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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금오산 바위숲 미로 속의 향일암

 금오산 바위숲 미로 속의 일암

 

여수돌산도 죽포리의 수백 살 먹은 느티나무 한 쌍 앞에서 봉황산행 첫발을 내디뎠을 땐 열시 반쯤 이였다. 남쪽 끝 산야는 어느 통 큰 화공이 연둣빛과 연초록으로 버무려버린 파스텔톤 화폭이다. 탑마루산님들 십여 명이 그 싱그러운 들판을 가로지른다.

 

                                                 -죽포 느티나무-

갓길서 새초롬하게 인사하는 클로버들 환영을 받던 일행들 중에 '푸--'님이 네잎클로버를 발견하여 그 행운을 내게 건내줬다. ‘~!’하는 일행들 환성 속에 순간 나는 알프슬 넘는 나폴레옹이 스쳐지나갔다. 우쭐하고 기분 좋았다.

몇 년 만에 찾아 서먹한 뜨내기인 나는 네잎클로버로 단박에 탑마루산님들 속에 녹아들었다. 살 찢어 밀어낼 수만 있음 꾸역꾸역 밀어내는 연두이파리의 잔인한 4월을 남녘 돌산도에서 피날래한다는 건 행운이라.

 

                                                      -봉황산 오름길-

진달래가 화사하게 손 흔들고, 현호색이 인살 하며, 노란양지꽃과 민들레와 피나물이 화사하게 화장하고 눈짓한다. 눈여겨 누굴 점 찍을까 바람끼 잡을려는데 키 큰 쥐오줌풀이 꽃술을 터뜨리기 전의 앙다문 입술을 뾰루뚱 내미는 거였다.

잔인한 4월! 연초록봉황산은 눈부신 햇살까지 초빙하여 싱그럽기 그지없다. 왼쪽의 연둣빛 푸나무들은 코발트여수만을 힐끗힐끗 선보인다. 사월의 따뜻한 햇볕이 이마에 송송 땀방울을 일고, 푸른 바다를 싣고 온 바람 한 점이 눈썹을 간질거리는~

 

                                        -향일암 거목과 창해-

! 잔인한 4월의 사랑스런 자연의 선물을 나는 미치도록 탐욕케 한다. 그 행복한 산행에 길동무 된 탑마루산님들의 느긋한 즐김이 나를 더 탐욕쟁이로 만드는 거였다.

창포물로 막 행군 그늘사초의 연초록머리칼과 소사나무의 연둣빛 싹이 햇살을 맞아들여 청승맞게끔 예쁘다. 해무 속에 아직껏 졸고 있는 섬들 뒤로 한려해상이 꿈결같은 능선을 이뤘다.

 

 

정오를 지나 봉황산정(460m)에 올랐다. 흔들바위 앞에서 오찬장이 펼쳐졌다. 늘 꽁무니신세인 나는 --‘님과 오찬장옆구리에 붙었는데 그 혹 붙이가 여수삼총사 자리였다.

밭에서 막 따온 토마토와 신선한 푸성귀먹거리에 포식한 난 --‘ 말따나 네잎클로버행운 덕 이였나? 율림치를 밟고 금오산을 오른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기암들도 마실을 만들고 소사나무를 비롯한 낙엽수들을 멋있게 건사하고 있는 거였다.

 

                                                            -금오산-

뭣이 자라[] 같다 해서 금오산이라 했다던가? 금오산정아래 바위들이 자라 등 무늬를 한 땜인가. 거대한 바위의 집산이 금오산이라. 무작위로 쌓은 것 같은 바위 숲은 항일암에서 비경의 극치를 이뤘다.

쪽빛 캔버스남해바다는 거대한 바위 숲을 그리고, 초록수목사이로 심심하면 통통배를 띄워 하얀 해로를 그리기도 하는 거였다. 올망졸망한 섬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바다를 가둬 다도해상공원을 만든 그 절경을 금오산바위에서 감상하는 쾌락이란 시간을 잊는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向日庵)'은 해수관음 성지로서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 중 하나다. 여기서 기도발원하면 어느 곳보다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잘 입는단다.

그 향일암의 머리관쯤에서 조망하는 사위의 빼어난 풍광의 파노라마는 발길을 뗄 수가 없다. 조심조심 느릿느릿 바위성을 내려와 향일암에 들어섰다.

 

 

얼마나 오고 팠던 곳 이였나. 근데 인파가 너무 많다. 기도의 도량이긴 꿈같은 얘길 것 같았다.

