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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가슴 먹먹케 한 사랑의 집착 - 영화 < 퍼지 PURGE >

가슴 먹먹케 한 사랑의 집착 영화 <퍼지 PURGE>

 

 

언니의 남편을 사랑한다. 가슴속에 묻어둔 사랑 이였음 어땠을까. 하지만 여인은 자기의 모든 걸 잃으면서도 그 사랑을 이루고 싶었다.   그 사랑을 위해서만이 자기존재의 가치를 찾기라도 하듯나도 거기에 두 시간 동안 대책 없이 빨려들었다.

 1940년대 소련에 점령당한 채 스탈린의 폭정에 저항하는 에스토니아의 두 자매의 신산한 사랑의 일생을 그린 핀란드의 작가 소피 옥사넨의 베스트소설 <퍼지>를 영화화 하여 대박친 작품을 나는 오늘 티브이를 통해 봤다.

 

한 남자를 사랑한 자매, 형부를 사랑하는 처제의 불굴의 집착이 퍼즐 맞추기보다 더 어렵게 펼쳐지면서 가슴조이고 분노케 하며 먹먹케 했다백발노인 알리데(로라 비른)가 을씨년스런 농가에 귀신마냥 홀로살고 있는데 성매매마피아의 아지트를 탈출한 십대의 소녀 자라가 불현듯 찾아들면서 영화의 파란만장은 펼쳐진다.

자라(아만다 필케)를 경계의 눈빛으로 살피던 노파는 소녀의 얘기 끝에 엄마이름이 린다고, 할머니이름이 잉겔이란 소리에 가까스로 억눌러왔던 격랑 속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속으로의 타임머신을 탄다.

 

잉겔(크리스타 코소넨)은 자기의 언니였고 린다는 조카였다. 언니와 조카를 시베리아로 추방당하게 만든 게 자기가 형부를 사랑하는 집착 탓이기도 한데다 그 형부의 손녀가 자라 아닌가 말이다.

옛날 소련침공 전 알리데와 잉겔 자매는 한스(피터 프란젠)란 한 남자를 동시에 사랑했다. 허나 한스는 잉겔과 결혼하는데 알리데는 한스를 향한 사랑을 접지를 못한다. 소련공산당에 자매부모는 유배되고 농장은 압수 수탈당하자 한스는 민병대에 지원 독립운동레지스탕스가 된.

 

언니를 부탁한다며 떠나기 전에 알리데의 팔을 잡는 한스, 그리고 한스가 떠나고 나서 그 팔을 어루만지는 알리데를 응시하며 사랑의 묘약을 생각해봤다.

얼마 후, 한스와 민병대는 시청을 탈환하기 위해 귀가하자 자매는 집안에 은신처를 만들어 한스를 숨긴다. 작전에 실패한 민병대는 몰살당하고 한스가 빠진 걸 안 공산당은 한스의 행방을 추적하느라 자매에게 온갖 협박과 고문을 집요하게 해댄다.

 

이내 알리데는 공산당원들한테 능욕까지 당하면서도 한스를 숨긴다. 이유는 사랑하기 땜이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면서도 알리데의 한스를 향한 사랑은 그 형극만큼 더 강고해지는 거였다.

 당 간부가 공산당이란 걸 증명해보라며 고문실로 알리데를 데리고 가서 얼굴이 가려진 채로 잡혀있는 언니 잉겔과 조카 린다를 가리키며 고백을 종용하자

'나에게는 언니가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알리데에게 총을 들이대며 린다를 고문할 것을 종용하고, 격하게 거부하던 알리데는 결국 린다를 고문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랑의 집착은 알리데 자신이 공산당원 되는 길을 자처했고, 공산당간부 마틴과 결혼까지 해야 했다.

마틴과 결혼하겠다는 말에 언니는 요즘 왜 그러느냐네 형부도 요즘 너한테서 빨갱이 냄새가 난다, 라고 힐난한다분명 엄청 큰 맘의 상처였을 텐데도 알리데는 내색하지 않는다.

 

 

니를 부정하고 조카를 고문했다는 죄책감에 더 이상 언니와 조카를 대할 수 없었던 알리데는 남편에게 부탁해 잉겔과 린다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워 시베리아로 추방시킨다.

언니와 조카를 추방시켜가며 공산당원이 돼야 했던 목적은 오직 하나 한스를 사랑하기 땜에 그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한스를 숨긴 집에서 결혼생활을 하는 알리데는 남편이 출근하면 헌신적으로 그를 돌보면 서 동반탈출을 계획하는데 한스는 잉겔과 린다만을 생각하며 알리데의 사랑을 거부한다.

 

탈출이 수포가 된 날 알리데는 결단해야 했다.  어차피 죽을 한스를 죽여 숨긴 채 영원히 이집에서 살기로-.    

소련공산당이 물러갔다.     알리데의 집에도 무거운 평화가 찾아왔다. 변절자란 낙인이 찍힌 알리드는 모든 게 정지 된, 오직 자기가 늙는 것만을 바라보며 죽는 날을 기다리는 쪼그라드는 삶을 붙들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카딸 자라가 불쑥 나타난 거였다. 알리데는 죽은 한스의 시신을 지켜왔듯, 자라를 지켜준다. 자라를 잡으로 다시 나타난 마피아 두 놈을 사살하고 한 많은 집을 불 지르며 화마 속으로 사라진다.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고, 그 죄 값으로라도 자라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하는, 그렇게 하여 용서받을 수 있을까?

여자의 사랑의 집념 앞엔 이념도, 정조도, 삶도 거추장스런 넝마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절대성은 모든 걸 초월한다.

온 누리가 회색빛인 전원 저 멀리 앙상한 나목이 시크한데, 뜬금없이 연기가 토네이토처럼 피어오른다.  사랑도, 그녀도, 그 집도 연기가 돼 피어오르는 엔딩크레딧은 깊은 영상(퍼지)으로 나의 머리 속에 남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슴 먹먹한 사랑의 실체에 숨죽였었다.

2015.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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