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빛축제
'새로운 물결, 눈부신 파도'를 주제로 개막한 ‘해운대 빛축제’가 제11회째란다. 성탄전야 나는 옾텔-숙소를 나서 구남로와 해운대백사장 1,400m 구간에 눈[雪]을 주제로 한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의 빛 조형물의 현란한 별천지에 들어섰다. 거창한 스마트트리를 비롯한 건물 외벽 등에 수천 개의 발광 다이오드(LED)조명으로 빛깔의 판타지를 연출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일상탈출을 위한 인파의 엑서더스가 해운대백사장을 향한다. 살기가 팍팍해서일까? 시국이 하 수상하고 어수선 해설까?
어찌됐던 하룻밤이나마 일상탈출 아니, 나를 잊는 광란의 파티에 몰입한다는 건 탁월한 선택이다. 축제는 그래서 연륜이 쌓일수록 풍요로워지고 기똥찬 아이디어로 늘 새로움을 구가하나 싶다. 내 어릴 적의 축제는 정월대보름 밤에 마을 청장년과 아낙과 처녀들이 농악놀이와 강강술래 코러스(chorus) 한마당 이였지 싶다. 모정의 당산나무 앞에서 묵념하고 집집마다 돌면서 축복을 기원했다. 어떤 집에선 죽과 술을 보시하면서 공동체의 끈끈한 정을 돈독히 하는 동네잔치였다. 그런 공동체는 누군가가 필요하면 울력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공존의 지혜였다.
한가위나 동지, 설날, 대보름, 단오절에 마을 사람들끼리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만들어 나눠 먹고,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놀면서 춤을 추며(강강술래) 떠들썩하게 뛰노는 그런 분위기가 아삼삼하고 그립다. 동네잔치가 축제(祝祭,festival, carnival)란 격식을 갖춰 수많은 사람이 즐기는 큰 잔치 - 오늘날엔 지자체의 대규모축제로 비약시켜 지역홍보와 특산물을 알리는 대대적인 행사를 축제의 이름으로 치른다. 해운대 빛축제는 지난해 9억원보다 2배 많은 17억2천만 원으로 알려지며 예산낭비 소리도 들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의 축제는 약 800개에 이르고, 지원하는 국비와 지방비가 2,219억원으로 평균 2억 9000만원 정도의 세금을 지원하는 셈인데 전시성 축제 난립과 혈세낭비 문제가 심각하단다. 하긴 지난 해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비로 총 5,744억 원(윤대통령 부부 순방비용은 제외)을 내가 어릴 때 잠자리에서 오줌 싸듯 줄줄 쏴고, 김칫국 마시듯 건배를 들며 입씹 했던 판이니 불쌍한 건 세금 꼬박꼬박 낸 우리들이다. 이래저래 울화통이 치민 인파들이 해운대 빛 축제에서 맘을 달래고 싶었지 싶다.
해운대밤의 백사장엔 버스킹공연과 작은 음악회가 마련되어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버스킹엔 청중이 적어 스산한 겨울바다처럼 을씨년스러웠다. 재야인 31일 오후 11시에는 1천 대의 ‘불꽃 드론쇼’와 함께하는 ‘2025카운트다운’, ‘EDM파티' 등이 이어진다. JTBC '싱어게인' 오디션 준우승 정홍일 록 보컬리스트의 오프닝 공연, '생동감크루'의 미디어 퍼포먼스, 불꽃 드론쇼와 함께하는 '2025 카운트 다운', DJ 도미노보이즈와 DJ 그레이스의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파티'가 벌어지고~!
이벤트광장 축제 종합안내소 ‘눈빛마을’에서는 산타복 등 소품을 빌릴 수 있다. 12월에 들어서자 부산의 빛축제는 10군데가 동시에 열리는데, 한 업체가 여러 축제를 수주하면서 지역의 특화된 이야기를 담지 못하고 모두 다 엇비슷해서 지자체는 발상의 개혁을 해야 한단다. 부산엑스포에 사기당한 시민들의 허탈을 뭉개서는 안 된다. 부산의 미래가 밝지를 않아 설까? 시민들의 타지로의 엑서더스가 심상찮다는 소식을 접한다. 부산처럼 살기 좋은 곳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해운대 빛 축제가 보듬기를 염원한다. 2024. 12. 24
# 건축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는 건축물 외면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와 ‘미디어’의 합성어로, 건축물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를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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