향일암은 가파른 산세에 자리를 닦아 전각 하나하나를 지형지세를 잘 활용한 건축물들로써 보면 볼수록 탁월한 지혜에 감탄이 절로난다. 바위 숲의 미로찾기가 향일암이란 생각이 들었다. 선혈들의 예지에 탄복치 않을 수가 없음이라.

 

                                          -금오산 마당바위-

확 트인 바다를 어느 법당에서도 부처님은 응시한다. 창해는 담대한 지혜를 얻기 좋은 곳 일까? 불경에 '삼계(三戒)가 오직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경계해야 할 일이 어디 삼계뿐일까.

푸른 바다를 보며 내 마음을 다스려보고픈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더구나 인파 난장판 같다.

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4(644, 신라 선덕왕 13)에 원효대사가 창건 원통암이라 칭하였는데 그 후 윤필대사께서 수도하면서 금오암이라 개명하였단다.

 

                                                 -향일암2통문 앞-

숙종 41(1715) 인목대사께서 현 위치로 이건하고 향일암이라 개칭,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사람이 겨우 비집고 들어갈 만한 좁은 바위 틈새를 두 번이나 지나야 비로서 향일암 경내로 들어 설 수 있다. 통천문을 통과하면 종각이 있고, 마당을 빙 둘러 난간이 서 있다.

대웅전 뒤로는 바위 절벽이 솟아 있고, 마당 바로 아래는 검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대웅전 옆으로 삼성각이 있고, 대웅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굴 같은 바위틈을 비집고 올라가면 넓은 바위위에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다.

향일암은 모든 건물이 동쪽을 향하고 있어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최상의 자리는 대웅전 앞마당이다. 관음전은 대웅전보다 약 50m쯤 높은 곳에 있다. 대웅전마당에서 고목들 틈새로 조망하는 쪽빛바다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한량없게 된다.

 

                                                     -향일암1통문-

거기서 넋 놓고 있다가 '푸--'님의 전활 받고 허겁지겁 세상으로 달려갔었다.

대웅은 고대인도의 마하비라를 한역한말로 법화경 에서 석가모니, 즉 부처님을 위대한 영웅, 대웅이라 일컫는데서 유래하고 있단다. 향일암 원통보전은 대웅전의 딴 이름이다.

향일암은 지난 20091220일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원통보전), 종무소(영구암), 종각을 201356일 복원하였단다. 용마루 끝에 자리한 치미는 화마를 물리친다. 는 간절한 기원을 느끼게 한다.

 

                                                -단청한 원통보전-

처마 밑 공포 위에 12지간지 동물들을 조각해 놓았다. 이들도 화재로부터절을 보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리라.

관음전은 원효대사가 수도도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곳으로,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에 올랐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를 서원하는 보살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중생과 같은 몸으로 나서 중생을 감싸고 제도한다고 했다.

 

                                       -대웅전의 노거수와 하늘-

원효스님이 수행했다는 좌선대엔 시줏돈(?)동전이 햇빛에 반짝였다.

마음이 나야 모든 사물과 법이 나는 것이요, 마음이 죽으면 곧 해골이나 다름이 없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고 했다.        가삼자락의 스님으 뒷태를 상상해 봤다.

 

-원효스님 좌선대-

향일암 왼쪽에 중생이 서원에 감응을 했다는 감응도가 있고, 앞바다에는 부처가 머물렀다는 세존도,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아미타불이 화현하였다는 미타도가 있다.

향일암을 등에 지고 있는 거북이의 어깨 부분에 해당하는 곳에 임포항이 있다. 향일암에는 7개의 바위 동굴 또는 바위통문이 있는데, 이곳을 모두 통과 하면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

 

 -관음전가는 석굴 위의 하늘-

나는 오늘 다섯 개의 바위통문을 통과했었다. 거기다 네잎클로버까지 받았으니 금년도 대길할 것이다. 다만 잘 난(?)꼴찌인 나를 기다린다는 전통에 향일암을 내쳐야했던 시간만 뺀다면 말이다. 

버스에 오른 시각은 오후4시였다. 탑마루님 모두가 반시간씩을 내게 꿔준(?)셈이라. 아까운 반 시간을~?   쓰고 있는 산행기 낙서라도 보신담 억지 땜질하고픈데 심히 미안하다. 사실 나는 뒤풀이시간을 염두에 두고 한량신세질 했던 바다. 그 점만 아님 참으로 뿌듯한 하루였다.

