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의 산책 - 해운대 그린파크웨이


이른 아침, 블라인드 커튼을 올리자 통유리창은 우윳빛이 됐다. 아니 창밖의 바다도 하늘도 사라진 회색 세상이다. 희뿌연 불빛을 좇는 시선에 회색 구름 떼가 등불을 부나비가 에워싸듯 얼싸안고 흐른다. 102충짜리 엘시티도 사라진 채 이따금 실루엣을 아른댄다. 여지없는 회색 세상에서 몽유(夢遊) 판타지에 빠저들었다.



잠깐 뿌연 불빛에 투영되는 회색 세상을 꿈꿔봤다. 누추한 것은 거의 사라질 테다. 하루쯤 회색 세상이 지속 되면 더러운 것들은 거짓말처럼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몽유병자가 된다. 옾텔을 나섰다. 회색세상을 온몸으로 절감하겠다는 듯 구름 속을 유영하는 사람들이 굼뜨게 아니, 활기찬 듯이 스친다.



구름 떼는 바다도 하늘도 없는 어디선가 아니 남쪽 세상 끝에서 몰려오나 싶었다. 구름 깔린, 구름 속의 그린파크웨이를 향한다. 해변열차도, 스카이캡슐도 정지된 채 떼거리로 늘어섰다. 시커먼 나무들이 구름 속에서 푸르름을 찾고, 파도소리는 포말을 일으켜 바다를 일깨운다. 구름은 한 겹씩 시스루를 벗기 시작했다.



해무(海霧)에 멱 감은 해안 갓길의 화초들이 물기 젖은 채 화사한 얼굴을 내민다. 한결 새초롬하고 화사하게 웃는다. 엊그제 봤던 꽃이 그 꽃인데 뭔가가 달라졌다. 한 곳에 뿌리내리면 죽는 날까지 아니, 해마다 되살아나 세상을 조종할 수 있는 향과 아름다움으로 신비의 일생을 살아오고 있다는 경의에 우리는 감탄한다.



꿀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을 유혹(?)하여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형식과 절차를 밟아 수정(授精)하게 하는 기술과 신기는 꽃만이 보여주는 신통한 섭리(攝理)다. 그렇게 당당한 꽃의 섭리는 곤충들과 공생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신비한 경외의 일생이며 아름다운 자연에 우리들을 초대하는 이쁜 호스트이기도 하다.



나는 해운대그린파크와 문텐로드를 이삼일 터울로 소요하면서 날마다 달라지는 푸나무와 꽃들의 자태에 현혹되고,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흐뭇해지는 행복의 순간을 사랑한다. 특히 청사포에서 철길 옆 짜투리 땅에 여러 가지 꽃들을 입양해 정성껏 가꾸는 어느 아주머니 꽃밭에서의 감동을 아낀다. 아줌마의 이쁜 마음도 꽃이다.



예쁜 꽃을 가꾸는 아주머니는 얼마나 뿌듯하고, 그 이쁜 마음 씀에 즐거워할 길손들의 미소에서 어떤 행복을 누릴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삶은 꽃보다 한 차원 더 높다. 아주머니의 꽃밭은 수시로 얼굴도 바뀐다. 이사 온 꽃들도 복 받은 셈이다. 구름이 와우산정으로 달아난다. 꽃들이 햇볕을 찾는다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2026. 07. 10









'느낌~ 그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문 연 해운대해수욕장 & 여름꽃들 (0) | 2026.06.29 |
|---|---|
| 유월의 꽃 협죽도 앞에서 (0) | 2026.06.21 |
| 해운대블루라인파크 & 청사포 유월 (0) | 2026.06.18 |
| 능소화 연정 (0) | 2026.06.14 |
| 6월의 밤꽃 향기 (6) | 2026.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