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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달맞이 길 벚꽃퍼레이드

달맞이 길 벚꽃퍼레이드

해운대 ‘달맞이 길’은 해운대해수욕장 미포항에서 와우산과 신곡산을 휘도는 해안선 일대와 산자락언덕을 넘나들면서 송정해수욕장에 이르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부산의 ‘몽마르트르’라고도 불리는 달맞이 길은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이 하늘을 뒤덮는 벚꽃퍼레이드를 펼쳐 화창한 봄의 제전을 만끽케 한다. 나는 수년 동안 부산엘 뻔질나게 다녔지만 요상하게도 벚꽃이 만발할 땐 없었는데, 이번에 부산 곳곳의 벚꽃축제를 찾아다니며 오지게 즐기고 있음이다. 사시사철 부산이 멋진 것은 빼어난 자연환경 덕일 것이다.

달맞이 길은 벚나무와 송림이 울창하게 들어찬 호젓한 오솔길과 차도옆의 갓길이 15번 이상 굽어도는 ‘15곡도(曲道)’의 이십 리길의 드라이브 코스가 환상적이다. 1997년에 건립된 달맞이 정자 해월정(海月亭)은 고풍스런 분위기의 옛 정자운치를 자아내면서 푸른 바다를 관조케 한다. 주변의 여유로운 쉼터는 비좁은 갓길 산책의 아쉬움을 떨쳐버릴 멋진 뷰`포인트가 많다. 갓길에서 내려서 울창한 숲길을 5분쯤 산책하는 치유의 순간을 즐기면 아름다운 청사포를 한 눈에 담을 수가 있다.

벚꽃터널을 이룬 오르막 갓길을 잠시 오르면 해마루 산정이 앞을 막는다. 빡센 계단을 오르면 날아갈 듯한 정자가 창해의 수평선과 눈높이를 가늠한다. 해맞이와 달맞이 하기 일등 정자다. 신라시대 해`달맞이 하던 선남선녀들의 연애작업을 상상하는 타임머신 여행도 낭만이라. 해마루 언덕을 내리달리는 달맞이 길의 벚꽃터널은 하이라이트다. 여기서부턴 상춘객들도 뜸해 벚꽃목욕을 맘껏 즐길 해프닝을 시도해도 상관없다. 그래선지 젊은 커플들이 짬짬이 소요한다. 한 가지 험은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소음.

꽃보다 빨간 열매가 돋보이는 먼나무

와우산과 신곡산자락이 교접하는 갈림터에서 나는 와우산 여가녹지길로 빠졌다. 송정해구욕장까지 트레킹할 준비를 안 했던 벚꽃나들이었다. 와우산 여가녹지는 산골짝에서 숨어 피는 야생화들의 앙증맞은 품새 찾아보는 행선(行禪) 소요길이라. 양지꽃도, 수선화도 노오란 꽃잎을 펼쳤다. 할매가 쑥을 뜯고, 엉덩이만한 밭뙈기에서 할배는 잡풀을 뽑고 있다. 우리들도 잡풀뽑기에 나서야 한다. 성에 안찬다고 몽니 부리는 윤석열 아류들이 잡풀 뽑히듯 도태됐음 싶다. 산골짝에 봄이 물밀 듯이 밀려들고 있다.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습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겠다, 그런데 국민 평균재산을 넘어선 것 같아서 제가 좀 반성하고 있습니다.” 라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주문을 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019년 헌법재판과 후보자 청문회 때 밝힌 소회다. 그때 문 후보자의 총재산은 6억7천만 원 정도였다. 어느 국회의원이 “헌법재판관들 재산이 평균 20억 원쯤 되는데 너무 과소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문 대행은 “가구당 평균재산이 3억원 남짓인데, 평균을 넘어선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재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된다.”고 답하면서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다짐했었다. 문형배후보자는 공직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생활을 하지 않겠다,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함’이라고 했다. 그런 문형배의 인생에 귀감이 된 인물이 김장하 선생이다. 문형배 후보자는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장학생으로 고교 때부터 대학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다.

▲해월정에서의 남해조망▼

남성문화재단은 김장하 선생이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그 수익금을 환원한 거였다. 김장하 선생은 사재 100억 원을 들여 명신고를 설립한 후 2021년에는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고 남은 기금 34억원도 사회에 환원한 독지가다. 김장하 선생은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네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고 문형배 후보자는 술회했다. 이번에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재판 판결문은 명문장으로 회자된다.

해월정쉼터

‘거짓말 왕’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아첨꾼들은 오늘 이 순간도 회개할 줄 몰라 슬프다. 파렴치 모리배들이 지성인인척, 애국자인척 양두구육의 얼굴로 나대고 있어서 더 슬프다. 그들 끼리끼리 모여 작당하는 시간에 인근 가까운 벚꽃길 산책하면서 순리와 진정성에 대해 성찰했으면 좋겠다. 진리와 자연의 순환은 좀 더뎌도 반드시 제자리에서 전진한다는 역사성을 느꼈으면 싶다. 사필귀정인 것을 사이비 지식인들 탓에 국가와 사회는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만개한 벚꽃에서 화창한 봄날을 환영한다.      2025. 04. 06

해마루
▲해월전망대 쉼터▼
▲달맞이 숲길 쉽터 전망대▼
달맞이 길과 와우산여가녹지길(좌측) 분기점
와우산녹지길의 연못
수선화
말미잘
유채꽃
죽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