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연정

6월은 ‘하늘로 올라가는 꽃’ 능소화(凌霄花)의 달이다. 凌은 '넘어 오르다'는 뜻이고, 霄는 '하늘'을 의미해서다. 능소화는 담벼락이나 나무를 타고 오르기를 좋아 한데다, 생명력이 강하고 양`음지를 가리고 않은 채 몇백 년을 잘 자라면서 계속해서 예쁜꽃을 피워 사랑받는다.

능소화는 피고 지고 또 피면서 지는 꽃도 송두리째 낙화하는 싱싱한 꽃 그대로 계속 보여준다. 송이째 뭉텅 낙화하는 모습을 선비들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며 품격으로 여겼고, 왕은 과거시험 장원급제자 관모에 어사화로 꽂아주었다. 그래 꽃말은 명예와 영광,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능소화의 꽃말 - 기다림과 그리움의 어원은 궁녀 소화의 비극적인 사랑에서 유래 됐지 싶다. 옛날 소화라는 나이 어린 무수리가 궁궐에 입소한지 얼마 안 되어 궁내를 소요하던 임금과 마주쳤는데 그날 밤에 임금의 부름을 받아 침소에 들었다. 왕의 하룻밤 풋사랑은 소화에겐 첫사랑이요 빈(嬪)이 되는 행운이 되어 깊고 깊은 궁궐 한적한 방에 독수공방신세가 된다.

왕의 하룻밤 카타르시스는 소화에겐 지긋지긋한 기다림의 세월이 되었다. 소식 없는 임금을 향한 소화의 상사병은 끝내 죽음에 이르는데 그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은 담장 밑에 묻혔다. 그 후 담장 가에 싹이 나서 꽃을 피우니 능소화라 불렀다. 능소화 그리움은 1586년 16대 선조때 청상과부의 애틋한 편지 ‘원이 엄마의 사부곡’으로 의인화되기도 했다.

“원이 아버님께 올림
자네 항상 나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나하고 자식하고는 누구에게 구걸하여
어찌하여 살라 하고 다 던지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자네 날 향한 마음을 어찌 가졌으며
나는 자네 향한 마음을 어찌 가졌던가.
매양 자네더러 한데 누워서 내가 이르되
여보, 남들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 남들도 우리 같은가?
하여 자네더러 이르더니 어찌 그런 일을
생각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네 여의고 아무래도 나는 살 수가 없으니
얼른 자네한테 가고자 하니 날 데려가소.

자네 향한 마음을 이 생에 잊을 줄이 없으니
어떻게 해도 서러운 뜻이 그지없으니
내 이 마음을 어디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며 살까 하나이다.
내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일러 주소.
내 꿈에 이를 보고 하실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렇게 써넣네.
자세히 보시고 나더러 일러 주소.
자네 내 밴 자식이 나거든 보고 사뢸 것 있다며
그리 가시면 밴 자식이 나거든 누구를 아빠 하라 하시는가.
아무리 한들 내 마음이나 같을까.
이런 천지 같은 한이 하늘 아래 또 있을까. 자네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러울까.
그지그지그지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으니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 보이시고 자세히 일러 주소.
나는 꿈에서 자네를 보리라 믿고 있나이다. 몰래 모습을 보이소서.
하도 그지그지없어 이만 적나이다.”
1586년(선조19년) 유월초하룻날 집에서”

‘원이 엄마가 죽은 남편에게 쓴 이 편지’는 안동김씨들이 묘 이전작업을 하다 발견되어 화제가 됐었다. 부녀자 대부분이 문맹이었던 당시 한글로 쓴 편지는 성차별 없는 부부간의 대화와 지극한 사랑의 애틋한 회한이 절절해서다. 유복자를 두고 떠난 남편을 향한 원이 엄마의 연민은 가슴을 적신다.









# 위 능소화사진은 막내처제부부가 주말농장을 하는 농장울타리에서 지금 막 피기 시작한 풍정이다. 처제내외는 심심풀이(?)로 채소를 가꿔 울집에 선물하곤 하는데 지난 주말엔 상추를 뽑고 다른 작물을 심는다고 해서 울`부부가 동행했다. 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는 일반상점에서 구입한 것과는 뭔가가 달라도 다르다. 우선 싱싱함이 훨씬 오래도록 유지된다. 그보다는 처제말따나 어린 싹을 심어 가꿔 수확하는 과정의 쏠쏠한 재미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희열일 것이다. 더불어 생명을 돌보면서 자연의 심미까지 챙기는 건강생활의 바로미터란다.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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