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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감천문화마을 & 까치고개 둘레길

감천문화마을 &  까치고개 둘레길

천마산비탈의 감천문화마을 한 컷

장마전선이 중북부지방에서 어슬렁대고 부울경은 흐리겠다는 기상청예보에 나는 드뎌 감천문화마을탐방에 나섰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접한 감천문화마을의 여름풍정이 나무그늘 하나 없는 달동네언덕배기라 좁은 골목을 수 없이 오르내리 고역일 거라는 생각에 미루었던 것이다. 바다를 마주한 부산은 바닷바람과의 스킨십트레킹이라 비만 피하면 된다. 토성역에서 내려 까치고개 대성사 경내에 올라서자 천마산과 아미산은 허리 깨까지 파스텔톤 성냥갑을 다닥다닥 붙여 쌓아놓은 채 안개속이다. 이색적이다.

고만고만한 카페와 총천연색계단
토서역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30분쯤 올라서야 감천문화마을에 들어서는 까치고개에 이른다

지금까지 보아온 여느 산동네나 달동네가 아닌 어린이가 그린 동네그림이다. 까치고개 문화마을안내센터에 올라서자 색깔의 모자이크그림 속에 인파가 우글대고 그들은 안개 속을 향해 느릿느릿 빠져들고 있었다. 거대도시 부산은 얼토당토 안고 산동네 풍경도 아닌 기이한 그림마을이 파노라마로 이어지는 별천지였다. 어슬렁대는 사람들도 마을색깔 마냥 다양하다. 장난감 같은 집에 장난감 같은 가게에서 장난감 같은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그걸 만지작거리는 관광객들마저 장난감 인형처럼 보이는 우주 밖의 미니어처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 미니어처세상을 한국의 마추픽추라 부른단다.

▲까치고개의 대성사 경내▼

마추픽추는 잉카제국이 멸망 후 사람들에게 철저히 잊혔다가 수백 년 뒤에 산골짝에서 폐허로 발견돼 관광지로 명성을 얻었지만, 감천문화마을은 쇠락한 산비탈 동네 구석구석을 각각 다른 파스텔톤 칠을 하여 오밀조밀한 그림마을로 변신시켜 이름 없는 명소로 거듭났다. 천마산과 옥녀봉 사이의 가파른 달동네는 한 집이 채 10평도 안 되는 판잣집과 움막들이었고, '모든 길은 통해야 하고, 앞집은 뒷집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의 원칙하에 동네가 형성되어 오늘까지 질서정연한 골목과 기차같이 연결된 세계 유일의 독특한 마을이 탄생함이라.

▲대성사마당에서 조망한 천마산비탈의 마을과 감천만쪽의 마을▼

방 한 칸에 부엌 한 칸인 집에 1995년쯤엔 21,231명이 살았지만, 2016년경엔 8,077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65세 이상이 30%인 고령마을로 쇠퇴하기 시작한 마을에 예술가에게는 창작활동 기회를, 주민에게는 미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의 담과 골목 곳곳에 10점의 조형예술작품이 설치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동미술사업인 '마을미술 프로젝트' 대상에 선정되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림마을을 보존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한 감천문화마을 프로젝트 사업이다.

특이한 지형구조로 은근히 끌리는 경치와 분위기는 입소문을 타고 볼만한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2019년에 연간 방문객 200만 명 이상이 됐고, 이 중 외국인 관광객 60% 이상일 정도로 유명관광지로 성장했단다. 애초엔 획일적이던 회색 콘크리트 벽들이 삭막해 보여 환경미화를 이유로 집집마다 외벽에 각기 다른 페인트칠을 하다 보니 지금같이 다양한 원색의 언바란스가 오히려 파격적인 예술품(?)이 됐단다. 마을이 거대한 한 폭의 원색모자이크 판화로 탄생함이다.

