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수술 5년차의 가뿐한 검사
-병원경내-
2015.05.06. 오전6시에 쿨프렙산 500ml를 마시기 시작했다. 쿨프렙산A 56.402g+B 5.3g을 생수 500ml에 용해시켜 30분 동안에 마시고, 다시 반복하니 1000ml를 한 시간에 마시는 셈이다. 그리고 한 시간 반쯤 쉬었다가 1000ml를 한 시간 동안에 마시고, 생수500ml를 마셔야 했으니 쿨프렙산2000ml와 생수500ml를 두 시간 반 동안에 복용한 꼴이다.
-암병동 본관-
그니까 새벽6시부터 10시 반까지 구역질하며 마시고, 토하며 배설하여 위와 창자 속을 말끔히 훑어내는 세장작업을 하느라 맥 풀리는 한나절을 보내야 했다.
까닭은 오후 3시부터 서울삼성병원에서 받게 될 위와 대장내시경에 PET검사, 복부CT, X-RAY 촬영에 이어 혈액검사를 하는데 앞서 나의 내장청소인 것이다.
그 내장청소란 게 – 쿨프렙산2000ml를 두 시간 동안에 마신다는 게 5년 전의 위암수술보다 더 고역스러운 거였다. 수술시 환자는 마취상태라 아무것도 못 느끼기에 말이다.
쿨프렙산용액을 마시면 마실수록 거부반응 하는 위장을 구역질과 생 눈물로 이겨내는 고역은 진절머리 나는 자기시험인 것이다. 재재작년에 이어 다시 하는 건 수술5년차의 최종시험관문(?)이라 여겨 완치란 기쁨을 염두 하기에 편한 마음으로 감내하는 거였다.
-암병동로비에서 본 인공폭포-
오후3시반에 대장과 위내시경검사를 동시에 했다. 몇 번째 하는 위내시경은 이골이 나선지 갈수록 견딜만했다. 이어 대장내시경에 들었는데 의사가 말하길 “위 일부를 절재수술 받은 분은 수면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일러줬다.
재재작년에도 그랬었지만 나는 되려 위내시경보다 더 견딜만했었다. 위절재수술을 받은 환자의 장이 뒤엉켜있기 십상이라 대장내시경은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의 염려였지만 나는 경험삼아 그냥 해봤었다. 의외로 대장내시경이 수월탄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근데 이번 대장검사는 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엉킨 창자에 내시경을 들이밀고 위까지 관통하는 모양인데, 잘 되질 안했던지 의사가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모습을 얼핏얼핏 엿볼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힘들어도 좀만 참고 도와주세요.”를 몇 번이나 나에게 당부하는 거였다. 그 실 나는 견딜만해 모니터와 의사의 얼굴을 흠칫흠칫 곁눈질하는 참이라 왠지 내가 미안해지는 거였다.
그때마다 나는 “견딜 만합니다. 저 땜에 애쓰시네요.”라고 위로하듯 하면 의사는 “환자분이 힘들지요”라고 했다. 내시경삽입이 잘 안됐던지 어떤 땐 간호사더러 내 복부를 지그시 누르고 압박케 한채 용쓰는 모습이 얼른 이해가 안됐었다.
-암병동 로비-
암튼 대장내시경은 40여분 걸렸다. 목구멍에서 위까지, 항문에서 대장을 통해 위까지를 내시경으로 관통한 셈이다. 의사와 나는 서로에게 “힘들었지요?”라고 위로하고 있었다. 대장에서 조그만 용종이 하나 발견 돼 재거했다며 작은 용종 한두 개는 누구나 있게 망정이니 신경 쓸게 없단다.
검사 중 얼핏 보기에 괜찮냐?는 나의 물음에 깨끗한 편이라고 대답해 줘 기분 좋았다. 오늘 검사 중 가장 조마조마했던 위`대장내시경을 무탈하게, 또한 깨끗한 것 같다는 말에 고무돼 홀가분해졌다.
복부CT검사를 받으러 접수한 후 대기시간 중에 채혈하고, 4시50분에 옷 갈아입고 입실했다. 별 어려움이 없단 걸 알아선지 신경 쓰이질 안했다. 이어 5시50분에 핵의학PET검사를 위해 입실했다.
-암병동 경내-
PET로 얻은 영상정보를 CT에서 제공하는 해부학영상위에 정합하여 우리들 몸의 생화학적 변화를 영상화하여 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이란다.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아 암의 악성도 평가, 수술 및 치료의 예후관찰, 병의 재발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치료기술이라는 게다.
혈당수치를 측정하여 정상일 때(100mg/dl) 조영주사를 맞고 반시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PET검사에 임했다. 대략 한 시간 남짓 소요됐다.
암센털 나왔을 땐 땅거미 지는 7시15분이였다. 그간 아내와 둘째의 전화를 비롯하여 몇 통이 와있었다. 아내는 오전 9시20분열차로 익산집엘 갔다 와야 만했다. 느닷없는 일이 생긴 탓이다.
그래 나 혼자 병원엘 와 검사를 했는데 실상 꼭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위`대장내시경을 수면으로 할 때나 통상적으로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데 나는 전에 수면내시경을 했을 때도 ‘뭣 땜일까?’ 할 정도로 거뜬했였다.
-암병원 뒤-
하여 아내가 오늘 급히 익산집엘 갔다 오는 걸 내가 내쫓다시피 하였던 것이다. PET검사시간에 왔던 아내의 전화는 집에 도착하여 저녁을 뭘로 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서였단다.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아까 아내와 똑 같은 나의 질문에 의사가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취나물 가져왔는디 비빕밥 할까?” 아내의 물음에“응 괜찮아”라고 응수하며 땅거미 스멀대는 병원 경내를 즐기며 걷고 있었다. 땅거미와 가로등불빛 속에서 화려하게 핀 계절의 여왕 5월의 품에 안긴 채 심신은 오전에 비해 훨씬 거뜬해졌다.
-암병동 로비-
오늘의 검사결과는 5월13일 15;10에 손태성교수가 말씀해 주실 것이다. 절대 금기인 자만심이겠지만 내 스스로 완치됐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 좋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2015. 05. 06
-병원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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