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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이기대 해안길의 만추(晩秋)

이기대 해안길의 만추(晩秋)

▲이기대 자연공원 호수와 오륙도▼

봄(4월)에 소요했었던 이기대 해안산책길의 쌈박한 여운이 가을이 짙어질수록 궁금해진다. 기암괴석 암반(巖盤)들이 해안을 따라 십 여리에 펼쳐진 채 해원에서 달려온 파도와 맞장 두느라 부서지는 포말의 분출에 일상의 체증을 씻어내고 싶었다. 시퍼런 바닷가에 해일처럼 밀려오는 파도의 학익진이 암반에 기어오르며 내는 함성은 부서지는 물보라만큼 시원하다. 마음이 울적하걸랑 암반들로 이뤄진 해안을 찾을 일이다. 모래사장 해안의 잔잔한 밀어와는 역동성의 분위기가 다르다.

노란 해국잔치 마당에 앙증맞은 나비 한 마리가 세상을 만났다
이기대 자연공원

백사장해안이 여성적이라면 암반해안은 남성적인 정취에 빠져들게 된다암반 피오르드를 파고드는 파도의 격랑은 분수처럼 틔는 물보라와 함성이 비례한다피오르드의 물보라함성은 나[]를 까맣게 잊게 한다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어쩜 강태공들이 즐기는 낚시 포인트가 암반인 게 고기와 나를 동시에 낚는 시간사냥의 최적지란 생각이 든다이기대 해안은 강태공들의 천국이다거기 암반 낚시 포인트엔 시간사냥 차 동반한 여성분들이 심심찮다주먹밥과 푸성귀와 쌈장이란 최상의 횟감오찬을 기대하면서~!

차나무꽃, 꽃과 열매를 동시에 볼 수가 있어 '실화상봉수'라 부른다

뿐이랴, 화산바위섬인 이기대 해안은 활엽낙엽수들이 울긋불긋 가을치장에 여념이 없고, 바위 틈새에선 하얗고, 노랗고, 보랏빛인 야생국화들이 지천이다. 가을야생국화꽃 전시장이 이기대 해안산책길에 펼쳐졌다. 그 야생국화 꽃밭에 앙증맞게 작은 나비가 매파노릇 하느라 바쁘다. 야생화는 질펀하게 피었고, 시간은 촉박한데 날은 저물어 정신없는 나비는 환장할 판일 터~! 나는 꼬마나비를 훈수하느라 멍 때린다. 털머위꽃이 한창이고, 팔손이도 달랑달랑 매단 꽃봉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팔손이가 맊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두텁고 넓은 진초록 잎을 자랑하던 천남성은 오색씨방을 남기느라 처참하게 망가졌고, 차나무는 매화를 훔쳐와 주렁주렁 붙여 놨다. 차나무가 피운 매화에 정신이 깜박했던지 쑥과 갓이 봄날처럼 짙푸르다. 야생의 보고 이기대섬은 군사작전지역으로 1993년까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었다. 하여 이 통제구역은 희귀한 식물과 곤충들의 유토피아로 보존상태가 양호하단다. 또한 1999년엔 바닷가 암반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어 이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여 이기대 해안산책길은 트레킹의 명소가 됐다.

해안 바위벼랑을 오르락내리락 트레킹의 맛깔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외국인들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숲길을 걷다 망망대해를 맞이하고, 절애 아래 암반해안과 실랑이하는 파도소리와 물보라는 트레킹의 진면목에 여지없이 빠져들게 한다. 이 절경의 암반위에 의기대(義妓臺)가 있다. 임진왜란 때 수영성(水營城)을 함락한 왜군이 축하연을 열어 흥청망청 놀아날 때 두 명의 기생이 왜장을 만취하게 하여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 같이 익사했다 하여 이기대(二妓臺)라 부르게 되었다.

▲천길 단애 위의 전망대와 바로 밑의 낚시배▼
벼랑 위 팽나무의 만추, 저 많은 열매들의 종착지는 어딜까?
▲농바위, 해녀들이 물질할 때 푯대 역활을 하여 모였던 삼단바위▼

‘이기대’라는 명칭은 1850년 좌수사 이형하(李亨夏)가 편찬한 <동래영지(東萊營誌)>에 좌수영 남쪽 15리에 두 명의 기생(二妓)무덤이 있다는 기록이 실증한다. 장자산 준령의 8부 능선(큰고개 싐터) 순환도로에 관해정이란 정자가 있으며 이곳 절경 역시 해운대 장산과 해운대 마천루 빌딩이 한 눈에 조망되는 뷰`포인트의 정점이란다. 나는 오늘 오륙도에서 동생말 해안까지 약 4.5km의 기기묘묘한 형태의 암반으로 이뤄진 해안산책로를 트레킹함이라. 동생말 해안에서 바다를 관통하는 광안대교는 수영만으로 숨어든다.

▲곤충들한테 아낌 없이 줄만큼 줬던 파란잎들이 상처가 아물기 바쁘게 여행떠날 채비하느라 바람결을 기다리는 만추▼

그리고 하얀 고층건물이 방파제처럼 에워싼 해운대 동백섬까지의 풍광은 현대문명의 신기루를 발휘하는 해안풍경이다. 닷새 전의 부산불꽃축제가 그 진풍경을 연출했다. 트레킹을 종점 부둣가 어느 식당 앞을 지나치다 지기이자 조카였던 Y가 생각났다. 이기대 해안산책길을 내게 최초로 소개 안내했던 Y는 세상에 없다. 재수술 후에 다시 만나자던 그는 내가 부산에 올 때마다 소식두절이다. 나중에 감 잡았지만 그때 그는 이미 다 내려놓았지 싶었다. 구부정한 거구 Y가 아른댄다. 애석하다.           2024. 11. 15

밭골새
▲몽돌밭 위 덕석바위에 배낭을 풀고 반 시간 이상 오찬을 즐겼다▼
고기와 시간을 낚는 삼매경은 강태공들만의 희열일 테다
영원히 낚을 수 없을 강태공과 고래 두 마리
▲마린포트홀(해양돌개구멍)▼

마린 포트홀은 바위의 빈틈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파도나 조류에 의해 회전하면서 서서히 바위를 마모시켜 형성된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한때는  공룡 발자국이라고도 했었다

해양돌개구멍(마린 포트홀)
누애바위
함각섬석암벽
▲해식동굴은 바위가 파도의 침식에 뚫린 구멍으로 장산봉동굴은 바다속에 있던 동굴이 해수면의 융기로 솟아난 거란다▼
피오르드 해안
▲피오르드해안▼
구름다리
▲구름다리▼
▲동생말 전망대서 조망한 해운대와 광안대교▼
▲이기대 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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