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언의 좌충우돌

 

-호수위 정자, 원숭이들이 환대한다-

 

태곳적 열대우림을 다섯 시간동안 후비고 메리마운티 (MRT)전철역사에 닿은 건 오후 6시 반을 훌쩍 넘어서였다. 서울 같음 겨울이라 어둠이 짙게 깔릴 참인데 여긴 땅거미그림자도 아직 이였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들 채크 진입하자 빨간 경고등이 점멸하며 요란하게 부저가 울린다. 순간 당황하여 물러섰다가   다시 시도했지만 상황은 똑 같고 게이트문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러시아워라 내 뒤로 줄서있는 인파의 눈초리도 거슬렀지만, 게이트 안에서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던 역무원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다가서는 통에 얼른 자리에서 비켜섰다.

 

-호반 위 카누연습이 한창이다-

 

인도계인지 까무잡잡한 얼굴에 곱슬머리인 역무원은 왕방

울만한 눈을 나한테서 때지 않고 뭐라고 중얼대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엉겁결에

아임 코리언 노 스피큰 잉글리시-”라고 말이 되던 안 되

던 생각나는 대로 종알대다 시큰둥해 하는 그에게 다시

와이 디슨트 마이카드 헬프 미?”하며 교통카드를 들고 잔뜩 긴장한 채 그를 쳐다보며 경직 돼가고 있었다.

그가 뭐라 씨부렁대면서 다가서더니 나의 교통카드를 가리키던 손을 들어 저쪽 부스(창구)를 향해 가라고 손짓 하는 거였다. 부스안의 여자가 그 정황을 빤히 내다보다 역무원과 뭐라 주절대더니 시선을 내게로 향하며 카드를 갖고와보라는 듯싶었다.

 

-멀리 마라토너들도 호수에 그림잘 남긴다-

 

난 부스구멍에 카드를 집어넣었다. 카드점검을 하던 여직원이 역무원에게 다시 뭐라 말하자 그는 웃으며 나를 향해 노 머니 노 머니라고 하는 거였다.

정상적인 영어론 불통이란 걸 안 역무원이 알아듣기 쉽게 두 단어를 뇌까리며 나를 향해 표정연기하며 바짝 다가섰다. 난 곧장 뒤 포켓에서 S$10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한

장을 내밀자 그는 창구 안을 손가락질 하고, 여직원은 웃으며 부스구멍을 가리킨다. 여직원은 내가 밀어 넣은 S$10을 카드에 적립하여 되돌려줬다.  말이 필요 없는 무언극을 잘도 하고 있었다. 카드를 받아 개찰구에 터치했다.

 

 

-트리 탑 워커. 출렁다리는 원웨이 일방통행이다-

 

개찰통로를 빠져나오는 나를 향해 역무원이 함박웃음으로 배웅한다. 고맙단 생각도 미처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던 나는 그를 향해 땡크스 배리마치라고 얼머부리며 손을 들자 그도 손을 흔들었다.

부스안의 여직원도 서서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 거였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전동차가 들어서더니 승객들이 쏟아지고 일단의 승객들이 올라탄다. 급박한 순간에 전동차진행방향이 아까 내릴 때완 반대란 생각에 얼른 꼬리 물어 올라탔다. 만원이다. 에어컨바람에 실린 후덥지근한 역겨움이 콧구멍을 통과하곤 허파까지 들쑤셨다.

 

-하늘의 문신-

 

순간적으로 이 열차방향이 맞기는 한 건지? 불안이 엄습했다. 객차천정의 디지털표지등에 흐르는 자막을 기다렸다. 잠시 후 다음역이 비산이라는 자막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뿜었다. 참으로, 내 평생 이처럼 긴박하고 불안하며 초조했던 몇 분간이 있었던가 싶은 한 순간 이였다.

싱가포르MRT는 종점이름을 알아야만 방향을 알고 승차할 수가 있다. 서울지하철처럼 플랫폼에 열차진행 모니터도 없고, 승강구에 열차진행화살표로 다음역명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오직 열차의 종점이름을 알아야 방향을 가늠하고, 아니면 객차안의 디지털안내글자판으로 다음역명을 읽고서 방향을 확신할 수 있었다.

