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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관악산 불꽃바윌 불꽃 따라 오르다 (관악산1)

관악산 불꽃바윌 불꽃 따라 오르다. (관악산1)

 

 

오전 8시 반, 사당역6번 출구에서 불꽃님을 만났다. 지난겨울 소백산등산 후 날머리뒤풀이 때에 어설프게 초면인살 나눴으니 거의 반년 만인 셈이다. 말라깽이 그녀는 일행 두 분을 동반한 채였다. 불꽃이 오라버니라 부르는 용오름님은 소백산에서 뵌 분이고 한 분은 후배여성 이였다.

간단히 목례를 하고 남현동주택가를 빠져 관악산창도천에 들어섰다. 짙푸른 신록이 안개를 숨결인양 내뿜고 있다. 십여 년 전에 애들이 방배동에 살 때 이 길로 관음사까지 갔다 온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배낭을 풀고 본격 산행준빌 했다. 나만 스틱을 짚는다. 불꽃은 집에서 가깝고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코스가 다양해 예상시간만큼 산행을 할 수가 있어 수시로 찾는단다. 그래 관악산귀신 아니랄까봐 너덜지대오름길을 성큼성큼 앞서 오른다.

하긴 겨울소백산정상에서 날머리까지 미끄런눈길을 한 시간 남짓에 주파한 체력이니 이쯤의 된비알은 날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하여 난 천천히 갑시다.’ 라고 미리 쐐기를 박는 걸 잊지 았다.

 

 

안개 낀 신록은 더욱 새초롬하다. 관음사갈림길 쉼터에 닿았다. 아침을 걸렀던지 불꽃일행은 간단한 입가심을 한다.곧장 빡센 바위능선을 탄다.

바위와 소나무 커플들의 그림 같은 동거모습이 벌써부터 나의 시선을 붙든다. 홍조 띈 바위들이 땅딸이 소나무를 껴안고 안개 속 데이트를 즐기는 풍광은 사뭇 시적이다.

 

 

난 그들에 눈 팔고 있으면 불꽃은 앞선 일행을 멈춰 세운다. 미안했다. 천상(千像)의 바윌 모아 멋있는 바위마을을 만들고 태극길 꽂았으니 깃대봉인가?

거기엔 거북이가 하산하려 고갤 쳐들고 뛰쳐나가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 거북등을 타고 사진을 찍었다. 얼마쯤 전 진하니 폐허가 된 토치카가 나오고 느닷없는 철조망이 가로막자 불꽃이 갸우뚱 한다.  공비침투에 대비한 반공훈련벙커인가.

 

 

연주암 오르는 길을 잘못 비켜들었단다. 건너편의 아찔한 사다리계단을 올라야 함인데 관악산귀신들도 헷갈릴 때가 있는가보다. 낙성대갈림길을 지나 하마바윌 스치고 마당바위에서 배낭을 풀었다.

 

                                 -거북바위와 용오름&불꽃-

안개는 거대도시 서울을 점령하곤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인다. 전망은 무망이나 차라리 햇볕 쨍쨍함보다 났다고 이구동성이다. 연주암 오르려면 어지간히 빡세 땀으로 멱 감아야 한단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댓글 몇 번 주고받다가 소백산비로봉 칼바람 앞에서 조우하자고 운을 땠었는데 오늘 관악산을 동행한다. 불꽃은 미인과는 거리가 먼 탈랜트다.

 

 

등산에 배드민턴에 수영에 헬스에다가 서예와 한국화를 그리고, 사업가에 후미진 이웃에 눈길`손길을 쏟는 팔방철인 여자다.

오늘 비로써 마주앉아보니 미안한 말씀이지만 불꽃은 불운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가진 많은 재주와 열정과 여린 마음과 빠진 몸매를 받쳐주지 못하는 미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긴 얼굴까지 빼어났음 그녀는 내 앞에 존재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거북바위-

기갈을 해소하고 마당바윌 일어섰다. 바위와 동거하는 여기 소나무들은 부실한 영양 탓인지 새한도(塞寒圖)속의 소나무반열이다. 우람하지도, 훤칠하지도, 무성하지도 않은 여위고 삐뚤삐뚤한 말라깽이들이라.

