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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혜미

 

혜미

부부가 무덤까지 같이 갈 수 있다는 건 나를 희생하지 않곤 참으로 신산(辛酸)한 삶일 거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취미와 삶의 지향점 - 일테면 인생을 즐기려는 생활의 지혜를 공유하려는 노력이 엇비슷한 찰떡부부가 아니곤, 상대가 딴 방향을 선호하면 누군가는 자기를 웬만큼은 포기 내지 희생해야만 될 거란 생각을 합니다.

아내에겐 돈과 건강과 자식들한테 쏟는 정성이 살아가는 이유고 나름의 행복관이지요. 우리들의 부모님 내지 선조들이 살았던 보편적인 일생을 당연시한 게지요그게 아주 잘 못 됐다는 건 아닙니다. 교육시켜 분가`독립했으면 자식들 비위 맞추려고 눈치 보는 생활은 아니다. 는 거지요. 나아가서 소원해진 부부사이에 대한 고민과 자성을 하며 상대 속으로 들어가 포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지요. 

자식들한테 쓰는 신경을 부부간 서로를 위해서 쏟는다면 불화 내지 엇박자는 보다 더 피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접니다. 무능하고 늙은 남편이 좋을 리가 없는 짐 덩이 인데다, 여자라서 참고 억눌려왔던 그간의 삶의 불만들을 약간의 보상이라도 받아야겠다는 듯 시위(?)하려 든다는 점이 난 역겨운 겁니다.

나는 어디에서든 팔불출이다 싶게 아내 자랑하는 걸 어색해 하지 않았습니다사실 아낸 가정주부로썬 딱이다. 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는데다 단점을 얘기하는 찌질이 보단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근데 아내가 하나 간과하는 건 타인들한테 하는 깍듯한 예의와 언행을 내한텐 야속할 만치 인색하다는 점입니다.

나는 늘 이 세상에서 예의와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할 사람은 부부간 서로여야 한다고 말하곤 하지요. 왜냐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내 아내, 남편이기에 말입니다내 아내, 남편을 경애하지 않은 채 남에게 하는 짓은 위선이고 바보라고 이빨 깝니다. 내 아낸 그 짓을 못해요.

가장 허물없는 사이니까 이정도야 뭘하는 생각에서 막말 한다거나 소소한 애정표현을 남세스럽게 더는 치부로 여기는 아내에게 나는 항상 불만인 게지요.   사랑은 별 유별난 게 아닐 겁니다. 순간순간의 짧은 애정표현 만으로도 부부는 긴 시간을 단란하게 보낼 수 있을 듯싶습니다.

내가 전에 바람피운 게 원인의 하나일 순 있겠고, 호강 못 시킨 지난 삶이 아낼 무뚝뚝하게 만들었을 수 있지만, 중요한 앞으로의 공생이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과거는 되씹지 않는 게 현명한 부부가 아닐까요암튼 난 나의 잘못이 원인이 됐을망정 아내한테 푸대접받긴 싫다는 거지요.

그래서 서로가 떨어져 살다보면 상대가 앞날의 삶에 진정 절실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될 거고, 그런 확신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찾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불편 한 건 반찬이지요. 대신 혼자라서 얻는 재미도 쏠쏠한 게 있으니 견딜 만하고요.

그대의 냉전얘길 듣다보니 우리들의 삶이란 건 다 고만고만한 거란 걸 세삼 절감하게 됩니다.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말로 얘길 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대의 사유의 깊이는 내 아내보단 한 수 더 심오하다 여기기에 할 수만 있음 스와핑 해보고도 싶네요.

어찌 보면 요즘 젊은 애들은 확실히 현명해요. 어떤 삶이 행복을 담보하는지에 영악하고 그 길로 과감하게 도전하니까 말입니다인내하고 희생하며 얻는 우울한 삶이 결코 불행하지 만은 안했던 행복한 인생 이였다고 강변하는 건 자학의 수사(修辭)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짝꿍이 부러 의처증을 표현하며 그대를 더 확실히 옭아매려 했겠지만, 그래서 지례 겁이 나기도 하지만 그대가 괜찮고 짬을 낼 수 있다면 우리 좀 더 시간을 같이 해요아까도 얘기했듯 우리들의 삶이 다 고만고만한 거라면, 그래서 그댄 성공한 인생이고 누구보다도 더 행복을 맛보는 시간이 많을 거다, 는 점일 겁니다.

그럼 짝꿍한테 일정 고맙기도 하겠구요. 저도 아내에게 마찬가지일 테지만암튼 우린 아니, 내겐 지란지교(芝蘭之交)의 그대가 있다는 점은 내 인생에 행운인 게지요. 뭔가 잘 돼 가겠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렵니다.    고마워요.      12.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