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산(臥牛山) - 연인산(戀人山)
와우산은 부산의 진산인 장산에서 조망하면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명명된 이름이다. 와우산이 바다를 향하다 멈춰선 고두백이는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형이어서 해돋이의 명소가 된다. 당연히 밤엔 달돋이의 바다가 펼쳐짐인데, 달맞이에 얽힌 아주 재밌는 러브스토리를 품고있어 낭만적인 명소로 거듭 태어났다. 옛날 해운대 어느 양반집 도령이 사냥을 아주 좋아했다. 도령은 심심하면 사냥을 나갔는데 그날도 와우산 계곡에서 노루를 쫓다가 나물 캐는 처녀와 마주쳤다.
처녀는 아주 미인이어서 도령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혹시 노루 봤느냐?’고 수작을 걸었다. 처녀가 못 봤다고 대답하자 도령은 뭔 말을 하려다가 아쉬운 표정을 하면서 숲속으로 사라졌다. 근디 잠시 후에 뜬금없이 송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처녀 앞에서 울면서 보챈다. 해질녘이 되도록 떠나질 않던 송아지는 처녀가 귀가하자 졸졸 뒤따라오고 있어 집안 외양간에서 밤을 새게 했다. 다음 날 처녀는 송아지를 데리고 어제 나물캐던 곳에 당도했는데 갑자기 송아지가 사라져 버린다. 글고 어제 그 사냥꾼 도령이 나타났다.
귀신한테 홀렸나 싶어 얼뻥뻥해 하는 처녀에게 도령은 통성명 인사를 하면서 명년 정월대보름날 달이 뜰 때 여기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한다. 처녀도 도령이 쏙 맘에 들어 남녀는 단숨에 상상의 나래를 펴는 연인이 되어 명년보름밤 만날약속을 한다. 1년 후 도령과 처녀는 정월보름날 재회하여 달맞이 포옹을 한채 다음 해 보름날엔 결혼을 약속하여 부부가 되었다. 이 러브스토리는 해운대 선남선녀들의 로망이 되어 대보름날 밤 와우산은 처녀총각들이 달맞이 하려 아니, 짝을 찾으려고 모여들었다. 와우산은 연인의 에덴동산이 된 게다.
달맞이 길 - 문텐로드의 유래다. 와우산은 그닥 높지 않는 동네 뒷산인데다 해마루는 망망대해까지 품에 안을 수 있어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며 낭만이란 추억 쌓기 딱 좋다. 더구나 지금은 해마루에서 20분쯤 숲길을 데이트하면 청사포구에 닿고 그곳엔 장난감 같은 스카이 캡슐과 해변열차 정유장이 있다. 스카이 캡슐과 해변열차는 청사포에서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으로 연결된다. 숲길 트레킹 마니아들에겐 해운대~해마루~송정간 숲길트레킹을 적당히 해찰하면서도 왕복 4시간이면 족하다.
시간이 없다면 편도 트레킹 후 해변열차를 이용하면 2시간 반으로 숲길과 해변을 다 담아올 수가 있다. 울창한 숲과 드넓은 창해를 별로 힘들지 않고 세 시간동안에 배터지게(?) 만끽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다. 연인들의 연애코스로 이렇게 좋은 곳이 해운대 말고 우리나라 어디에 있을꼬? 와우산 달맞이 연애 말고 남편을 기다리다 곰솔로 환생한 애절한 연인의 한이 서린 순애보가 있다. 청사포 마을에 금실 좋은 정씨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소식이 없어 일구월심 기다린 사연이 깃든 망부송(亡夫松)이 있다.
부인은 동구 바위에서 남편의 귀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간절한 기도를 한다. 용왕은 여인의 기도가 갸륵해 푸른 뱀을 지상으로 보내 여인을 용궁에 데려와서 남편을 만나게 해줬다. 한편 동구 밖 바위엔 여인이 남편을 기다리며 심은 곰솔 두 그루가 자라서 3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성성하다. 그 곰솔을 사람들은 망부송이라 하고, 용왕의 심부름을 한 푸른 뱀을 그려 마을 이름을 청사포(靑蛇浦, 나중에 뱀蛇를 모래沙자로 변경)라 부르게 됐다. 청사포 망부송과 정월 대보름날 선남선녀의 달맞이 밤 유래는 와우산의 훈훈한 러브스토리다.
‘도령과 처녀의 결연’, ‘달맞이 유래’, ‘청사포 망부송’이란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만큼 멋진 풍광과 전설을 품고 있는 와우산은 이름같이 소가 누워있는 품이 평안하고 넉넉한 명산이다. 요새 부산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열대야로 밤잠 설치기 일쑤다. 이처럼 뜨거웠던 여름이 옛날 해운대 청사포구 마을의 한 처녀가 잠 못 이뤄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는 밤3시경 비몽사몽 속에 ‘사람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듣고 집밖으로 나가보니 바다에 떠있는 파선(破船)에서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난리였다.
놀래 당황한 처녀는 황급히 달려와 옆집 할아버지를 깨워 위기상황을 알리며 구조하자고 채근했다. 허나 할아버진 시큰둥한 채 ‘도깨비 배’라면서 파선사람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했다. 그들이 와서 물 퍼낼 바가지를 달라고 하면 밑 빠진 바가지를 주면 된다는 거였다. 만약 성성한 바가지를 주면 물을 퍼서 물바가지를 씌울 테니 반드시 밑이 뚫린 바가지를 줘야 도깨비들의 장난에 봉변을 면한다고 했다. 놈들은 ‘도깨비 배’의 도깨비일 뿐이니 단단이 맘 먹고 대응하라고 할아버지는 일렀다.
일찍이 어촌엔 토속신앙이 성행하여 귀신얘기가 많았다. 그래 어민들이 귀신의 장난에 낭패당하지 않을 방편의 얘기가 구전되는 건 사리분별을 잘 해야 된다는 경고였다. 그래선지 청사포구엔 남녀 쌍둥이 등대가 마주보고 있다. ‘도깨비 배’의 장난에 한 사람 보다는 두 사람이 있어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구전문화의 상징성을 내포함일 것이다. 이래저래 해운대는 살기 좋은 유토피아다. 토박이 해운대인들은 와우산자락 숲길을 사랑하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나는 그들과의 짧은 대화로 실감하곤 한다. 행복한 사람들이라. 와우산을 찾는 사람들 역시 뿌듯할 테다! 2024.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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