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위암, 병상병기

또 하나의 졸업장

 

또 하나의 졸업장

 

 

오후 310, 서울삼성병원 암병원 외래진료실 1호방에서 초미니 졸업식이 있었다.

.

-<< 강대화 님께.

위암수술 후 5년간의 치료와 검사를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을 믿고,

5년간의 치료과정을 잘 견뎌내신 귀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삼성병원 의료진은 귀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합니다.

서울삼성병원 위암센터 외과 손태성 >>-

 

 

손태성교수는 ‘축하합니다란 카드졸업장을 내게 줬다앞서 지난 56일에 검사했던 각종자료를 일별하곤 축하합니다라고 일갈하면서였다.

검사결과는 아주 좋단다. 하나 대장에서 작은 용종이 발견 돼 때서 조직검사를 해 본 결과 암이 아니고 일반적인 것 이였단다. 그러니 매년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2년 후에 대장내시경검사를 한 번 더 받으란다.   그때도 이상 없음 5년 터울로 대장검살 해도 괜찮다고 했다.

채 몇 분도 안 걸린 졸업식장이였다. 언젠가 내가 평소 느낀 병원에 대한 불만의 글을 쓴 병상일기를 어떻게 봤었는지 손교수는 자기와의 대면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거다.’라고 위무 겸 해명을 했었다.

 

 

졸업식시간도 짧아야 한다. 내게 할애하는 귀한시간을 딴 환자에게 써야하는 교수의 심저를 익히 알고 있어서다.

손교수야 워낙 진료환자가 많아 일일이 알아볼 순 없겠지만 나는 손교수와의 5년간의 마주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5년 전, 수술 후 1주오후에 수술동기들은 모두 퇴원하는데 내겐 소식이 없었다. 수술예후가 좋아선지 내가 젤 빠릇빠릇 건강하게 활보하고 있는데도 퇴원명령이 없었다.

모두가 퇴원하고 나의 집도내과 이지연교수가 불렀다. 조직검사를 해 본 결과를 외과의사의 결정에 따라 상의해보도록 하자는 게다. 7월12일 동기들이 퇴원하고 난 담날(13일)에 퇴원해야했다. 더 불안한 맘을 안은 채~

그때 조직검사를 결과를 갖고  내과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자고 했던 분이 손태성교수였다. 두 교수의 결론은 후회 없게 치료를 하자는 거였다.

수술로 암세포를 다 재거했는데 혹시 어디에 전이됐을지도 모르니 치료유무는 내가 결정해야 한단다. 적잖이 낙심했다. 핵의학과 이민우교수를 불러 자문해봤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인연 된 손교수였다.

 

 

본격적인 항암`방사선치료는  8월10일부터 시작됐다. 어쩜 깨끗할지도 모르는 내 몸을 6개여 월에 걸쳐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야 했던 질곡의 시간들은 수술의 고통쯤은 비교할 수 없는 피 말리는 기간 이였다.

해도 난 잘 버텨내고 있다고 주위에서 격려해줬었다. 회억해 보건데 극복할 힘은 평소 즐겼던 산행 덕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하루 두 서너 시간의 산책은 필수다. 그리고 낙천적인 사고에 가진 걸 하나라도 덜어 집착을 버려야 할 것 같아 짐정리 했다.

걱정거릴 털어내는 삶을 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 생활들이 보탬이 됐던지 항암`방사선치료를 거뜬히 해냈고, 예후도 빨라 수술 전보다 더 건강한 심신을 유지한 것 같다.

 

 

아내와 병원을 나서면서도 우린 덤덤했다. 그 간의 상태로 봐서 완쾌 됐을 거란 확신을 갖고 있어서였다.

손태성교수와 아내, 가족들과 친지들이 무지 고마웠다병원에서 이민우교수에게 졸업장 받았다고 메시질 띄우자마자 축하 답신이 왔다. 한껏 짙어진 신록이 바람에 춤춘다.

눈부신 5월의 오후를 아내와 데이트 아닌 데이틀 했다. 둘째와 셋이 삼겹살에 술 한 잔을 걸치는 저녁식사자린 노상 그래왔던 평온한 시간 더도 덜도 아니였다.

2015. 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