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해수욕장 & 죽도
씨라이프(sealife)뒤 하버타운 숙소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의 이십여 리 길을 나는 세 번 트레킹 했었다. 해운대 미포항과 송정해수욕장을 잇는 해안산책로(그린레일웨이)와 문탠로드가 있긴 하지만 나는 와우산 자락을 꿰뚫는 천연 숲길을 트레킹하곤 한다. 그 숲길은 예전에 군부대의 해안방어루트로 비포장 산책길이어서 짬짬이 아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울창한 숲속의 흙`자갈길은 경사가 완만한데다 언뜻언뜻 바다조망이 가능해 해운대토박이들의 골드로드 라고 회자된다.
무더운 한낮의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해수욕장 못잖게 인파로 붐볐다. 규모가 해운대보단 좀 작고 접근성이 떨어져 외국인 관광객이 적어서일 뿐이라고 할까? 백사장의 길이가 1.2㎞, 입수심이 30m에 폭이 57m라는 송정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 얕은 수심으로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해수욕하기에 좋단다. 또한 완만하고 옅은 수심으로 우리나라서 최초로 서핑이 시작된 곳이란다. 사계절 수온이 높고 파도와 바람이 파도타기에 적절한 알맞아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가을~겨울 시기엔 백 명에서 천 명까지 서퍼들이 북적댈 만큼 인기란다. 서핑의 메카 송정해수욕장에 서핑 관련 교습학원도 많이 있다. 서핑초보자들을 위한 서핑클래스가 있어 보드와 웨트슈트 등 장비대여비용과 기초서핑교육비용만 지불하면 당일 서핑을 할 수 있어 초보서퍼들에게 인기다. 해운대해수욕장이 외국인들로 넘쳐나자 젊은이들이 좀 더 한가하고 쾌적한 송정을 찾게 됐는데 근래에 들어 MT족들의 성지가 되었다. 서핑구간도 기존 80m에서 120m로 확장하여 사계절 요트·윈드서핑·스킨스쿠버 등 해양레저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든단다.
해수욕장 입구의 죽도(竹島)공원에는 울창한 자연림이 조성되어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동북쪽 끝부분은 천연 낚시터로, 해돋이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죽도라는 지명은 예전에 경상좌수영의 전시용(戰時用) 화살이 제조될 정도로 많은 대나무가 자라고 있어 부른 이름이다. 태조 이래 역대의 왕들이 활쏘기를 즐겨 이를 장려하였고, 임금이 친견한 가운데 궁술대회를 자주 열었다. 활쏘기는 무과에 급제하기 위하여 통달해야 하는 시험과목이었으므로, 무관이 되려는 자는 궁술의 수련에 힘쓰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조에선 활을 가장 중요한 무기 중의 하나로 궁술은 가장 널리 보급되었던 무예였다. 각궁(角弓)은 옛날의 무기와는 달리, 전승공예로서 궁시기능보유자들에 의하여 제작되고 있다. 하나의 활이 완성되기까지는 재료의 구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복잡한 공정을 거쳐서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송정의 죽도나 해운대의 동백섬은 역사적으로 닮았다. 동백섬이 해운(海雲) 최치원(崔致遠)이 벼슬을 버리고 유유천하 중 해운대 동백섬에 닿아 빼어난 경관에 반해 머물러 유명세를 타게 된 섬이다. 해운대(海雲臺)의 해운은 최치원의 호다.
송정해수욕장의 죽도는 흠재(欽齋) 노영민(盧泳敬 1845~1929)이 을사조약 폐기를 상소하다 하직하고 낙향하여 은거하며 백사장이 훤히 조망되는 해안가 해송군락지에 송호재(松湖齋)라는 정자를 짓고 살았던 곳이다. 노영민은 임오군란(壬午軍亂)과 갑신정변(甲申政變) 때 신료들이 모두 도망가자 홀로 고종을 호위 보필한 충신이었다. 폐허가 된 정자를 재건하여 송일정이라 개명하여 현재에 이른다. 송일정에서 맞는 일출과 일몰은 송정해수욕장과 더불어 유명세를 타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대나무섬이었던 죽도가 송정천의 퇴적물이 쌓여 송정백사장과 연결됐듯이, 동백섬도 장산천의 퇴적층이 바다를 매워가더니 육지가 됐지만 결코 ‘섬’자는 때지 못하고 있다. 섬으로 남았으면 오지게 좋았을지도 모를 동백섬과 죽도가 사람들 등살에 몸살을 앓는다. 전시용 대나무 대신 아름드리 해송이 빼곡한 죽도와 울창한 동백나무 숲의 동백섬은 산책객들의 요람이요 치유의 명소로 밤낮 없이 북새통이 됐다. 고결하고 청빈한 두 선비들의 행적마저 관광객들 발길에 닳고 문드러질까 안타깝다.
송일정에 오르니 바람 등쌀에 쫓겨나다시피 했다. 중국으로 북상 중인 태풍 ‘매미’가 애먼 송일정에 해코지를 하나 싶었다. 시원함을 즐길 여지가 없었다. 송일정의 해돋이는 동해와 남해를 아우르느라 벌겋게 타올라 눈이 부시고, 황혼의 붉은빛은 파도윤슬을 타고 해원으로 사라지는 아쉬움을 남긴다고 했다. 뜨면 져야하고, 져야 다시 뜨는 반복의 섭리 우주 쇼를 한자리에서 감격할 수 있는 곳이 송일정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내일의 우주쇼 티켓이 가능하다.
송일정 우측에 송정방파제가 등대를 앞세워 포구를 만들고 방파제 주변에는 게와 놀래미 등을 잡으러 오는 강태공들의 안식처다. 포구는 송정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옛날 죽도가 섬이었단 걸 입증하는 지목이기도 하다. 송정하천에 떠밀려온 토사가 죽도를 해상 탈출시킨 지점에서 송정하천을 거슬러 송정역사를 향했다. 여름은 젊음의 상징이란 걸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실감한다.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도 거친 파도일 때 탄성이다. 부서지는 물거품은 곧 새롭게 생성된다. 젊은이들이 도전의 의미를 해수욕장 파도에서 깨우치나 싶다. 2024. 0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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