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벚꽃축제 - 봄바람을 기대한다
-<봄>-
"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 흔들어 깨우면 /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날벼락 쳤던 ‘윤석열의 계엄포고령’땜에 을사년의 봄은 을씨년스럽기 짝 없었다. 춘삼월이 다 지난 4월 문턱, 춘래불사춘은 드뎌 낙동강에서 봄소식을 알렸다. 참다 참다못한 낙동강 벚꽃나무들이 폭죽 터뜨리듯 일제히 하얀 팝콘을 튀겨 뒤집어쓰면서다. 낙동강 봇물이 터지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뚝방 벚나무 아래로 밀려든다. 죽었다가 살아난 듯한 봄 향기에 멱 감으려고 말이다. 금년 봄의 걸음마는 오살 맞게 더뎠다. 허나 아무리 아장 아장대도 봄은 아랑곳 않고 기어이 온다.
몽니꾼이 격노할 건덕지도 없는데 홍두깨를 내리치고, 페르세포네가 늦잠을 자도 봄은 밤낮을 거닐면서 기어코 이 땅에 찾아와 새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푸나무들이 햇빛으로 봄눈을 뜨듯, 사람들은 햇볕과 서로의 체온으로 교감하여 봄기운을 공감한다. 낙동강둔치에 벚꽃이 터졌다는 소식에 나는 괘법르네시떼(Renecite)역(驛)을 향한다. ‘괘법르네시떼’역 이름에 얼빠진 나는 그 사연도 궁금했다. 르네시떼는 프랑스어로 ‘다시 태어나다’란 뜻이 담긴 ‘르네(rené 과거)’와 ‘시떼(cité 도시)’를 합성시킨 우리나라만의 어글리 프랑스어(佛語)라고 설명한다.
부산시 사상구는 괘법동에 있는 대형 패션상가 ‘르네관’과 ‘시떼관’을 뽕짝해서 ‘다시 태어난 도시’라는 의미의 역(驛)으로 명명했단다. 나는 사상역과 괘법르네시떼역이 고가철로위의 캡슐역사란 점에 낙동강일대의 뷰`포인트를 즐기려 사상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사방이 거칠 것 없이 휑하게 터진 낙동강뚝 벚꽃길의 상춘객들의 표정은 활짝 핀 벚꽃마냥 밝다. 낼`모래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 꺼냈던 망나니의 춤도 끝날 거란 걸 확신해서일 테다. 자연의 순환은 어김이 없고, 진정의 순리 또한 더딜망정 제자리를 찾아옴이 진리여서다.
봄은 어떻게든 오고야 만다. 진리와 정의도 개구멍 찾지 않는다. 벚꽃퍼레이드 속에서 목련이 떠날 차비를 하고, 명자꽃무리가 화톳불을 지핀다. 꽃들은 어떻게 지가 꽃피울 때를 알아챌까? 햇볕의 강도와 햇빛의 양을 감촉하는 그들의 광수용체 땜이라 한다. 문명의 발달은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유대감과 사회적 온도를 공감하면서 진정성을 공유하려는 노력땜일 것이다. 사회적 온도에 둔감한 인생은 실패자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혼자 잘난 척하고 맹종하는 아류가 있어도 사회적 유대를 소홀이 하면 도태되기 망정이다.
자연의 변화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으면서 가슴에 담아 자아를 풍요롭게 하는 인생은 행복하다. 자연과 동일체 되는 삶이어서다. 하여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고 심취한다. 낙동강 벚꽃길 이십 리 소요는 치유와 희망의 선물이라. 대저생태공원의 새들의 유희와 해넘이 석양은 벚꽃길 소요의 멋진 피날레였다. 낼`모래(4월4일) 완연한 봄은 우리강산에 스며들어 화창하게 만개할 테다.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공유할 벅찰 감회를 상상한다. 정의는 결코 기 죽지 않는다. 석양이 내려앉은 낙동강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2025. 04. 02
<조약돌 하나로> -정양-
" 깎아지른 바닷가
그 땅끝에 가서
한세상 하염없이 출렁이는
물결의 끝으로 가서
던져버릴 것인가
던져버릴 것인가
고통과 진실의 끝
목숨과 그리움의 끝
피할 길 없는 무게를
땅끝에 매달린 온갖 무게를
조약돌 하나로
가늠해본다 "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 (창비 19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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