 

-트리 탑 워커 중간지점의 필자-

 

지도를 꺼내보니 내가 내릴 다코다역은 여덟 번째였다. 약간의 긴장이 풀렸다. 아까 갈 땐 아파트 옆 (공짜)쇼핑몰셔틀버스(11~17시까지 운행)를 이용하느라 파야레버역을 이용한 탓에 다코다역은 가족들과 동행 후 두 번짼데 그날은 버스이용을 안했었다. 그래서 집을 나설 때 큰애가 나더러 다코다역에선 31번 버스를 타라고 일렀는데 막상 버스 승강장에 서니 헷갈리고 불안했다. 여긴지? 아님 길 건너서 타야하는지?

난번 처음 왔었던 기억을 더듬어 방향을 어림잡아 길 건너지 않고 버스정거장에 이르러 흑인 두 분을 만났다.

 

? 진정으로 눈길과 발길을 붙들었다-

 

노선버스안내판에 30,31,32번 노선이 보였다. 순간 헷갈렸다. 31번이 맞는지? 머뭇거리다가 또 콩글리시를 해보기로 했다. 두 흑인 앞으로 다가섰다.

익즈큐스미, 엔드 웨어 투 아이 겟 버스 투 락시호텔?” 라고 얼떨결에 더듬댔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던 그들이 난해했던지 지들끼리 중얼대다가 정색하며 나를 처다보면서, 그러나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

 웨어라 유 ------ 락시호텔?” 이라며 되묻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다만 락시호텔발음만은 분명히 들려

아임코리언, 써티원버스 투 락시호텔?”이라 더듬거리며 정거장노선표에서 31번을 가리켰다.

 

 

 

그들이 알아챘다는 듯 써티원를 손가락질 하며 내게 뭐라 알려주는데 마이동풍격인 셈 이였다. 답답해하던 그들이 31번을 점찍으며 락시호텔이라 말하자 난 그때야 알아들었다는 듯 오케이 땡크스라고 쑥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비로써 나의 질문에 안도했던지 만면에 웃는 얼굴로 여기서 잠시 기다리면 된다. 자기들이 안내하겠다. 여기서 타면 다섯 번째 (손가락을 하나씩 굽히면서)정류장이 락시호텔이다. 거기 투숙하느냐? 지금 어디서 오느냐? 혼자냐? 라고 묻는 것 같은,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열대꽃 리본 한 회화나무-

 

아마 싱가포르 아닌 우리나라에서 그런 정황이였담 그들의 과잉친절을 의심의 눈치로 본 나는 달아났을 테다. 3031번 버스가 동시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그들은 내게 손짓하며 31번승강구에까지 안내하더니 버스기사더러 나를 가

리키며 락시호텔을 연호하는 거였다.

덩치 큰 기사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자기 뒷자석에 앉으라는 거였다. 두 흑인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호수가 하 잠잠해 트레킹 내내 발길 붙드는 그림자들-

 

썩 좋지 안했던 흑인에 대한 나의 막연한 선입견이 참으로 민망한 거였다. 나라면 어찌 했을 텐가? 듣는 둥 마는 둥 도망쳤을 테다. 어찌해서든 도움을 주려하기 보단 귀찮고 흡사 혐오스런 뭔가를 피하듯 하면서 말이다. 싱가포르에서 내가 절실하게 깨달은 건 그들은 누구나 친절하고 배려심이 묻어나는 데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는 거였다.

우린 뭐가 그리 바빠서 뛰다시피 활보하다 가벼운 신체접촉에도 눈알 부라리는지? 더는 지나치는 사람에게 미소 짓다가 얼굴에 주름살 생길까봐 무표정하고 근엄떠는지?

 

-이끼가 연출하는 원시성-

 

버스 속에서 아까의 흑인 두 분과 역무원 두 분의 몸에 밴

친절이 자꾸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거였다. 내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자괴하기도 이번처럼 절절한 적이 없었다. 또한 쥐뿔도 아는 게 없으면서 자만심과 자신감은 얼마나 만만했던지?

싱가포르에 오자마자 식구들과 맥리치공원을 갔다 왔을 땐 버스를 타지 안했었고 큰애의 뒤만 따랐었다. 그런 내가 집에서 버스로 다섯 정거장과 전철역 여덟 번을 거처야 할 초행길을 서울 어느공원에 가듯 무모하게 나섰던 것이다.  

