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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암, 병상병기

암수술 2년 반차의 기분?

암수술 2년 반차의 결과

  소한은 추위를 꿔서라도 혹한을 빚어야 한다는 속설 탓이 아니더라도 금년 추윈 년초부터 살얼음 판세다. 대도시 서울도 하얀 적설덩이들을 덕지덕지 도장밥처럼 달고 있는데도 병원안의 풍정은 계절을 타지 않나보다.  춥다고 환자가 줄어든 건 아닌성 싶어서다.

오후3시40분 삼성서울병원 암병동 1층 외래진찰 1호실에서 예약한대로 손태성교수를 뵌다.

예의 쪽문을 통해 들어선 손교수는 밝고 활기차 보였다. 인사말을 건낸 그는 모니터를 훑으며 “(구랍12월28일 검사)혈액과 흉부사진, CT촬영결과 깨끗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건강 좋으시죠? 한 가지 쓸개에 미세한 돌 같은 게 발견 됐는데 염려할 정도는 아니기에 앞으로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쓸개에 돌맹이가요?”라고 내가 되묻자

“아직 미미하여 걱정할 필욘 없습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 먹고 난 후 명치끝이 띵해온다거나 배가 아프면 진찰을 받아보세요. 그 안에라도 찝찔하면 초음파검사를 해봐도 좋고요.”

“초음파검사를요?”

“예, 지난번(6개월 전)에 제가 결과를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안했던가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니까 미흡했단 식으로-.”

난 손교수의 말을 얼른 알아듣질 못했을 뿐더러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썼던지 명료한 기억이 떠오르지도 안해 다소 당황한 채 좋은쪽으로 얼버무렸다.

“아니요, 자세히 얘기해 줬습니다.”

“제가 하루에 70여명의 환자를 접견해야 합니다. (결과가)좋은 분한테는 빨리 끝내야 안 좋은 환자와 시간을 좀 더 할 수 있어서. 오늘 됐지요? 지난번에 대장검사는 했으니 2년 후에 다시하고 6개월 후에 보지요. 간호사가 자세한 얘기 해드릴 겁니다.”

“예, 고맙습니다.”

난 수납창구에서 다음진찰(7월1일)을 예약할 때 오늘 면담결과에 대한 평을 모니터상 예문에 ‘매우만족’과 ‘적극추천’ 란에 체크 하였다. 아까 손교수는 참으로 자상하게 알려주었었다. 귀로에 반년 전 띄운 모니터상의 나의 글이 궁금하여 귀가하자마자 컴을 열어봤던바, 면담을 위해 지방에서 상경한 환자가 특진을 의뢰한 의사로부터 고작 1~2분여동안의 짧은 면담을 위해 하루를 꼬박 소진해야한다는 사실에 불만족스럽단 얘기를 올렸던 것이다.

보다 많은 환자를 면담키 위한 고육직책이라고 의사들은 강변할 테지만 환자들 입장에선 병원수입을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여기기 십상인 것이다. 하여 의사는 병원편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 서서 환자를 위한 진료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환자보다는 공룡병원과 유착하는 데 더 신경 쓰는 의사는 환자를 위한 좋은의사라  말할 수 없슴이다.

손교수께서 나의 그런 취지의 글을 접했다는 사실에 뿌듯했고,  한편 공룡병원이 ‘갑’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을(의사)’에게 ‘을(환자)’이 공염불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해서였다. 아무튼 오늘 손교수님의 자상함은 추천하고 싶은 의사임에 틀림없다.

쓸개에 있다는 미물이 별것이 아니길 아니, 평상시처럼 나는 무시하고 살 테다. 손교수 말따나 기름진 음식 먹고 명치끝이 당기면 몰라도.

암수술에 이어 항암주사에 방사선치룔 반년간 한 내가 지금 이렇게 거뜬한 건 낙관적인 생각으로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생활하기 땜이려니 여겨서다.

기분 좋은 면담 이였다.

거린 한산해도 병원셔틀버스는 만원 이였다, 사람을 괴롭히는 병마도 추운겨울엔 의기소침해진담, 아니다 오만 병균이 몽땅 동사해버린담 얼마나 좋을까?

2013.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