 

 

그 새한송(塞寒松)을 건사하느라 관악바위들은 고혈을 짜내는지 붉은 빛을 띄운다. 안무까지 휘두른 관악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다. 한국화를 그리는 불꽃이 자주 찾는 소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419고지가 안갤 거두고 마중하면 559고지가 안무를 밀어내고 기막힌 모습을 선뵌다. 그렇게 연주댈 오르는 바위벼랑은 쇠줄과 밧줄에 의지하는 고난도의 곡예다. 허나 나는 기똥찬 암송(巖松)들의 연애질을 훔쳐보느라 벼랑을 오르는 헐떡거림일랑 잊곤 했다.

 

 

불꽃일행은 나무늘보 꼴인 나를 기다리느라 오르다 멈추길 수없이 반복한다. 용오름이 오후3시 출근이라 시간에 쫓기는 셈이라 차라리 나를 떼놓고 가라고 주문했지만 동행을 고집했다. 신경 쓸 것 없다는 불꽃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였다.

 

                                             -하마바위 & 불꽃-

산꼭대기 바위기둥이 갓 쓴 모습이라서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는 바위정상이 초록 옷을 걸치고 운무 속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근데 옆에 덩치 큰 구조물이 그 신비경을 망쳤다. 기상관측소란다. 개발독재시대의 유물일터-.

 

                                    -불꽃바위&기상대-

정오 무렵 연주대에 올라섰다. 연주대 불꽃바위(632m)가 안무 속을 뚫고 있다. 불꽃이 불꽃 옆 연주대기도처를 안내하겠단다정상에 우뚝 솟은 자연 바위벽인 최고봉 연주대(戀主臺, 629.1m)는 세조가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영주대(靈主臺)라고도 했다.

 

관악산은 풍수지리설에 의해 불기운이 강한 화산(火山)이라 해 무학대사(無學大師)가 불기운을 달래는 사찰을 세우고, 관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숭례문(崇禮門) 앞에도 연못을 만들어 불기운을 막았다고 한다.

 

                                 -연주대-

 

불꽃님이 오늘 화산의 연주대와 불꽃바윌 안내함이였다. 그러나 주인을 그리워한다는 연주대란 말은 영욕에 부나비처럼 달라붙는 요즘의 정치 불한당들에겐 새겨들어야 할 깊은 뜻이 있다.

 

 

 고려 말기, 강득룡(康得龍)이란 문신은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계비(繼妃) 신덕왕후(神德王后)의 오빠였다. 득룡의 부친인 상산부원군(象山府院君) 강윤성(康允成)이 태조의 장인이니 로열패밀리인 셈이다.

허나 이성계가 구태타로 정권을 탈취 조선을 건국하자 관악산(冠岳山)으로 들어가 개경(開京)과 옛 임금을 그리워하며 여생을 마쳤다. 연주암실기(戀主菴實記)는 강득룡이 머문 암자를 연주암(戀主庵)’이라 이름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불꽃바위-

불의엔 눈길도 안 줬고, 정도가 아닌 길은 죽음으로 바꿨던 선조들의 명예를 지금 우리나라 고관들은 십 원짜리 골동품으로 여기고 있잖나 싶은 것이다.

구태타로 집권한 매형(태조)의 손길을 외면한 득룡에 비하면 기춘의 염치는 한심이다. 구태타주역의 유신독재를 찬양하며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유신의 딸에 빌붙어 거짓을 포장한 채 국정을 농간하는 권모술수의 대가임을 자랑하니 말이다.

연주대기도처엔 사람들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득룡과 기춘, 어떤일생을 닮고자 합장할까?

 

                                         -연주대입구-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는 본래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수행을 하러 의상대를 세웠다. 후에(1396) 이성계가 무악대사의 권유로 석축을 쌓아 연주암을 신축하였고, 1411(태종11)에는 효령대군(孝寧大君)이 현재 자리로 옮겨 중건하였다고 기록돼있다.