지하철 속에서 와이파이성능따라 통`불통하는 휴대폰이란 걸 생각했고, 13km트레킹 후에 5시가 막차인 셔틀버스 타긴 시간상 어렵단 걸 자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교통카드만 챙겨나서는 내게 큰애가 건내준 현금S$20도 마지못해 받았는데 어찌 할 뻔 했던가?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무임승차하다 적발되면 벌금이 얼마인가? 외국인이라서 봐주는 싱가포르가 아닐 것이다.

친절과 배려의 시민의식과 준법생활은 다르다. 십몇 년 전일이다. 미국의 청년 마이클 페이가 술취해 벽돌로 차량을 부수고 스프레이를 뿌린 사건이 발생했다. 싱가포르정부는그를 체포해 태형(笞刑;곤장 6대를 때렸다)에 처하자 미국사회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선처를 부탁했지만 끝내 형 집행을 해서 해외토픽을 장식했었다

외국인이라서 내국법을 지키지 안 해도 된다는 법령은 없다는 거였다인구 500만도 안되는 서울땅덩이만한 섬나라가 미국의 대통령체면까지 모른 채 하는 법치국가인데, 나의 무임승차를 눈감아주겠는가?

 

 

길가에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방뇨를 해도 S$500~2000까지 벌금형을 때리는데 열차무임승차하다 무슨꼴 당할지 모른다. 몇 년 전에 영국의 부라운총리부인도 휴가지에서 급히 귀국한 통에 잔돈이 없어 무임승차했었다. 나중에 자진 요금정산 했다는 미담이 해외 토픽을 장식 했었는데, 우리나라 같음 영부인이 전철요금 생각키나 했고, 되려 영수처리한 직원은 징계당했을지 모른다.

싱가포르의 범칙금은 1차기한 내에 납부 안하면 촌각도 지

체 없이 3배로 튄단다. 몇 백억 원 세금 미납하고도 떵떵거리며 사는 우리나라완 달리 범칙금 안 내도 버티면 될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법집행도 공정하고 혜택의 기회도 공평해야 사회기강이 잡힌다. 우리처럼 유전무죄 법집행에다 흙수저가 금수저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여선 선진국진입은 요원하다.

집에 들어서니 어둠이 내려앉은 7시 반이 지났다. 아낸 행방불명 신골 해야하나? 라고 했단다. 아내 말따나 다코다역에서 택시를 탔으면 간단하다. 허나 난 부러 버스타기를 고집했었다. 아직 어둡잖아 시가지 구경을 할만해서였고, 담에 갈 때를 대비 지리을 익히기 해서였다.

-숲 속을 걷다 처다보는 하늘문신은 청량제다-

 

오후1시 반쯤에 시작했던 맥리치호반트레킹은 열대우림 속이였지만 몹시 후덥지근했다. 좀 전에 쏟아진 스콜 탓에 그나마 열기는 가셨는데도~.

한 낮이어선지 트레킹족도 드문드문했다. 원숭이도 낮잠을 자는지 오리무중이다. 간혹 괴상한 새 울음소리가 귀 거슬리곤, 숲속에서 뛰쳐나가는 커다란 도마뱀이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어느새 우리나라 여름날의 뭉개구름이 녹색장원을 비집고 모습을 드민다. 하늘은 나뭇잎 문신으로 멋 부리고, 햇살은

빼곡한 우림사이를 칼날처럼 내려치기도 한다. 등짝에서 땀이 송송 구르는 성싶다.

 

-호반 오후의 호젓한 데이트족, 그림이었다-

 

열대우림을 홀로 탐험한다는 기분에 취해보려 하지만 뭐가 뭔지 뒤숭숭하다. 지난 번 식구들과 한 번 걸어본 길이라 긴장할 건 없었으나 인적이 드물어 트리탑워커에 이르기까지 조바심도 났다. 비로써 거기입구에서 일단의 트레킹족들을 만났을 땐 긴장도 놓였. 나무 위를 걷는 하늘길은 500m 이상일 것 같았다. 다리 한 가운데 서도 끝이 아스라이 소실점이 된다. 

현수교 출렁다리인데다 혼자 빠듯이 통과할 수 있는 외길-일방통행길이다.

