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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산막이 옛길>의 몽환속에서~

<산막이 옛길>의 몽환속에서~

 

황강의 한반도

충북괴산에 군자산(948m)을 휘감는 달천이 있는데, 물이 달디 달아서 감천, 수달이 많이 산다고 해 수달천, 오누이의 애뜻한 얘길 간직한 달래강으로도 부른다. 그 달천 깊숙이 산간오지에 소재(蘇齋) 노수신(1515~1590)선생이 귀양살이 한 적소(謫所)가 있었고 그곳을 찾아가는 벼랑길이 산막이 길이다.

 

괴산댐&호수

오전10, 산막이 옛길주차장에 발을 내딛자 상가가 즐비하다. 노수신선생이 놀라 자빠질 산전벽해도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6.25때 만든 수력발전괴산댐 옆 소나무숲에 들어선다. 사랑은 얼마나 질긴 건가를 증좌하려는 참나무연리지가 결코 예뻐 보이지만은 않는다.

 

출렁다리

지자첸 구부정한 소나무들을 밧줄로 얽히고 엮어 출렁다릴 만들었다. 사람들은 100m 출렁다릴 건너느라 괴성이다. 여자들이 팔자에 없는 유격훈련 하느라 골짝이 소란하다. 그렇더라도 지자첸 돈 쫌만 들인 기발 난 관광히트상품을 연출한 셈이다.

 

연리목

근데 소나무 두 그루는 백주에 섹스시연을 벌리고 있다. 여기 나무들은 틈만 나면 사랑타령인가? 선생은 점잖은 체면에 눈뜨곤 못 보실 터라 혼비백산 숨어버렸다. 등잔봉을 오른다. 여간 가파르다.

 

송이와 송녀의 러브신

녹황색호반을 무대삼아 (싸이의)말 춤추는 소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을 보느라 짬짬이 쉬기 망정이지 된비알 길목은 땀을 쥐어짜는 거였다. 간밤까지 쏟아진 비는 달천을 뒤집었는지 괴산호는 녹황색이 돼 한반도남녘을 넘보고 있다. 그 희한한 모습은 산릉에 올라서자 영락없이 한반도를 만들고 있는 거였다.

 

 

소나무들이 경연하는 호반무대에 가끔 유람선이 악어처럼 기어간다. 그 풍광이 미치도록 몽환적이다. 관광객들은 눈이 시린지 맘에 담으려 아예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반도서해에 잉어 두 마리가 솟았다. 누구 하나 놀라지도 않는다. 낚싯줄 던질 생각도 않는다.

 

잉어

나는 이때쯤 일단의 소리팀에 낚였다. 미즈 네 분이 늘보처럼 능선을 유영하다 스틱보이(?)로 나를 낚아챈 셈이다소리팀(소리,미레,키스,WW )의 유쾌한 유머에, 날씬한 몸짱에 빠져 든 난 연신 웃느라, 그녀들의 일격에 응수하느라 등산을 잊었다. 누군가와 동행한다는 건  그런 아기자기한 맛깔을 즐길 수 있어서일 거다.

 

키스,미레,소리,WW

천장봉에서 점심을 같이하고 삼성봉(550m)의 앙팡진 연리목 앞에서 인증샷을 하고 완만한 하산까지 나도 소리팀 이였다. 한참 내려오다 바위에 붙잡혀 아랫도리를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나무와 조우했다. 암송(岩松)은 찰떡궁합이라지만 연애질도 눈치껏 해야 한다. 아랫도릴 사정없이 조여감고 힘 빼는 바윌 사랑한 소나무의 주책이 잘못이라.

 

 

산막이나루에 닿았다. 유람선을 타고 괴산호수를 미끄럼 타며 수장된 연하구곡(烟霞九曲)을 탐방할 차례지만 꿈속의 일인데다 시간 없어 선생의 적소로 내달린다선착장상가를 벗어나자 호반길은 갑자기 인적이 뜸한 적막한 길이 됐고 적소(수월정)는 언덕 빼기에서 강바람에 한숨만 보태고 있는 거였다.

 

수월정입구

선생 땜에 산막이 옛길이, 양반길이 태어남인데 관광객들은 외면하나 싶어 씁쓸했다. 수월정을 한 바퀴 돌고 삼신바윌 가느라 호반-달구지길을 밟는다. 소나무와 수양버들이 호수가에 뿌릴 박고도 호수가 좋아 스킨십하려 모두가 곱사등이됐다.

 

삼신바위

그 곱사등나무들 사이로 유람선이 미끄러지면 잔잔한 호반은 살며시 춤을 춘다. 멋대로 생겨먹은 바위들이 지 멋대로 포개져 탑이 된 세 개의 바위가 삼신바위였다. 나는 그 인위적인 삼신바위보다 옆에 나란히 선 소나무 세 그루가 정겨웠다. 어찌 한 그루는 가슴팍이 꺾여버린 시목(屍木)이 됐는지?

