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이스트코스트 파크웨이

이스트코스트 파크웨이 (2015. 12. 14) 

 

-호수와 그림자와 바다와 화물선해안선-

 

그랜드 머큐어 록시호텔 옆 큰애네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덕에 이스트코스트 파크는 도보로 10분쯤 걸린다.

이스트코스트 파크를 관통하다시피 하는 12km에 달하는 파크웨이자전거도로는 잘은 몰라도 세계 여느 자전거도로도 넘볼 수 없는 자연풍광과 노면상태로 싱가포르의 자긍심이기도 한단다.

 

 

 마리나베이에서 창이국제공항 위 창이빌리지까지의 자전거전용 길은 보행길(15km)과 동무하며 해변과 상록수들이 즐비한 공원을 끼고 달린다. 그 자전거 길을 품은 공원엔 쉼터와 방갈로, 놀이터와 바비큐파티장 그리고 각종 스포츠시설이 있다.

그러나 이 자전거도로의 진짜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록수림 사이

로 푸른 인도양을 휘돌아 달리며 시원한 바람결에 흥얼댈 수 있다는 거다.

 

 

 

196589.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리콴유 총리가 1970~80년대부터 '가든시티' 정책을 입안 개발하기 시작했단다. 경제성장정책이 최우선 이였지만 리콴유수상은 녹색도시에 대한 꿈을 꾸준히 펼쳐 오늘날의 가든시티-싱가포르를 탄생시켰다.

 

 

 

콘크리트도심과 녹지공간의 조화는 상하의 섬의 온도를 2~3도 낮추는 효과를 낳았고, 세계의 관광객들은 싱가포르의 녹색물결에 반해 찾아들었다. 교통의 요지에 차별없는 상하의 녹색도시~!

지난번에 식구들과 마리나베이를 향했던 바이클을 난 오늘 오후4시에 반대편 창이공항 쪽을 향했다.

 

 

 

초지에 열대수림이 갖가지 모형으로 자태를 뽐내며 우거진 공원에 깔끔하게 뻗은 자전거전용도로는 바이커들에게 환상의 코스다.

열대수림 사이로 언뜻언뜻 얼굴 드미는 인도양의 검푸름을 안고 달려온 해풍이 얼굴을 스치다보니, 한낮의 열기와 지겨움일랑 까마득히 잊어진다.

게다가 어떤 장애물도 없으니 사방을 구경하면서 달려도 사고 날 걱정이 없다. 참으로 편안하게 즐길수 있는 바이클인 것이다.

 

-고속도로 같은 자전거전용도로, 좌측 황색선 바깥은 보도-

 

이름을 몰라 한스럽긴 했지만 덩치 큰 상록수들의 기묘한 자태며, 화사한 꽃들, 매끈한 야자수의 열병을 받다가 수양버들처럼 늘어진 남방소나무 사이를 달리는 상쾌함은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게좋다,  

숲 사이에 들어선 그림 같은 집들을 보노라면, 파라다이스가 여길까 싶은 착각에 빠져든.

반시간쯤 달리다 벤치에 엉덩일 걸친다. 우측에 펼쳐지는 해변의 파노라마가 환장하게 멋져서다.

 

 

 

검푸른 바다가 사선의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고, 하얀 모래톱에 어린이의 장난질이, 한 커플의 데이트가 한 장의 엽서다.

바다를 파고든 부두다리에선 낚시꾼들이 인도양을 낚아 올리고, 화물선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수평선을 뭉개버렸다.

저 수백 척의 화물선들은 하필 왜 여기서 머물까? 뜨거운 태양아래서

비싼 정박료를 물어가면서 줄 서있는 꼬락서닐 보자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고 부러웠다.

 

-해안망루와 화물선의 수평선-

 

지정학적으로 싱가포르 못잖은 항구가 동남아엔 많을 것이다. 근데도 싱가포르가 허브노릇을 하는 걸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첫째는 모든 공직자들이 부패하지 않고 청렴결백하다는 것일 게다.

기회균등하고 일처리가 빠른 건 당연지사며, 눈치보며 스트레스 쌓일 리 없으니 땡볕에 좀 기다린 단들 손해 볼 것 없어서일 것이다.