감천문화마을 입구 사거리
마을안내센터에서 주민마당을 있는 문화마을 메인로드다
작은박물관

덩달아 영화 히어로, 마이 뉴 파트너, 사생결단 등의 촬영장소가 돼 인구에 회자 된 감천문화마을은 공방과 기념품가게, 음식점과 카페 등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기상천외한 공간으로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특히 어린왕자와 사막의 여우 포토`존은 인증`셧 대기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종국이와 민지의 BTS, 장화와 우산 조형물이 설치된 포토`존도 인기가 대단하다. 넘 많은 관광객들로 인한 원주민의 사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골목길 바닥을 주황색으로 칠한 골목만 다닐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작은박물관의 각종 전시물▼
감천문화마을의 그림

골목여행 때 주황색칠한 길을 택하는 건 손님의 예의다. 그 골목은 끊김 없이 볼만한 골목으로 이어진다. 다닥다닥 붙은 비좁은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오고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으로부터 주민들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길이다. 나는 주민어울마당에서 옥녀봉방향으로 이어지는 까치고개 둘레길에 들어섰다. 감천문화마을 최상부의 경계선이기도 한 (까치고개)둘레길은 울창한 숲길이었다. 벚나무와 오리나무가 열주 하는 임도(林道)를 트레킹하며 수목 사이로 조망하는 모자이크판화 - 감천마을 원경은 참으로 멋지다. 왜 감천문화마을 관광지도에 둘레길 이름도, 표기도 없는지 궁금했다.

미니가게들
▲포토`존으로 각광받는 고래 그림벽, 삭막할 시멘트블록벽이 상상의 나래짓에 예술품으로 변신했다▼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반쯤 소요된다는 까치고개 둘레길을 나는 1km쯤에 걷다가 체육공원 입구의 이정표를 따라 정상을 향했다. 10분쯤 오르니 정상에 ‘우정탑’이란 돌탑이 있는데 숲속이라 조망이 없어 아쉬웠다. 인적이 뜸한 미지의 길이 겁나기도 해 온 길로 하산했다. 숲속의 평평한 흙`자갈길은 산책코스로 딱 좋아 감천문화마을과 연계하면 치유의 산책길을 보너스로 즐기는 셈이다. 임도엔 정자와 몇 개의 벤치, 체육공원까지 있어 나무그늘 쉼터 없는 삭막한 산비탈 감천문화마을에서 삼림욕까지 할 수 있는 치유의 숲길이라! 파격의 멋과 전쟁의 트라우마가 녹녹이 밴 애환의 터에서의 어떤 느낌! 감천문화마을만이 주는 선물이라.              2024. 07. 18

하늘마루길의 화장실, 문화마을 화장실엔 휴지가 없으니 유념해야 낭패를 모면한다
▲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마을은 낡은 스레트지붕이 세월의 때까지 더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교회종각이 스산하다▼
절 담벼락에서 조망한 까치고개 방향 마을
까치고개 둘레길의 쉼터
둘레길 쉼터에서 조망한 문화마을의 안개는 몽환적인 천연색카드섹션을 연출한다
까치고개 둘레길과 정자와 밴치
정자에서 본 아미산쪽 문화마을
▲가파른 산비탈의 시멘블록마을의 건조함을 달랠 까치고개 숲 둘레길을 감천문화마을 홍보처는 어째서 외면(?)하는지 의뭉스러웠다▼
▲벚나무와 오리나무 숲길은 봄철엔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을 해밨다. 나는 둘레길 입구에서 아주머니 두 분으로부터 간단한 소개로 알게 됐다▼
체육공원 앞의 이정표, 까치고개입구에서 정상까진 1.5km쯤 됐다
▲정상으로 향하는 숲터널 길, 한 사람도 조우하지 않했다▼
정상 아래 어느 처사의 묘와 돌탑
▲정상의 우정탑, 빼곡한 수목으로 전망이 없어 아쉬웠다. 거미들의 천국!▼
▲안개속의 천마산과 문화마을. 불원간 천마산트레킹에 나설 작정이다▼
안개 벗어 치우고 나를 유혹하는 듯한 천마산, 며칠 안에 너를 찾아갈 참이다
▲감천만일대의 문화마을▼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
▲어린왕자 포토`존에서 인증`샷하려는 관광객들의 줄서기▼
어린왕자와 사막의 여우, 멀리 감만항구까지 조망된다
등대 포토`존
'BTS 종국과 지민'도 인기 포토`존이다
방 1개에 부엌 1개인 스레트지붕 건물이 감천 산비탈마을의 오리지널 모습일 테다
천덕수샘물, 수도도 우물도 없는 산비탈마을의 몇 개 안되는 생명수 샘이었다
▲불원간 천마산과 감만항을 연계한 문화마을탐방 트레킹에 나설 참이다▼
천마산
작은 그림방에서
6.25전쟁 때 밀려드는 피난민들은 머물곳이 없자 감천골짝 산비탈에 움막을 쳤다
청색=상행, 빨강=하행 탐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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