 

 

운명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소소명명해 진다. 수월정의 선생은 젊은 선비일 때 애꿎게 을사사화에 연류 돼 20년 유배생활 중 말년에 2년여를 오지 중에도 오지였던 이곳에서 보냈다. 선생이 귀양 가야 됐던 을사사화는 영의정윤원형이 기생이며 정부였던 정난정을 사주하여, 문정왕후 치마폭에 바람을 불어넣어 비롯된 피비린내 역겨운 권력다툼 이였다.

 

 

어린 명종을 수렴청정한 누님(문정왕후)을 꼬드겨 친형까지 숙청하고 20년동안 세상을 쥐락펴락한 윤원형은 누님이 죽자 삭탈관직당하고 요부난정과 자살한다. 윤원형이 영의정을 삭탈관직`자결하자 선생이 입실하고 선조는 그에게 영의정을 추서했다.

 

 

자살한 윤원형은 문중묘역에도 못 들었지만 선생의 적소는 명소가 된 까닭은 생전에 얼마나 진솔한 삶을 살았느냐? 일 테다. 달구지길을 걸으면서 두 영의정의 삶을 귀감 하게끔 할 테마의 장소를 만들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영의정이 쫓아낸 선비가 그 영의정이 삭탈관직당하자 영의정이 된 역사를 반추할 장소로말이다.  

 

 

달구지길 어느 쯤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폭포수가 짬박짬박 흐르는 폭 좁은 실개울을 만들었슴 좋겠단 생각을 해봤다. 그 똘(실개울)에 발 담구고 수월정의 스토리텔링을 얘기하는 관광객들에게 산막이 옛길연결되는 충정도 양반길의 진면목을 체험하는, 족욕의 똘을 그려보며 산막이 옛길로 들어섰다.

 

 

산막이 옛길은 괴산호를 끼고 도는 나무데크길이다. 하루 내내 물 따라 걷는 길이지만 정작 물가에서 손발 담굴 장소는 없어 실개울이 있음 딱 일 것 같았다. 물레방아 좁은 쉼터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괴음정에서 바라보는 굽이 친 호수는 일품이다. 숲 터널을 통과하며 짙은 녹음 속 데크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상쾌하다.

 

 

누른빛 띈 녹색호반에 묵화로 태어나는 제멋대로의 나무들! 그 수묵화사이를 기어다니는 유람선이 있기에 캔버스 아닌 호수가 된다. 유람선을 품느라 배를 가르는 호반의 아픔의 파장이 밀려와 호숫가 바위에 부딪친다. 그럼 저 밑 어디선가 ‘처~ㄹ써~토하는 한 숨에 푸나무이파리가 부르르 떠는 거였다.

 

 

그 미동이 실바람이 되어 내 눈썹을 간질거린다. ~! 이 호반의 낭만이란! 녹음 속을 다시 걷는다. 바위가 비켜서고 골에선 냉기를 뿜는다. 참나무 똥구멍은 물이 줄줄 새고 우린 그 물을 약수라 받아먹고 있다.

호숫가에선 풀벌레가 노래하고, 호랑이가 잠에서 막 깨 굴 밖으로 어슬렁 나오고 있고 새끼호랑이가 선잠 깨어 왕짜증 따라선다. 그 위 짙은 녹음 속에 솔개가 웅크리고, 연못엔 연꽃과 야생화가 만발이다.

 

매바위

망세루에서 조망하는 괴산호반도 한 폭의 수채화다. 휘어진 소나무는 언제쯤 호수에 손을 적실까? 그 절박한 애절함 탓인지 햇님이 구름사이로 얼굴 내밀고 하늘은 소나무를 안고 호수에 빠졌다. 호수에 구름이 흘러간다. 소나무가 구름위에 떠오른다.

 

괴음정 앞 호반

호수안의 소나무와 호수위의 소나무의 손길이 곧 닿을 것만 같다. 그 순간을 기다리자니 시간이 없다. 소리팀과라면 꼴찌라도 무방할 텐데 아까 선생의 적솔 찾아가며 헤어졌다. 해서 모범생꼴찌라도 돼야 할 판이다약속시간인 오후3시를 향해 잰걸음쳤다.

 

호반 위의 무용수들

찌질하게 유람선타고 왔단 소리팀뒤풀이에 합석한다. 그녀들의 유쾌한 힐난에 동문서답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뿌듯한 하루였다.  산막이 옛길에 데려다 준, 선생적소엘 발길터준 탑마루님들이 고맙다.

 

호반전망대

"불그레한 구름이 창가에 비치고 구곡에 아침햇살 비치니

이곳은 세상에서 뛰어난 산수다. (중략)

노니는 사람은 바람과 안개를 좋아하면서 시를 읊조리고

신선은 구름과 노을에 살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니

이곳 연하동은 가히 신선이 별장으로 삼을 곳이다."

                                                              -<연하구곡> 이상주 역-

2015. 07. 25

 

 

 

궁뎅이 샘

노루샘의 참나리

 

 

  

山바위

 

화마의 상흔- 뭘 느낄까?

한반도

삼신탑과 삼송

꿩의 다리

피라밋바위

수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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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버섯? 개꿈소리!

산막이 옛길 입구의 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