 

-트리 탑 워커 하강 데크길-

 

우림은 죄다 발아래 깔린다. 시계는 온통 검초록 스카이라인을 만들었고, 멀리 우퍼피어호반만이 푸르게 얹혀있다. 햇살은 따가워도 내뿜는 숲의 산소 탓인지 상쾌하다.

나무숲 위를 걷는다는 기분, 공중을 유영하며 하늘아래 하얀 구름을 좇는 비행을 하고 있는 멋은 비행하는 자만의 향유이리라. 숲 위의 비행에서 느끼는 고요는 막막이다. 미세한 바람결도 숨을 데가 없다. 내 뺨을 스치는 바람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트리탑워커 유영을 빠져나와 나무데크로 깐 호수갓길 따라 호반을 일주키로 했다. 지난번엔 식구들과 숲길을 헤집는 지름길을 트레킹했던 것이다. 호숫가 나무데크길엔 간간히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 중이였고, 심심찮게 마라토너들이 가쁜 숨을 헉헉대며 달리는가 하면, 호반위에선 캬냑선수들이 수면을 가르며 한낮의 열기를 내쫓고 있는 거였다.

 

 

 

이스트코스트 파크웨이에서도 마주치곤 하지만 맥리치에선 마라토너 같은 분들을 종종 지나친다. 땀 뻘뻘 흘리며 웃통까지 벗은 채 헉헉대는 꼴을 어떻게 이해할까?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매년 치루는 싱가포르의 국제마라톤대회는 꽤 유명하단다. 그래 시민들 스스로 마라톤저변확대에 동참하는 셈인가.

 

-일방통행길은 중간에 철문이 있어 반대편에서 오면 빠꾸외엔 방법이 없다-

 

호숫가 데크길엔 긴 나무의자가 군데군데 상록수림 속에 박혀있어 낭만적인 쉼터가 되고. ~! 여기 가까운 곳에 내 안식처가 있담 평생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낼 것인가! 라고 시샘하다, 열하의 여기보단 사철이 뚜렷한 울나라가 천만번 좋겠단 생각에 묻혀버리곤 했다.

지금쯤은 온 산야가 눈 시리도록 하얗고, 그 은빛 누리를 쏘다니다 시린 손 가랑이사이 사타구니에 집어넣어 녹이는 겨울일 테니 얼마나 운치 있겠는가!

 

-원숭이들의 물고기 사냥터? 놈들의 낚시질은 기상천외였다-

 

그곳이 그립다. 문득 집엘 가고 싶다.

2주째 머물다가 귀국했던 애들과 같이 귀국키로 했다가 훈이 간청에 물러섰던 아내의 향수는 밤바다파도처럼 일렁인다.

여름손님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라고 스스로 자박하는 아내를 보며 짠한 생각이 들다가도 미워진다. 나다니기 싫어하는 자기 탓에 나 혼자 외출하는 것도 꾹 참아내야 하니 말이다.

 

-열대우림의 장목. 요소요소에 산신령처럼 서 있다-

 

오늘 맥리치호수 홀로트레킹은 나의 또 다른 못남을 통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호반정자에서 원숭이들의 환송이 아쉬워 산신령이 남긴 그루터기에 앉아 달콤한 순간을 되새김질 했었다.

여행은 발로 뛰어야 한다. 누구 뒤통수 따라다니는 여행은 깊은 맛을 간과하기 쉽다. 역무원, 특히 버스정거장에서의 두 흑인의 친절이 눈에 선하다.

2015. 12. 23

 

-개미와 꽃망울??? 궁금했다-

 

-오수에 빠진 트리 탑 워크 감시원, 내 행색을 끝내 몰랐다 -

-철딱서니 없는 아가씨들, 숲이 지들 정원인냥 떠들었다-

하늘정원의 호수-

 

 

 

 

-카약경주?-

-호반 속의 묵화-

 

-이 아름다운정자에서 원숭이들의 환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얻어먹을 게 없음 금새 외면해 버린다-

 

-호반이 그린 수묵화-

 

-호반 아래 샹그릴라 같은 동네-

 

 

-도마뱀,엄청 빨라 몇 번 만에 잡혔다-

-밀림 속의 대피소-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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