 

-자전거 대여소-

 

연줄 찾아 뒷돈 줘야 끼어드는 우리사회완 질이 다르다. 조그만 여객선(세월호) 하나 관리도, 사고수습도 못하는 우린 세계의 비아냥 꺼리일 것이다. 아니 그런 나라항구에 미쳤다고 정박할 건가?

우리정부가 동북아 허브 항을 만든다고 침 튀길게 아니라 구린내 나는 사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지네들이 스스로 꾸역구역 몰려들게 해야한다. 

 

 

훤칠한 야자수길을 달린다. 우리의 영산홍 같은 꽃이 때때로 길섶에서 웃을 땐 반갑다. 더 반가운 건 공원주택가에 한글간판이 버젓하다는 거였다.

바비큐전문점 '주신정'인데 집에 와서 물어보니 꾀 유명세를 치루고 있단다. 이쯤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한 분들이다.       이곳 아파트는 서울도곡동의 고층아파트와 비견될 정도로 주거지역으로 최고란 거다. 

 

-바비큐점 주신정-

 

2인용 자전거, 특히 4인용 자전거에 탄 가족들을 지나칠 땐 그들 중 누군가는 꼭 미소를 보낸다. 왜소한 체구에 까무잡잡한 그들이 나를 이방인으로 봤어서일까? 라고 여겼는데 큰애의 해명은 그게 아니었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계의 종족들이 융합하고, 영국과 네덜란드의 지배하에서 생존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민족이 됐고,  그들은 친절과 배려를 습관화한 거란다.

 

-스쿠터(?)를 수리하는 아저씨-

 

제 눈에 안경이듯 생기긴 우리가 훨씬 더 잘 생기고, 피부도 고운데 거리에서 만나는 얼굴들은 근엄하다. 친절하게 웃으면 추파를 떤다고 광인취급해서일 테다.

초지 위에 떨어진 낙엽을 빨아들이는 스쿠터(?)운전아저씨가 고장이 났던지,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더러 도와달란 데 뭘 통해야 하지. 미안코 창피했다. 그가 웃으며 '꼬레안~?'이라 물었다.

영어회화공부 좀 한다면서 이제야~~?’하며 합리화시키곤 했는데 후회막급이다.

 

-4인용  자전거-

 

싱가포르가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 하나는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땜이라중국말과 말레이시아어가 믹서 된 싱글리쉬가 존재하는 건 상용어가 영어여서란다.

한 시간 반쯤 달리니 창이공항근방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턴 공항을 휘돌며 창이빌리지를 향하는 창이-시메이 자전거도로 일 테다.

난 여기서 되돌렸다. 바다매립공사가 한창이고 연계된 자전거도로도 공항활주로여선지 나무가 안보여서다.

 

-해변의 남방소나무-

 

싱가포르는 땅덩이가 서울만 한 섬나라인데 그나마 70%는 녹지다. 시내 어디든지 키 크고 우람한 상록수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빌딩과 아파트는 숲 속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품새다.

그만큼 가용녹지가 많다는 것 일게다. 암튼 국토교통청(LTA)2030년까지 모든 주거 지역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하여 교통체증을 완화할 예정이란다.

 

-숲 속의 연립주택과 자전거도로-

 

차량증가를 억제하며 산소도시-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게다.

"나무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지요." 싱가포르시민과 정부의 나무사랑 타령이다.

거리에 나서면, 공원엘 가면 그들이 나무를 어떻게 사랑하고 관리하고 있는 지를 금세 알게 된다.

나무관리 전담부서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 공사 땜에 나무를 훼손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란다.

 

 

누구도 나무를 함부로 다룰 수가 없다. 우리처럼 여차하면 싹 뚝 가지 잘라버리고, 고사시키는 엉터리 환경정책을 싱가포르시민들은 어찌 생각할까

한 그루의 성장한 나무의 연륜은 몇 십년이다. 그 몇 십년을 아무 생각없이 단순히 편리함 탓에 죽이는 행정이 미개한 후진국 다름아니다.

'녹색도시 만들기 40년'이 싱가포르를 지상의 유토피아로 태어나게 함이라.   

 

-마리나베이쇼핑몰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

 

-자전거도로에서 본 플라워돔-

 

 

-자전거길서 본 가든스베이 플라이-

-스케이트보드장-

--화물선이 만든 수평선-

 

 

 

 

 

 

 

 

 

 

 

 

 

 

 

 -수평선을 이룬 화물선들-

 

-오페라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