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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화선지속의 4월풍정 - 황정산

화선지속의 4월풍정 - 황정산

 

 

 봄비가 누리를 홍건이 적시더니 벚꽃가로수는 하얀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산골짝은 안개를 뉘엿뉘엿 피어오릅니다. 겨우내 무거운 적설로 다져질 대로 다져진 땅은, 잉태한 씨앗을 싹틔우러 기척만 여수고 있습니다. 그 부드럽고 푹신한 생명의 땅을 밟습니다.

 

 

문경시를 관통하는 59번 도로에서 수리봉안내솔 지나 윗점산비탈에 첫발을 딛습니다. 생명의 기척에 귀 기울며 미지의 숲을 향하는 겁니다. 11시의 가파른 수리봉산길엔 비온뒤끝 탓인지 산님이 없네요.

안개속의 된비알을 반시간쯤 헉헉대면 순간 숲은 사라지고 확 트인 대슬램 - 황정산바위운동장입니다. 그 운동장에서 뛰노는 소나무와 놀다죽은 시목(屍木)이 산님을 유혹합니다.

 

 

나도 그 운동장에 뛰어듭니다. 네발로 기다가 고갤 드니 정(남국)샘이 고사목을 붙잡고 디카에 나를 가두며 모험하지 않고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겠지요.”라고 훈술 하는데, 나는 하긴요하면서도 내숭떨고 싶었습니다요.

낯선 곳을 향한 탐험, 처음 마주치는 신선한 접속과 강열한 느낌은 우릴 젊게 합니다. 강열한 충격으로 기분 좋을 때 솟는 도파민은 우리들 뇌 안의 시간감각회로를 빠르게 진동시켜 같은 시간도 길게 느끼게 한답니다.

기분 좋은 시간을 오래도록 느끼게 해주는 건 행복의 시간을 많이 갖게 함이지요. 하여 산을 찾는 산님들은 행복하고 자연 젊어집니다.

 

                                 - 대슬램&시목 -

대슬램 위부턴 바위들의 군웅활겁니다. 그들은 소나무를 붙들고 세월을 살아갑니다. 수리봉(1019m)에 섭니다. 비에 젖은 나목들이 연둣빛생명을 산고(産苦)하는 게 그리 부끄러울까요. 안개는 더욱 짙어집니다.

신선봉을 향하는 암릉길을 용아릉이라 하는데 운해(雲海) 속의 하늘 길을 걷는 기분은 두려움보단 신선함입니다. 반시간을 그렇게 하늘을 유영했습니다.

아니 황정산까지 세 시간 내내 천길 벼랑위의 위태위태한 암릉길이었는데, 안개 아니면 얼마나 조마조마 애간장조였을까요.

 

 

안개 탓에 시계제로여서 답답함보단 하늘 길을 유영하며 신선이 된 듯한, 그래 화선지에 그려진 빼어난 수묵화를 완상하는 기쁨은 언어도단입니다. 산행 중에 어쩌다가 맞는 옹골찬 행복 이였지요.

화선지에 그려진 생생한 자연화폭을 파노라마 시켜가며 바위섬을 건너뛰고 있다는, 그 열락을 지금도 난 고스란히 전율하고 있습니다. 그 기쁨은 정말로 힘든 여정의 선물이기도 했지요.

 

 

줄잡고 오르내리길 열 몇 번, 쇠줄잡고 침니 건너뛰길 몇 번, 네발로 기어오르고 내리기 수십 번을 해야만 수묵화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어섭니다.

그 수묵화에 그려진 기암들, 수백 년 묵은 괴송(怪松), 어쩌다 빼꼼히 걷힌 안무사이로 서 있는 천길 벼랑위의 나를 실감하는 순간은 나만의 어드벤처였을까요?

화폭에 등장하는 수백 년 묵은 우람한 괴송들을 보며 그들의 생존의 비밀을 엿보게 됩니다.

 

 

이 산이 황정산(黃庭山)이란 이름은 숙종 때 궁궐에서 쓸 황장목(금강송)을 조달하기 위해 남벌을 막으려 세운 경계`황장금표(黃腸禁標)에서 비롯된다지요.

그 황장목들이 그 후 전란과 일제 때의 남벌로 사라지고 암릉에서 자라고 있는 못생긴(?)놈들만 살아남아, 오늘날 귀송(貴松)으로 사랑받게 됐을 거라고 말입니다.

괴상하고, 귀하고, 우람한 수백 살의 그들 수십 그루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진 나였습니다.

 

                                  - 용아릉 -

그들, 바위와 소나무의 공생은 또 하나 생각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바위는 눈도 없고, 귀도 없기에 소나무를 붙들어 잡고 공생하며 까마득한 세월을 이겨냈을 겁니다. 햇빛과 달빛과 별빛, 눈비와 폭풍과 바람들, 그들의 소리와 촉감을 소나무를 통해 알 수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바위는 눈비를 고스란히 저장했다가 나무에게 바칩니다. 어떤 바윈 구덩이를 파서 물을 간수 하고, 스스로 몸뚱일 빠개 나무의 뿌릴 숨깁니다. 무생물인 바위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공생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배려 말입니다. 아무 탈 없고, 티 안나 게 잘 먹고, 잘 놀고 있는 아이들한테 쫌 가진 것 티 나게 내새워, 빈부로 편 가르기가 무슨 사회정의처럼 떠드는 홍준표경남지사를 생각하면 말입니다.

