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수원지 - 땅뫼산`부엉산 트레킹
회동수원지는 1930년대 말,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일제(日帝)에 의해 댐건설을 착공하여 1946년 완성한 인공저수지다. 경남 양산시 원효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수영강이 철마천과 만나는 부산시 금정구 오륜동과 회동동에서 만나는 계곡이다. 1966년에 댐 길이168m. 높이35.8m로 증고(增高)되었는데 45년 만인 지난 2010년 일반에 개방됐다. 산기슭의 4개 마을(등곡,새내,까막골,아랫마을)과 논밭이 수몰되자 일부주민들만 신현마을로 이주한 채 거의가 알몸으로 쫓겨나다시피 했다.
수몰민들은 댐건설공사 시 보상과 생계대책을 요구했으나 일제가 거절하자 격분한 마을주민들은 삽과 곡괭이를 들고 항거했지만, 상처만 더 도진 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여생을 살아야 했다. 1942년 1차 준공 시 경남도지사 오오노 대야(大野)가 축사 후에 가위로 준공테이프를 끊을 때 수몰민들은 항의 절규했다.
“그 가위질은 우리 수몰민들의 창자를 가르는 가위요, 수원지물은 우리들의 피눈물이다”라고. 회동수원지는 1964년 금정구와 기장군, 양산시 일원의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관리되어 출입통제구역이 됐다.
1971년 극심한 가뭄 땐 수원지물이 바닥나서 오륜대고분이 발견됐는데 석실묘와 옹관묘 외에 많은 철재류를 비롯한 유물이 나왔다. 수몰된 까막골, 아랫마을, 등곡, 새내마을은 순우리말 이름이어서 더 애틋하다. 그분들의 후예들은 회동수원지 수변 길을 소요할 때 느낄 애잔하고 착잡한 심정을 어찌 치유하는지? 부산시는 2010년1월에 회동수원지에 수변길을 조성해 부산갈맷길 8-1구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치유의 숲길로 사랑받고 있다. 수변산책길은 오륜대구간(회동동대교~오륜대~상현마을)6.8km와 아홉산구간(동대교~아홉산~상현마을)12.4km로로 19.2km란다.
땅뫼산 황토숲길은 상현마을에서 동천교를 잇는 1km 남짓 이어지는 평탄한 숲길로 산책하기 딱 좋다. 산기슭을 파고든 수원지의 푸른 담수호는 숲속을 소요하는 빼어난 비경으로 시간과 나를 잊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산과 호수와 푸나무와 조류들은 한 폭의 수묵화로 병풍처럼 이어져 장대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비포장의 조붓한 숲길은 수목사이로 숨바꼭질하는 푸른 담수호와 철새들의 기똥찬 호수`뷰에 심취하게 한다. 쉼터의 벤치에 앉아 일상을 놓고 치유하는 순간의 멋은 사뭇 낭만적인 정취이다.
게다가 오륜대전망대와 부엉이전망대는 회동수원지의 아기자기한 얼개까지 조망되어 동양화 아트페어에 초대된 희열까지 느끼게 된다. 부엉이전망대는 10여분 소요되는 조금은 빡센 계단이라 트레킹의 진수도 즐길 수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아홉산을 비롯한 야트막한 산골짝이 사방으로 굽이굽이 뻗어 파란담수를 담아 피오르드를 만들었다. 숨어있는 피오르드에 대한 상상의 날갯짓은 까마귀들의 활공비행 쇼까지 더하여 장대하게 펼쳐지는 수묵화의 파노라마였다. 정녕 까마귀들의 비행 쇼는 나를 영접함일까?
놈들의 수작의 의미를 잠깐 유추해보는 재미도 솔깃했다. 회동수원지에 대해 아는 게 없이 무턱대고 나선, 그것도 정오쯤에 시작한 트레킹이 이렇게 감칠맛 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오늘 못간 2km쯤의 오륜대구간과 아홉산구간12.4km 수변길 트레킹을 불원간 이어갈 참이다. 부엉이전망대에서 오륜마을쪽으로 하산하면 마을버스가 있다고 아까 어떤 산님부부가 친절을 베풀어줬다. 중장년 커플끼리 숲길을 산책하는 모습은 예쁘고 낭만적인 한 장의 사진이 된다. 그런 소요의 모습을 담은 셀카는 멋들어진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내 멋대로’라고 아내가 늘 불만이다. 해찰이 심할뿐더러 등산로를 살짝 벗어난 후미진 곳까지 갸우뚱대는 오지랖에 창시 빼놔야 된단다. 해도 나는 아내의 지청구를 못 들은채 해버린다. 그냥 지나칠 만한 곳에서 의외의 희열을 챙기곤 해서다. 하여 나는 아내뿐만 아니라 굳이 동행할 사람을 염두 하지 않는다. 난 혼자가 그렇게 편하다. 불의의 사고가 날까봐 늘 조심이야 하지만 험준한 등산길에선 누군가와의 동행이 아쉽다. 오늘 같이 잘 닦아놓은 호수 수변 길은 신바람이 난다. 짐짓 행복한 오후였다. 2024.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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