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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암, 병상병기

무소유의 맛

무소유의 맛

# 2011년12월30일(금)15;15---CT/MRI 검사

2012년 01월06일(금)11;40---손태성교수 특진

벌서 위암수술을 한지 1년 반이 흘렀다. 12월30일자 검진은 6개월 터울로 하는 2차정기검진이고 1주일 후 1월6일 손교수는 그 자료를 토대로 치료예후를 알려줬다.

손교수는 내가 대기하고 있던 진찰실로 황급히 들어서면서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모니터를 훑으며 “피도 깨끗하고, 장도 위도 아주 좋다.”고 하시면서 “6개월 후에 다시 봅시다.”란 말을 끝으로 일어서고 있었다.

“교수님, 식욕이 왕성하여 많이 먹는 편인데 체중은 불지 않습니다.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붙잡는 내게 “지금이 정상인데 살쪄서 뭐하게요?”라고 일침을 놓는다.

맞는 말이다. 소화 잘 되면 됐지 체중 불지 않는 걸 걱정할 얼간이 노릇은 코미디감도 못되는 것이다.

그렇게 특진면담은 채 1분도 안 걸렸다.

교수님의 특진은 10분 사이에 환자 4명을 진찰하는 빡빡한 스케줄로 잡혀져 있었다.

어쩜 그와의 면담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환자의 건강상태는 좋다는 걸 의미하기에 6개월 만에 갖는 면담이 넘 싱겁다고 허탈해 할 일은 아니다.

난 기분이 좋았다. 아니, 난 나의 건강상태가 수술 이전으로 거의 회복됐음을 자신하고 있던 터라 그걸 확신하는 면담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거였다.

내가 이처럼 빨리 건강회복에 확신을 갖게 될 수 있었던 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꾸준하게 하는 운동(트레킹 내지 산행)덕이라 생각한다.

환자의 병 예후 치유는 낙관적인 생활습관 갖기가 첫째일 것 같다.

평안한 생활은 비움에서 비롯된다. 될 수만 있담 소유로부터 해방돼야 한다.

무언가를 많이 갖고 있다는 건 그만큼 그것에 신경을 써야 함이고 나아가선 그것에 예속됨이니 소유의 노예가 됨이다.

노예의 삶이 행복할 순 없다. 고로 많이 소유한 만큼 맘을 뺏겨야 함이니 오롯한 나의 시간-행복감은 엷어지는 거였다.

난 요즘 무소유의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 건지를 가늠해 가고 있다.

집착에서 탈피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실감하고 있다.

구랍12월16일자로 25년 동안 끌어안고 시름했던 덩치 큰 집을 팔아치워 집의 예속에서 벗어났기에 말이다.

만약 집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시간 이렇게 한가하게 서울에서 북한산트레킹이나 하며 식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가 없는 노릇인 것이다.

방학 중인 지금 16개의 원룸을 수선하고 새롭게 단장하여 대학생들에게 입대하려 노심초사하고 있을 터다.

위암 수술 후 언제 어찌 될 줄 모르는 불확실성에 내놓은 집이 전격적으로 팔리고 보니 서운함 보다는 커다란 짐 덩이를 버린 것 같아 그리 홀가분할 수가 없다.

소유물이란 예속에서 벗어난 자유란 게 이렇게 산뜻한 것인가를 실감하며 아내와 난 자유인의 삶을 즐기는 길 찾기에 들었다.

늙어갈수록 욕심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소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쓰느냐가 멋진 삶일 진데 예속 될 바엔 내려놓고 감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