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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어설픈 홀남의 시행착오

어설픈 홀남(싱글)의 시행착오 생활

 

어제와 오늘 나는 거푸 함라산행에 나섰다. 어제 산행 후 귀가 길에 서수농공단지 내 00유통에서 저육7,700원어치를 샀었는데 몇 시간 후에 77,000원으로 잘못 계산 된 걸 알았다. 그래 오늘 카드를 갖고 정산하러 간 김에 함라산을 찾은 탓 이였다.

사실 어제도 나는 단짝인 이00사장의 요청으로 동행한 셈인데, 그 친구가 삼겹살6kg을 사자 나도 덩달아 수육용으로 앞다리 살코기 한 근 남짓을 사면서 가게점원이 착오로 ‘0’ 한 개를 더 찍었던 것이다.

며칠 전에도 친구 따라 여기서 삼겹살 한 근을 사서 수육을 해 먹은 나는 수육 레시피와 맛이 그럴싸해 어젠 앞다리살코기도 좋다는 점원의 말에 후딱 한 근 남짓 구입했던 것이다.

그날의 삼겹살수육은 (요즘 내가 만들고 있는 음식 모두가 그렇지만) 내 평생 처음 해본 요리였다. 00유통점원의 말보다는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보면 되겠다는 생각에 도전해 봤지만 텍스트대로 그리 간단한 건 아니었다.

어제는 두 번째 요리인 셈인데 역시 서툴긴 매 한가지였다. 우선 며칠 전에 했던 조리준비물(양념)들을 외우고 있질 못해 다시 인터넷신세를 졌다된장,양파,대파,마늘,커피는 집에 있어 사용했는데 생강과 소주는 없어 소주대신 양주로 대용했다.

모든 양념을 어느 정도 넣느냐? 와 얼마동안 삶느냐? 가 관건인데 내 나름 셈할 수밖에 없었다. 삐져 보따리 싸갖고 아내터울 뛰쳐나온 주제에 아내나 애들한테 전화로 이것저것 물을 순 없는데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뭘 묻겠는가.

또한 아내의 꼴이 보기 싫어서가 아닌 내 자신에 대한 도전과 담금질을 해 보겠다는 알량한 오기의 발동이어서 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암튼 며칠 전에도 그랬지만 어제도 수육 한 근 만드는데 오후한나절을 꼬박 소비한 셈 이였다. 아낸 슬금슬금 딴 짓해가며 언제 만들었나? (사실 그땐 따져보지도 안했었다)싶었었는데-.

난 여태 라면도 몇 번 안 끓여봤을 정도로 요리완 담을 쌓은 채 살아왔다. 지금 한 달 정도 홀남(홀로 사는 남자)생활을 하며 저육김치찌게, 감자된장국, 콩나물과 국, 감자채볶음 등의 요리를 하며 밥풀칠하고 있는데,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아내의 자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수고를 다 알아채려면 아직도 까마득할 테지만 내 나름 몇 가지 음식을 만들며 생긴 재미는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올인 하는 일념과 그것을 먹는다는 맛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 사랑하는 이의 피육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런 아내의 수고로움은 영광이 아니겠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따끈한 수육을 막 꺼내 썰어 김치에 곁들어 먹는 맛이란 각별했다. 혼자 무슨 맛이냐? 고 묻는다면 내 답은 댁도 한 번 해 보슈. 홀남생활을 블로그에 올리기는 하지만 절친이라도 초대해 홀남생활을 공개하고 싶은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좀 아쉬운 건 (술을 안 먹는 편이지만) 술 한 잔이 없다는 점이였다. 아니다, 아내가 손수 빚은 복분자술이 어디 있을 텐데 찾지를 못했고, 그렇다고 아내에게 물을 수도 없어서였다. 선물받은 양주는 있는데 독해서 싫다.

아내의 위치는 자식은 물론 남편에게도 어머니인 것이다. 가정의 평안과 삶의 질은 아내가 존재하는 절대 값일 것이다. 내일이 재야인데, 애들이 그만하고 상경하라는데 나는 지금 이 상태를 좀 더 즐기고 싶다.

어설프지만 수육 만들고, 된장국 끓이는 레시피도 여러 번 반복해야 딴 음식도 가능하게 될 것이며, 그 과정을 즐기면서 나중에 진짜 홀남이 되거나 아님 아내가 아파 누었을 때의 대비책도 되잖겠는가 하는 자위를 한다.

또한 서로가 떨어져 살아봐야 서로의 존재의 필요성이 얼마큼인가를 가늠하게 되는 기회도 될 거란 애초의 나의 꿍꿍이속도 리트머스시험지에서처럼 나타날 것이다.

7,700원이 77,000원으로 둔갑하여 구매가 성립됐는데 모르고 건성건성 살아왔던 삶이 나에게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마다 아내를 속상하게 하여 지청구 쏘아대면 싫다고 얼굴 붉히기는 왜 그리 잘했던가싸우고 삐틀어졌다가 한 이불 덮고, 하는 일이 못미더워 지청구 쏘아대고 되받느라 닷 자나 튀어나온 입에 맛있는 게 있음 떠 넣어주는 삶이 부부가 공유하는 생의 패턴이라도 나는 좀 더 홀남이고 싶다.

시장보기 귀찮다고 고구마를 한 상자 사 놓고 몇 개 구어 먹다보니 다 썩어버리고, 귤 한 상자 들여놓고 몇 개나 먹었을까? 절반도 넘게 문드러져 버려 아까워도 버려야 하는 시행착오를 하면서도 홀남을 꿈꿔본다.

홀남의 자유스럼은 게으름병만 극복해 갈 수 있담 즐길 만하다싶다. 한 집안의 시공간이 오직 나 혼자만의 것이기에 말이다. 홀남의 치부는 게으름병일 것이다. 자유는 방종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홀남생활을 잘 견딜 때 아내에게도 좋은 남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홀남의 일생은 어떤 맛깔일가?

2014.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