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길 - 산행기

관악8봉 비경(秘境)에 오르다 (관악산2)

관악8봉 비경(秘境)에 오르다 (관악산2)

 

 

오전 10시, 과천2청사 역 1번 출구에서 불꽃님을 만났다. 바쁜 일과 중 짬을 내 나의 관악산 두 번째 산행-오늘은 8봉능선을 길잡이하기로 했다. 오늘 그녀는 넘 멋지다. 군살 없는 몸매에 패셔너블하여서 동행하는 나를 행복감에 곱배기 덤태운다.

 

 

과천향교를 향하는 초록가로수는 눈부시게 내리꽂는 햇살을 은빛으로 부수고, 어디선가 짙은 밤꽃향이 엄습 취몽에 젖게 한다. 밤나무가로수가 은빛꽃술을 즐비즐비 만개했다. 어찌 표현할 수가 없을 그 오묘한향기를 서울서 만취하다니!

초하의 밤꽃향에 생과부는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밤꽃의 독특한 향은 인간의 원초적인 성욕의 방향(芳香)이다. 심호흡하며 폐 깊숙이 만땅 시킨다.

 

자하천입구 향교에서 무당바위약수터로 방향을 틀어 능선을 타기로 한다. 지난번에 시간 없어 사당에서 출발 관악정점 연주대를 거쳐 자하동천계곡으로 하산하였기로 오늘은 진종일 관악의 명소들을 안내하겠다는 그녀였다.

근데 반시간 남짓 능선을 탔을까 수풀이 모두 황갈색으로 고사화돼가고 있잖은가?  6월 초순에 늦가을 풍정을 이루는 산세는 지독한 가뭄 탓 이였다.

 

 

참나무, 소나무 할 것 없이 능선 남쪽방향은 온통 황갈색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햇볕에 고사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얼마나 번져갈지 모를 일이다. 당분간 비다운 비가 내릴 것 같단 일기예보도 없는데-.

산림청과 지자체녹지과는 산불진화 하듯 헬길 동원해 해갈해줘야 할 것이란 생각이 절절했다. 불꽃님과 얘길 하면서도 내 몸뚱이 성하니까 하산하여(급할 것 없단 철심장으로) 관계기관에 연락하자고만 했다.

 

 

(* 오늘10;20에 산림청항공본부(033-769-6008)와 산불재해상황실(042-481-4119)에 이를 신고 했는데 소방인력과 장비부족으로 헬기이용한 물살포는 어렵겠단다.  불 난거나 진배 없으니 헬기물살포를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단 얘기였다. 하긴 이보다 더한 인명이 세월호에 수장되고,  메르스공포에 좌불안석인데도 '아몰랑정부'라 울화통 터졌는데 할말이 없겠다.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분은 위 두 군데에 전화촉구를 했으면 좋겠다. 비 오기 전에 한강물 퍼서 살포 한 번이라도 해주면 푸나무 몇 그루는 살아남을 것 같아서다.) 

 

 

무수한 수풀이 탈수로 새까맣게 타 죽어 가는데도 말이다. 능선이라 이따금 바람 한절이 청량감을 선물하긴 하지만 30도에 가까운 햇볕은 바위덩일 달구고 산지를 푸석댄다. 건너편 산릉의 기상청탑신과 연주대가 아지랑이 속에 가뭇한 것도 열섬 탓 일게다.

 

                                     -하늘문-

기묘한 바위군상과 기근팔자의 새한송(塞寒松)들에 눈 팔기 한 시간여 하니 지난번 사당에서 등정했던 삼거리안부에 닿았다. 예서부턴 수직바위를 네발로 오르는 바위와의 싸움이 줄곧 이어져야 관악정상(632m)연주대에 오른다.

 

                              -하늘문에서 본 기상안테나-

네 발로 바위 숲 하나를 정복한 후엔, 거기서 고군분투하는 소나무의 귀찮은 손님으로 다가서서 기막힌 풍정을 즐기기를 몇 번쯤 해야 관악정상은 그 펑퍼짐한 너른 바위마당을 내준다.

 

                                     -횃불바위-

정오를 넘겨 우린(불꽃도 같은 메뉴) 과일과 떡 나부랭이로 기갈을 해소했다지난번엔 연주암에서 점심공양을 받았었는데 오늘은 연주암을 에둘러 곧장 8봉능선을 향했다. 한동안 짙은 녹음 속을 신나게 걸었다.

 

 

검푸른 산줄기들이 군데군데 흰 바위동네를 일구며 사위를 향해 달리다 주저앉은 곳엔 하얀 각설탕들이 쌓여 도회를 만들었다. 그 각설탕도회들이 아스름하다. 우리가 지금 향하는 8봉능선도 흰 바위들을 듬성듬성 모아 내달리고 있다.

 

 

길잡이 불꽃은 바위무리가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우회하지 않고 정면 돌파했다. 나를 비경에 초치키 위함이다.  위험한 미궁같은 바위동네는 정면 돌파하지 않곤 그 멋진 속내와 풍광을 즐길 수가 없다.

