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는 사람아

헷갈려도, 6.25때 헷갈린 건 헷갈린 것도 아니라! 옛,퉤퉤퉤!

완행열차 속에서 -

 

혜미,

‘연애하고 싶다. 누굴 소개해주든 아님 상대가 되 주든 하라.’는 노망기 든 편질 띈 지가 달포도 넘었지요.

난 오전에 완행열차로 익산에 와서 두 시간쯤 머물다가 다시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을 향하는 중이랍니다.

만기예금을 재계약하러 여섯 시간동안 열차여행을 하는 셈인데, 서울서도 가능한 일을 굳이 익산까지 와야 했던 건 단위농협예금리가 좀 높다는 집사람의 근시안적인 재테크 탓입니다.

허나 차비를 뺀 이익금리가 얼마쯤 되는지를 샘하기보단, 내가 이 나들이를 흔쾌히 감수키로 했던 건 여섯 시간이란 열차여행에 나를 오롯이 맡기고 싶어서였지요.

마침 서울을 향하는 내 옆 좌석은 비여서 누구의 눈치볼일 없는 해방구 같아 좋군요.

실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넓은 들판이 흙 본연의 민낯이어서 내 마음을 한 없이 푸근하게 해주고, 해빙의 아지랑이 숨결인지, 미세먼지인지 차창을 덮쳐오는 흐릿한 대기도 마음의 평정을 북돋고 있습니다.

올 땐 조간신문을 완독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시사in'이란 주간지를 보다 접고, 펼쳐지는 풍광과 온갖 생각에 빠지다 휴대한 다이제시티브를 꺼내 씹으며 그대를 부르는 겁니다.

그쪽이나 나나 서로의 카페나 블로그를 무시로 들락거리기에 근황에 대해 별로 궁금할 게 없겠다싶어 찾는 일이 뜸한 거니 어쩜 서운할 것도 없으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어쨌던 겨울 떼를 털어낸 흙을 바지런한 농부는 뒤집어 놓고, 철로변의 나목에도 연둣빛 봄이 움트고 있네요. 남녘엔 개나리가 이미 피었을 텐데 난 여태 겨울옷을 걸친 채랍니다.

서울도심에서 숨쉬다보니 꽃샘추위가 아니라 잎샘추위를 느끼는 제가 오늘 열차나들이를 하고픈 까닭을 그대는 이해할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며칠 후면 벚꽃소나기가 흩날리다가 연둣빛세상을 일구면 우리네의 답답한 울분도 삭혀질는지? 하는 기대를 해 보면서 말입니다.

아까 신문엔 유우성간첩사건을 조작한 국정원직원을 검찰은 형사범으로 기소할 참이라나요.

허긴 유우성씨가 무죄란 일심판결에 간첩조작을 눈치 챈 검찰도 억지간첩을 만들려 부화뇌동 했으니 지 발등 찍힐 걸 생각해서 형량이 경미할 법적용을 할 거란 걸 예상한 바라 놀랄 사람도 없겠지요.

지난 일 년 간 무리수로 국정원을 국조원 만든 남재준씨는 간첩죄보다 간첩조작 죄가 무거운 형벌을 받는다는 걸 모르고 부하들을 닦달 했을까요?

대선에 개입한 게 사실로 확인 돼 검찰에 끌려가는 국정원부하들에게 ‘버티며 변호사 불렀어야 한다’고 법집행에 순응한 걸 찌질한 짓이라며 부하 사랑하는 억장 무너지는 소릴 하더니 말입니다.

뿐입니까? 노무현대통령이 ‘평화적인 공동어로구역으로 하여 공생하자’고 제안 했던 NLL를 영토포기 했다고 억지 부리며, 남북정상간의 비밀대화록을 공개하는 범법행위까지 하면서 지난 정권을 종북세력으로 몰던 사람 아닙니까?

 그런 그가 박근혜대통령이 ‘DMZ을 평화공원 만들자’고 할 땐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지 헷갈립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은 현 정부의 금언일 것 같네요.

국정원 하는 일이 뭣이고? 그렇게 하는 짓이 음지에서 하는 애국인지 도통 헷갈려서 머리가 빠개집니다.

시쳇말로 ‘6.25때 헷갈린 건 헷갈린 것도 아니다. 예-ㅅ 퉤퉤퉤’ 소리가 수 없이 입가에서 맴돕니다.

만약 유우성간첩사건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 되면 국정원과 검찰은 간판내릴 텐가?

간첩 열 명 잡는 일보다 무고한 한사람이 억울한 누명쓰는 짓 없애는 게 국가공권력이 할 일이 아니던가요.

박근혜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외치는데 엉뚱한 간첩 만들어 적대시하고, 그들의 유일한 체제보전의 생명줄인 핵포기를 주장해선 설사 북한정권이 무너져도 대박은 중국이 차지하기 십상 아닐지? 생각됩니다.

핵을 포기한 약소국의 운명이 어찌 된다는 걸 지금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분할에서 김정은은 어금니 앙 다물고 주시하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북한의 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고 통 큰 경협 속에서 북한주민들의 인심을 살 고민을 해야 될 판인데, 간첩조작 하여 신경 건드리는 푼수짓으로 통일대박을 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해서 난 우리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금과옥조로 삼아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 최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혹여 북한정권이 붕괴 된다한들 북한주민들의 호의 없다면 통일대박은 중국이 차지할 거라고 우리 다 상상하는 바지요. 중국은 이미 그렇게 작업하고 있고, 만약 그리된다면 우린 북한보다 더 무섭고 힘든 적을 국경으로 마주쳐야 할지 모릅니다.

혜미,

제가 웃기고 있죠? 그럴 시간 있음 낮잠이나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실 참이지요. 늙다리 촌부 주제에 무슨 잠꼬대소릴 하느냐?고 말입니다.

저도 제 깜냥을 알지요.

완행열차해방구에서 모처럼 심신이 늘어지다 보니 헷갈리는 소릴 하는 게지요.

그나저나 청기와를 싸고도는 권부 쪽이 영 헷갈리는 겁니다.

헷갈려도 헷갈려도 6.25때 헷갈린 건 헷갈린 것도 아니지요. 예ㅅ~퉤퉤퉤!

혜미,

모처럼 쓰는 편지가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만 같아 미안합니다.

잎샘추위에 몸 간수 잘 하세요.

2014, 03. 19

'사랑하는 사람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혜미  (0) 2014.12.16
관세사가 되려고~!?  (7) 2014.10.15
부부로 산다는 게?  (0) 2013.11.14
나를 위해 해준 게 뭐 있는데?  (0) 2013.04.05
시인의 눈물-여자의 눈물  (0) 201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