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탈의 자유를 즐겨 보시라!
오늘(2월14일)은 발렌타인 데이(Valentine’s day)이자 선친님 기일(忌日 음1월18일)이다. 발렌타인 데이 유래는 로마시대 발렌티노(Valentino)사제의 처형에서 비롯된다. 막강한 로마군단은 병사들의 탈영으로 골머리를 앓다가 총각들에게 결혼금지령을 내린다. 휴가가면 아내한테 빠져 탈영하기 일쑤였다. 이를 긍휼(矜恤)히 여긴 발렌티노 수제가 사랑하는 연인들을 몰래 결혼시키다 발각되어 처형을 당한다. 시민들은 사제가 묻힌 2월14일을 기념했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의 힘은 ‘발렌타인 데이’로 명명되어 세계적인 기념일이 됐다. ‘발렌티노’어원은 ‘사랑의 힘과 용기‘다.
오늘날 초코릿과 사탕을 주고받는 행위는 일본 초코릿 가게의 얄팍한 상술이벤트에서 비롯됐다. 무릇 전통과 풍습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와 성쇠를 거듭한다. 발렌티노 수제의 긍휼 - 지고지순한 사랑이 얄팍한 초코릿장사 상술포장지의 사랑놀이가 될 줄이야! 몇 해 전만해도 아내는 엊그제부터 부모님합제에 올릴 제사상 준비하느라 바지런 떨었다. 아내의 정성과 바지런은 일가친척들이 모두가 공인한다. 울`부부가 40대에 들어 합제(合祭)한 후론 10여명의 친족들이 이틀 전부터 참례하러 오셔 아내는 며칠간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었다.
독자인 내가 아홉째 막내누나와 나이터울이 9년차라 홀로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아내의 고충은 상상이상 이였을 테다. 팔남매의 맏딸로 장모님 옆에서 년중 몇 차례 제사를 지낸 경험과 선천적인 부지런함과 건강과 인내력이 담보된 소이였다. 많은 친족들과의 합제의식은 자정이 지나야 파제(罷祭)했는데 울`부부가 60대까지도 이어졌다. 서울로 이사 오고 누나내외분들이 작고하시어 이제 생존하신 누님 세 분도 노환으로 불참하신지 몇 해째다. 이번 설 전전날, 아내가 “우리 이제 제사 안 지내면 어떨까?”라고 뜬금없는 제안을 해서 난 잠시 의아해했다.
아내가 소담하게 제사상 준비할 때마다 “간단하게 차려요. 아버님은 생전에 냉수 한 사발에 향`촛불만 켜 놓으라 하시면서 정 서운하면 꽃 한 송이 놓으라고 하셨다.”고 에둘러대곤 했었다. 아내의 수고와 정성이 고맙고 미안해서였다. “제사 뫼신지 반세기도 넘었으니 용서하시겠지요.”아내가 계면쩍게 다짐한다. “그래, 당신 좋을 대로 하소” “보름 후에 제사도 안모시요 이~” “알았어요.” 사실 나는 열흘쯤 더 머물다 제사를 뫼신 후에 부산엘 가고팠다. 부산에서 딱히 할 일도 없다. 빈둥빈둥 놀며 세월 죽이기는 서울`부산생활이 그게 그거여서 노년의 부부사이만 더 소원해질까 회의됐다.
아내는 이제 부모님제사 멍에에서 해방되듯, 나한테서의 삼식(三食)이 종노릇을 일탈하는 자유맛을 즐기고 싶다고 실토했다. 곰곰 생각해 보면 아내가 반세기동안 인고해왔을 속박(?)에서의 일탈의 꿈이 자못 애처로웠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릇 관습과 전통은 시간의 더께에 변화하기 마련이다. 지난한 세월동안 최선이었다 할 의지와 정성의 부도(婦道)의 빛깔이 AI시대에 들어 비늘부스러기란 의식의 변화를 고민한다. 감내해야 할 변화의 세태에서 결코 놓을 수 없는 진리는 상대를 향한 이해와 포용 - ‘영원한 사랑’이다. ‘영원한 사랑’은 만고불변의 생존의 에너지다. ‘당신, 일탈의 자유를 즐겨 보시라!’ 2025.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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