 

 

배불사상이 조선의 정치이념이었는데 효령이 연주암을 비롯해 불사(佛事)를 일으킨 건 '청권(淸權)'이라고 세종조 이후 칭송받을 수가 있었기 땜일 것이다

그 뜻깊은 곳을 불꽃이 길라잡일 했다. 안무 걸친 연주대는 선경이라. 관악산표지석 주위엔 많은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관악산 품이 크다보니 정상엘 오는 길이 많단다.

 

독특한 정경 하나는 십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산님들 눈치를 살피며 자리차지 하고 있는 거였다. 거짓말위정자들이 힐끗힐끗 눈치 보며 구린내 나는 자리차지하고 있듯이 말이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연주암경내를 살폈다. 초파일이 가까워선지 연등이 꽃처럼 달렸다. 불꽃이 공양관엘 들렸다나와 점심공양을 받잔다. 된장국에 산채비빔밥 이였다.

 

                                           -연주암-

난생 첨인 사찰 공양식사도 불꽃 덕이다. 제법 큰 식당자린 많은 산님들이 차지했는데 오직 수저 움직이는 소리뿐이다. `국그릇은 손수 씻어 반납했다. 묵언과 질서정연함이 한끼의 식사에 대한 감사함으로 물씬 묻어나는 자릴 난생 첨 경험했다.

 

                                    -우측에 연주암공양소가 있다-

넓은바다, 깊은강, 울창한 숲만이 침묵을 즐기나 싶었는데 다중이 모여도 묵언수행인 곳이 여기 공양소였다. 산님들 이어서일까? 침묵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깊은사랑을 할 수도 있단 말을 떠올렸다.

자하동천 따라 하산한다. 자하동천골짝이 여간 깊고 가팔랐다. 짙은 녹음터널을 물소리가 간드러지게 울리는데 귀기우릴 여유가 없다. 용오름님의 출근시간에 맞추려 잰걸음 질해서다.

 

                                             -포토죤에서 본 연주대-     

그래도 안 되겠던지 용오름님은 혼자 앞서 날랐다. 하산코스도 최단거릴 택했단다. 미안했다불꽃은 그런 내게 미안타고 다음기회 만들어 다른 코슬 택해 여유롭게 산행하잔다.

깡마른 그녀의 몸매에서 어떻게 강인한 체력이 솟는지 궁금해졌다우리가 살아간다는 건 사람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이 없인 생활이 이뤄지질 않는다. 싫든 좋든, 알든 모르든지 간에 무수한 사람들을 접촉하는 시간의 연속선상이 삶이고 인생이다.

 

                                  -연주대오름길-

유익한 삶은 그 만남에 나를 얼마나 정성껏 투신하느냐? 에 달렸지 싶다. 불꽃님은 열정이 묻어난다. 나의 행운이다. 과천향교 앞을 지나 과천정부청사 역에서 우린 서로 반대방향의 전철에 탑승했.

 

그녀가 말했다. “언제 오이도 근방엘 올 기회 있음 미리 소식해다오. 대부도엘 안내하고 싶다.

2015. 05. 15

 

                                             -연주대오름길-

 

 

 

 

                               -연주대와 관음사 갈림길팻말-

                                                -깃대봉 뒤-

 

                                                         -벼랑위의 토치카-

 

 

 

                                                        -코모도 문을 통과-

 

 

                                                     -불꽃-

                                                 -깃대봉-

 

 

                                                    -방공호-

 

 

                                                -쇠똥바위-

                                              -자라목 바위-

 

 

                                                -마당바위 포개석-

 

 

 

 

 

 

 

                                 -선두부터 용오름, 불꽃, 막내-

 

 

 

 

 

 

 

 

 

 

 

 

                                                  -기상대-

                                                       -연주대 입구-

                                                 -관악산정상-

 

-불꽃바위-

-연주대-

                                                  -연주암 입구-

                                                -연주암 연등-

                                                 -자하계곡 천-

                                          -과천향교 입구-

  #. 위 사진 중 필자사진은 불꽃님이 제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