무상급식이 종북세력의 이념의 산물이라면 우리나란 경상남도만 빼곤 몽땅 종북사회가 됐네요. 종북이 빨갱일 의미한다면 우리나란 이미 빨간 나라입니다. 이지경이 된 건 나라의 최고어른인 대통령의 책임이 크니 박근혜대통령은 종북괴수로 검찰수사를 받아야 합니까?

 

                                    -바위 웅덩이와 물-

홍지사가 빨리 고발고소를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바위보다 못한 쫌 생이-. 파놓은 두 구덩이에 빗물을 가둔 바위가 흡사 두 눈 부라리며 쳐다보는 것 같아 민망했습니다.

뿐입니까. 쓰러진 소나무를 애지중지 살려내 그 체중 오롯이 감내하며 공존하는 누운 소나무와 바위를 보며 세월호 생각이 났습니다.

 

                                    -누운나무-

그 유가족들이 지금 안성서 청와대를 향해 도보행진을 하고 있겠지요. 이번엔 청와대도 품어줄랑가요? 여기 바위가 쓰러진 소나무를 안고 공존하듯, 속 새까맣게 탄 유가족들을 품어 아픔을 치유하는 공존의 길을 찾을랑가요?

지위 높은 분들 높은 산에 올라와 암송(巖松)의 공존비결을 배웠음 합니다. 두 시를 넘겼습니다. 황정산에서 영인봉을 잇는 암봉의 능선들은 줄지어 선 개미등허릴 밟고 가는 기분입니다. 그 아슬아슬함을 소나무와 안개가 잊게 해 줍니다.

 

                                           -포옹-

이 암능들 - 기차, 너럭, 병풍, 촛대, 망바위를 잇는 길을 여름엔 얼마나 땀을 쏟아야 할꼬? 아니 겨울산행은 애시 당초 맘에 두질 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위태위태 해설까요, 아님 모산 이다시피 한 월악산의 유명세에 가려서 일까요. 산님들이 뜸합니다. 영인봉 아래 갈림길에서 원통암자를 향합니다. 거대한 전망바윈 소나무 한 그루를 올려놨습니다. 멋집니다.

 

                                  -급강하슬램-

두터운 낙엽이 카펫처럼 깔린 육산을 반시간쯤 하산하면 유명한 원통암의 바위손이 하늘로 향함을 보게 됩니다. 노국공주와의 못다 핀 사랑으로 피멍든 비운의 공민왕 때 나옹대사가 세웠단 원통암입니다. 저 큰 부처의 손은 뭘 말할까요? 불탄 경내는 중흥의 불사로 어수선했습니다.

약수 한 바가지를 벌떡벌떡 마시고 황정리대흥사쪽을 향합니다.

 

 

갈수를 추긴 빗물이 바위를 타고 계곡을 달립니다. 실물이 똘물이 되어 소를 만들다가 골짝을 울립니다. 그 감미로운 물의노래는 안무를 밀어내며 촉촉이 젖은 싹들을, 생명을 탄생시키느라 소곤거리는 소리와 교향악이 됩니다.

 

                                          -석문 수문장 소나무-

인적 드문 골짝에서 나는 그들을 응시하며 귀 기울려보고, 그들도 무심히 나를 지켜보다가 어느덧 동무가 되고 위로가 되는, 그런 만남의 산행이 좋습니다.

연둣빛 싹이 바람 따라 흔들리는 듯 보여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지켜낼 줄 아는, 초록세상을 이끌고 늘 그 자리에서 휴식과 성찰의 그늘을 드리우는 푸나무들로, 그래 그들이 있기에 그나마 견딜 수 있는 세상입니다.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2015. 04. 05

 

                                     -원통암 바위손-

                                           -침니 도강-

 

 

 

 

 

 

 

 

 

 

 

                                     - 너럭바위-

 

                                               -바위 눈깔-

 

                                      -뜬바위-

 

 

 

                                 -하마바위-

                                       -너럭바위-

 

                                     -병풍바위-

 

 

                                         -용트림 송-

 

 

 

                                         -구렁이 송-

 

                                   -전망바위&원통암파수꾼,압송-

                                          -도룡용바위-

 

                                      -채석강-

 

 

                                             -정 샘 & 이 샘-

 

                                      -빵빵커플과 일행-

                                        -이 전 만수회장-

 

                                    -황정산정에 선 이 전회장-

                                          -기차바위-

                                    -원통암 後崖-

 

                                  -도담삼봉-

 

* 위 본인사진 4장은 정남국샘의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