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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암, 병상병기

위암수술 만 2년차 검진

2012. 06. 26 (화)


아침6시, 병원에서 준 500cc컵에 콜로라이트 1포를 넣고 물을 가득 부어 희석시킨 뒤 마셨다.

무색, 무취한 그러나 뭔가 좀은 느끼한 생수 500cc를 마신다는 게, 더구나 거푸 연속 먹는다는 게 물먹듯 쉬운 일은 아니었다.

콜로라이트 8포를 그런 식으로 희석한 물 4000cc를 20분 간격으로 세 시간에 걸쳐 먹는다는 고역은 한 시간이 소요 된 네 번째 컵부터 시작 됐다.

한 컵 들이키는데 20분이란 시간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란 걸, 아니 절대 부족하다는 걸 점점 실감케 된다.

포만감을 해소키 위해 화장실 옆에서 줄곧 마시긴 하지만 구역질과 구토를 참느라 생눈물까지 짜내야 했다.

8시50분쯤 마지막 한 컵을 마시는 고역은 고문이고 죽지 못하기에 넘겨야 하는 독배(?)였다 할 것이다.

이 고역으로 애주가들의 그 대단한 음주량과 폭주에 대해 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정말 대단한 인내심이고 배포들이라!

암튼 난 병원지시대로 9시를 좀 넘기긴 했지만 어제 오후6시 이후 금식한 공복을 그런 식으로 열심히 대청소를 한 셈이다.

하긴 매일하는 집안 청소도 힘들고 버거워 짜증인데 60여년을 살면서 때껍데기 찔 대로 찐 뱃속을 대청소 하는데 그런 죽기살기를 맛보지 않고 수월하게 할 수가 있으랴!

오늘 삼성병원에서 6개월 터울로 실시하는 검사를 하기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지만, 내 몸 안의 온갖 노폐물을 쓸어내는 대청소를 일생동안 몇 번쯤은 해야 되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먹을 수 있는 건 죄다 퍼먹은 지가 얼마나한 세월이고 또 그 양은 얼마인고?

단식의 효험이 얼마나 몸에 이로운가를 알게 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오후 3시 반에 위`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사전에 간호사 왈, ‘위절재수술한분들은 대장내시경이 위내시경 때보다 힘들다’고 해 자못 긴장했었는데 꼭 그렇지도 안했다.

왼쪽으로 누워 새우등한 자세로 받는 위내시경과 이어 대장내시경이 대장의 경우 똑바로 자세바꾸기와 우측다리를 오므린 왼쪽다리에 걸치는 자세로 검사를 하기 땜에 모니터를 통해 대장 안을 샅샅이 관찰할 수가 있어 좋았다.

그 인체탐험의 신비에 약간의 역겨움이나 통증은 가볍게 지나칠 수 있었다.

한 시간 반쯤 걸린 검사의 결과는 1주후에 알 수 있겠지만, 난 곧장 담당의사에게 타진했고 의사는 방금 육안으로 본 소감을 ‘깨끗하다’고 촌평해 줬다.

5시 반에 있을 CT/MRI검사를 받기 위해 암병동으로 향했다.

금식한 지가 만 하루가 되 가지만 가스가 찬 배는 포만감으로 오히려 거북하다. 거기다 CT촬영을 위해 500cc물 한 컵을 마시다보니 복부는 더 팽창하고 미미한 통증이 왔다.

다시 6시40분에 있을 PET촬영을 위해 핵의학실로 갔다.

PET/CT 검사는 암 조기진단 내지 미세변화를 감지할 수가 있고, 각종 암들의 악성도 평가, 수술치료의 예후관찰과 재발여부를 정확하게 감별진단 하는 해부학적영상의 생화학적 변화를 촬영함 이란다.

이 검사를 하는데 1시간여가 걸렸다.

이어 피검사와 X-RAY검사를 하고보니 밤 9시가 다 되 가고 있었다. 모든 결과는 7월6일 주치의 손태성교수가 면담 시 알려 줄 것이다.

복부포만에서 오는 역겨움과 미세한 통증은 간단한 저녁식사 후 방귀폭죽을 연속 터뜨리면서 진정됐다.

내 몸뚱이 하나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건사하며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절감한 하루였다.

덩달아 쫄쫄 굶으면서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준 아내의 지겨움도 상상해봤다.

#. 사흘 전(23일자 중앙일보 '사람 속으로')미국 최고 암병원 MD앤더슨 종신교수인 김의신박사의 면담기를 읽었었다. 암환자 특히 항암`방사선치료를 하는 환자는 잘 먹어 영양보충을 잘 해야 한다는 게다. 잡곡밥에 고기(오리.개고기)를 자주 먹고 물을 많이 마셔 항암`방사선의 독성을 중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욕심을 버린 모든 걸 내려놓는 마음가짐과 낙천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해 가라는 거였다. 인명은 재천이니 오늘내가 할일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