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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성지곡수원지의 만추(晩秋)

성지곡수원지의 만추(晩秋)

▲성지곡수원지▼

만추에 빠져든 채 한나절 소요할 곳을 생각하다 성지곡수원지가 떠올랐다. 두 달 전에 수원지를 에워싸고 있던 울창한 숲이 스쳤다. 지체 없이 어린이대공원행 버스에 올랐다. 성지곡수원지 입구는 만추에 흠뻑 빠진 나무들이 세찬 바람에 정신을 놓고 고운 이파리를 흩뿌리고 있다. 지가 살아남기 위한 나목의 몸부림이라. 정처 없이 부유하는 낙엽이 하필 내 앞에 떨어지고 발길에 차인다. 낙엽은 그렇게 제2의 운명을 받아들여 부엽토화 될 것이다. 그리고 흙에서 뿌리를 찾는 모태신앙의 윤회에 들것이다.

모이 한 봉지를 손에 들었다함 놈들은 여수 같이 모여든다

낙엽에 올라탄 바람소리가 앙칼지다. 곱게 치장한 낙엽을 그렇게라도 혼쭐내어야 고분고분하게 후미진 곳을 찾아가나 보다. 수북이 쌓인 낙엽들은 그렇게 서로를 보듬고 겨울을 나면서 육신을 녹일 테다. 낙엽을 밟는다. 밟히는 낙엽의 소리가 결코 아픈 울부짖음이 아니다. 그래선지 낙엽 밟는 소요객들이 엄청 많고 발걸음도 사뿐하다. 그대여! 낙엽 밟는 소리가 좋으냐? 만추속을 소요하는 동행이 있음 좋겠다. 얘기꽃 피우면서 겨울전령사 찬바람소리를 떨쳐낼 수도 있을 테니 연정은 더욱 도톰해지리라.

성지곡수원지는 메타세콰이아 천국이다

성지곡수원지는 신라시대 성지(聖知)라는 지관이 팔도의 명산을 찾아다니다가 이곳의 산수자명에 감탄하여 철장을 꽂았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성지곡수원지는 1909년에 지어진 한국 최초의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자 근대적 상수도 시설이다. 100년이 넘은 댐인데 사고 한번 일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튼실한데다 백양산자락의 융숭한 골짝과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 쉼터와 하이킹코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부산시민들의 파라다이스란 생각이 들었다. 잘 정돈된 포도와 금싸라기 녹담길 주변은 메타세콰이아가 열주처럼 늘어서 수원지와 숨바꼭질 하면서 낭만이스트를 만든다.

휴정대사충의비각
사명대사상

겨울철 소담하게 눈 쌓인 성지곡수원지의 풍경은 어떨까? 상상만으로 설국 - 메타세콰이아눈길은 낭만적일 것이다. 부산시민들은 참으로 복받은 사람들이다. 바다와 울창한 산림과 호수까지, 그것들이 팔 벌리면 닿을 곳에, 어렵지 않게 접근하여 즐길 수가 있어서다.  백양산과 쇠미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편리하고, 어린이공원과 사직야구장도 한 터울 속이다. 먹잇감 한 봉지를 사들면 비둘기 떼와 잉어 떼의 환영퍼레이드(?)를 받는 주인공인 된다. 아니면 숲속 깊이 들어가 벤치에서 호젓한 독백의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 늦은 오후 불시에 찾아온 한파에 웅크리고 잰걸음 쳤다. 겨울이 성큼 엄습해온다.    2024. 11. 28

편백숲
헌7학병 6.25참전기념비
▲박재혁의사동상▼
▲이 편백숲골짝은 깊고 인적이 뜸해 물소리에 귀기우리다 나를 잊는다 ▼
귀목이지 싶은데 하 키가 커서 물어볼수가 없었다
나는 지난 번에 여기 갈림길에서 백양산행 루트를 물어물어 찾아갔었다
수원지댐
▲일제때 축성한 댐은 아직도 끄덕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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