 

                                          -종각 & 거북-

내가 머무는 자리에  나의 손길을 펴 서로가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한 기쁨일 것인가! 그 기쁨은 행복바이러스가 돼 같이 자리한 모두를 화기애애케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성의를 아무나 할 순 없다.

탑마루엔 그 기쁨을 솔선하며 공유하려는 분들이 많았다. ‘--’님도 그 중 한 분이였다. 그런 --’님이 해찰쟁이 나와 동행하다 쥐구멍에 들지 안했나 싶어 미안했고, 행복바이러스의 아이콘 --’님을 비롯한 수고하신 분들이 무척 고마웠다.

 

                                        -산성각 후원녹음-

귀로, 오후 6시반쯤에 뒤좌석분들이 웅성댔다. 고무타는 냄새가 진동한다는 게다. 몇차례의 '요주의' 수근거림도 아랑곧 않던 기사님이 마지못해 갓길에 차를 새워 점검했으나 이상무란다.

버스는 다시 질주한다. 고무타는 냄새는  이제 앞 좌석까지도 진동했다. 산님들 항의에 다시 갓길에 버스는 섰다. 다시 점검한 기사님은 낌새를 몰랐다. 조수석앞바퀴가 파열 된 걸 어느 산님이 발견하기까지 말이다.

 

                                        -임포-

바퀴홈따라 길게 갈라졌으니  눈에 띄질 않했다. 전복돼지 않은 것 만으로도 천만다행 이였다. 심하게 마모되지 않은 타이어가 갈라진 건 혹 재생타이어가 아니냐?고 의심했지만 기사님은 펄쩍 뛴다.

화물차라면 몰라도 버스 앞바퀼 재생쓴다는 건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대차를 요청하라는 우리들 요구를 마이동풍하듯 하며 그 버스를 인근 주유소까지 거북이걸음 시키는 거였다. 찢어진 앞바퀴를 빼서 두 개의 뒷바퀴 중 하나와 바꿔달고 다시 버스는 거북이 흉내를 냈다.

 

 

렇게 가면 된다는 기사님의 확답에 우리 모두는 불안한 평상심으로 기도할 수 밖에~. 허나 그 무리한 주행도 반시간을 넘기질 못하고 버스가 굉음을 내자 다시 갓길에 정차해야했다.

그제사 기사님은 대차를 약속했다. 밤10시가 지나고 있었다. 흡사 산님들의 인내심을 시험해야 하는 듯한 기사님과 호남해외관광버스업체의 똥뱃장상술이 어이 없고 화가 치미는 거였다. 기사님은 시종일관 또렷한 해명이나 사과말 한 마디도 하는 걸 인색했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여간한 인내심을 발휘하는 산님들이였다. 열시 반을 넘겨 마침내 대차용 버스가 왔다. 모두 옮겨 승차했을 때 기사님은 사과를 했었다. 무슨 회사가 이렇게 주먹구굴까? 정말로 타이어는 재생타이어가 이니었을까?

내가 어이없어 하자 양변호사님이 '기자 부를까요?'했다. 난 멋쩍게 실토했다. '호남관광회사를 위해서도 따끔하게 혼줄내줘야 한다'고-. 제발 회사이름에서 '호남'이란 단어나 떼고 장사를 했음 좋겠다. 

 

                        -금오산정에서 향일암가는 계단-

옮겨 탄 버스에서 나는 문득 네잎클로버 생각이 났다. '푸-잔-'님이 발견한 네잎클로버는 정녕 우연이라고만 생각키 뭣한 행운 이상의 거였다.

2015. 04. 25

 

 

 

                                      -금오산정-

 

 

                           -향일암 석간수를 긷는 '블-칼-'-

                                  -백포-

                                    -방죽포-

                                         -그늘사초-

 

 

                           -흔들바위 & 점심자리-

 

 

 

 

                                    -소율-

                                         -다도해-

 

 

 

 

                                    -금오산 석주-

 

 

 

 

                            -1통문 앞마당-

 

 

                                  -삼성각의 4월-

                                -관세음보살 상-

                              -원통보전 천정-

-향일암 수행요사채-

 

 

 

 

 

                                     -여수향-

 

 

 

                       -자라등걸 문양바위들이 많다-

 

 

 

 

 

-향일암 경내의 북세통-

                        -문제의 호남관광버스-

 

 

 

 

 

 

              ^* 위 필자사진 5매는  산마루산님들이 제공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