

 

-빌리지 식당가-

 

대체 약을 구입해 와서 끼니때마다 챙겨주며 더 머물다 귀국하라고 간청하는 효성에 아낸 굴복했던 것이다.  글곤 연기한 걸 못내 후회하는 아낸 또 내 탓 타령이다.  '안 된다'라고 잡아때지 못하고 물러터져 덩달아 같이 춤췄다고~?

낼 귀국하는 둘째는 혈압약을 공수해줄 것이다.

공원초지에 자릴 깔고 맑고 시원한 남국의 바닷바람에 시간을 잊는다.

회색하늘은 우중충하고 거대한화물선이 시간을 붙잡고 늘어져 기어간다.   

아내와 난 창이`포인트`코스트`워커란 긴 이름의 해변길 트레킹에 나섰다.

 

 

 

바이클족이 질주하고 데이트커플이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는 공원을 가로질러 아까 식당가에서 멀지않은 선착장을 향했다.

인근 섬들을 래왕하는 관광객들로 반시간마다 보트들이 들락거리고 있는 부두엔 '창이비치파크'를 비롯한 호텔이 그림처럼 들어섰다.

일단의 단체학생들이 돌아와 정원에서 바비큐파틸 하느라 조용한 해안이 소란하다.  아까의 로컬식당과는 여유로워 보였다.

 

 

나무데크로 단장한 해안길을 걷다가 다시 장대비를 만났다.

! 멋있는 이 해변길을 해질녘까지 걸었음 싶은데~. 오늘은 스콜이 설사라도 났단 건가?  뛰다시피하여 망루에서 소나기를 피한다. 

대여섯 명의 다국적인종이 스콜에 쫓겨 망루에 갖혔다. 

인도계남성 세분이 풍기는 이상야릇하고 특유한 카레냄새는 우리부불 곤역스럽게 해 되돌아 섰다.

그들도(외국인이) 우리 부부옆을 스치다 맡는 김치냄새도 그럴테다.

 

 

앞이 안보이는 비바람바다를 조그만한 보트들은 쉼 없이 드락거렸다. 세상이 쟂빛으로 가라앉는가 싶는데 태양은 곧 떠오를 거라고 시위하나 싶다.

삶은 참 질기다. 50여m 전방 뻘과 바닷불이 교차하는 흙탕물 속, 비바람 속에서도 어떤 어부는 허리께까지 물찬 바다에서 투망질 하고 있었다. 무슨 물고기가 얼마나 잡혔을까?

잡힌 물고기는 어부의 맛있는 반찬이 되기위해 태어난 임무를 다하고 사라질테고~!

삶은 어디서나 고만고만하게 계속되고 있음이다.

 

 

 

 

-자전거 길-

-어린이 놀이터, 금새 물이 빠졌다-

-오래된 회회나무엔 어김없이 기생난초가 공생한다-

-창이비치파크 호텔 원경-

-바이클링 커플-

-산책로-

-소형보트 정박 부두-

 

-부두 선착장-

 

 

 

 

-트레킹로-

 

-나무데크 해안길-

 

 

 

-파크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