 

 

강단과 의지와 지혜의 네 발로 바위떼를 헤치지 않고선 수천만 년을 담금질 해온 비경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클레이머도 아닌 내가 바위와의 사투를 감내하려드는 건 그 분투 뒤의 성취감과 동시에 펼쳐지는 비경과 조망의 장관이다.

 

                              -암분재 송-

거기에 숨어있는 비경까지 목도하는 건 필시 우리들의 삶의 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산 하나씩을 점령하는 맛과 멋의 연속이 우리의 인생살이와 비슷할 듯 하다.

하여 산행도 맘에 맞는 두서너 명이 느긋하게 즐기면서 해야 오롯한 즐거움에 빠질 수가 있을 것 같다.   동반자가 중요한 이율 것이다.

 

 

불꽃이 그 수고를, 배려를 하느라 혼신 했다. 새벽에 배드민턴시합을 두 시간쯤 했다는 그녀의 강단있는 길잡이를 나는 어떤 맘으로 대할지가 자못 행복할 뿐이다

한 더위에 바위숲을 기어오르며 풍치를 설명하는 그녀의 열정과 철인적인 건강미에 탄성한다.  오지랖 넓은 그녀를 받처주는 심신은 근면성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봤다. 

 

 

8봉에서 2봉까지의 여정은 숨은 비경을 음미하는, 빼어난 풍광에 환호하는 호연지기를 넘어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뭉클해지는 거였다.

내가 결코 좋아서라기 보단 워낙 산을 좋아하는 그녀의 알피니즘이 일정 한 몫을 했겠지만, 사진 찍는다고 얼쩡대고 뭉그적거리는 나의 굼뜬 행동을 기다려주는 배려를 난 나의 추억창고 속에 깊이 간직할 거다.

 

                                -새끼하마-

겨울소백산에서 인살 하고, 접때 관악산행에 이어 다시 관악8봉에 동행 길라잡이 한 그녀를~! 

온갖 형상의 바위만물상들, 그들이 붙들고 동거하는 소나무들의 몸꼴은 어쩜 체념의 상징 같아 안타까워보였고(그녀의 감상), 동반의 삶이란 어찌해야 하는지를 묵시해주나 싶어 산의, 자연의 섭리에 숙연하게 다가가게끔 해 줬다.

 

 

무너미고개로 들어서 수풀 속의 트레킹은 무너미삼거릴 통과하고 소공원같은 계곡 우람한 괴목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서울대수목원후문으로 들어서기까지, 아니 시간 없어 수목원답사를 포기했지만 얼마나 걷고 싶은 아름다운 수풀의 정원인지를 절감케 했다.

 

                                 -버섯바위-

워낙 가물러서 그 넓은 골짝은 바위와 돌멩이들이 하얀 맨살로 물길 아닌 흰 물굽이를 만들어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낼 모래(일욜에) 나는 식구들과 이 아름다운 푸나무골짝트레킹을 해야 되겠다고 그녀에게 몇 번이나 얘기했다.

 

                              -왕관바위-

서울대수목원정문을 나왔을 때가 오후 5시였으니 장장 7시간을 관악산에서 뒹군 셈이다. 우린 안양유원지식당가 메밀국수집에서 시장기를 때우고 관악전철역에서 서로 반대방향으로 헤어졌다. 난 서울로, 그녀는 시흥으로.

 

                                    -미어켓미라총-

전철에 앉아 눈을 감았는데 휴대폰신호음이 울렸다. ‘오늘 같이 해 즐거웠다는 멘트에 폰카에 담은 스냅사진 몇 장을 첩부한 불꽃의 메시지였다그녀 말따나 (거짓)꾸밀 줄을 모르는 단순한 성품의 그녀의 순수와 열정이 관악8경에 녹아 파노라마 됐다.

 

 

눈을 감고 아까의 그 정취를 즐긴다.   기묘한 바위군상들과 소나무들~! 참으로 행복한, 뻐근한 하루였다.

2015.06.12

 

 

 

                                               -바위소나무-

-마당바위-

 

-곰-

-연주대-

 

 

-1봉~8봉까지의 능선-

 

 

-부리-

 

 

 

 

 

 

 

 

 

 

-혀바닥바위-

 

-낙타를 타고-

-불꽃바위 & 불꽃-

 

 

 

 

 

-석탑아래 (청색)다비장 & 우측은 연주암-

 

 

-강아지새끼들-

 

 

 

 

 

 

 

-고인돌과 소나무-

-코끼리미라-

 

-새바위-

-지네바위의 승천-

-지네바위-

-낙타바위&불꽃-

-두꺼비 모자간-

 

-연장U바위-

-타는 목젖-

-사다리를 오르는 고래-

 

 

-巖松;바위숲을 오르지 않곤 해후할 수 없는 바위소나무-

 

 

 

 

 

 

 

 

-댕기머리의 철부지소녀 같은 그녀의 55번째비행-

 

 

 

 

- 연리지-

 

-파이프오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