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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관세사가 되려고~!?

관세사가 되려고~!?

 

 

오늘아침 아낸 초조와 기대를 버무린 아침을 든 사람처럼 9시가 되기 전부터 득달이다. 관세사시험발표 명단이 모니터화면에 뜨질 안해서다. 일시에 많은 접속자로 서버가 다운됐나?

8분이 지났을 때 명단은 떴는데 이젠 숫자만 빼곡하게, 수험번호만으로 발표됐다. 우린 큰애 수험번호를 모른다. 아내가 싱가포르로 전활 넣었다. 얼른 받는 게 예감이 좋았는데 큰애의 반응은 시원찮은 모양이다.

아내가 금새 심통해져 전활 접는다. 큰애가 하는 말이, 수험번호를 못 알려주겠다며 좀 기다리면 알아봐 전화해 주겠다고 했단다. 이게 무슨 소린가? 발표가 됐는데 있다 알려주고, 더는 수험번홀 못 가르쳐주겠다는 소린 무슨 꿍꿍이 속이며 구닥다린가 말이다.

아낸 떨어진 모양이다라고 낙심한 채 연서방한테 미안해 어쩐디야?’라고 한 숨 짖는다. 나도 마흔 살 넘어 당연하지, 합격할 걸로 생각했어? 그깟 걸 가지고 뭘 그래?’라고 풀죽은 아낼 위로하면서도 내심 허탈했다.

그래도 아낸 미련을 떨치질 못한 채 분당 막내에게 전활 넣는다. 수험번호 모르긴 내 마찬가지고 언니와 통활 못해 깜깜속은 우리보다 더 했다. 아낸 얼른 전활 끊었다. 5분쯤 지났을 테다. 집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받아든 전화로 싱가포르 큰애목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합격했어? 정말로~! 잘했다. 축하한다. 연서방한테도 알렸냐?” 아낸 홀딱홀딱 뛰면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호들갑을 떨며 속사포를 뱉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합격이라도 한 품새다노인 반열에 든 아내가 저토록 좋아서 덩실대는 모양을 보는 난, 저 여자가 사십년을 같이 산 내 아낸가 싶었다. 아내가 또 득달 댔다. 둘째한테 전활 하란다.

난 뉴욕에 출장 간 둘째에게 전활 넣고 아낸 다시 분당막내를 찾았다.둘짼 아직 취침시간이 아닐텐데 전활 안 받는다. 연군이 벌써 연락했을 테다. 메시질 찍어 날렸다.

아낸 응접실이 좁다는 듯 서성대며 막내와 수다를 떤다. ‘월말에 지 신랑 생일에다 둘째가 귀국하니 우리더러 상경해 자축파틸 하잔다,’ 고 아내가 들떠있다. 합격당사자도 없는 파틸~!?

그러면서도 난 반신반의, 아리송했다. 혹시 우릴 기분 좋게 하려 큰애가 쇼하는 건가? 하고 말이다. 아까의 정황과 매끄럽게 이어지질 안 해서였다. 신바람 난 아낼 따라 추임새 춤을 추긴 했지만 개운찮은 나의 뒷맛은 그로부터 반시간 후에야 말끔히 가셨던 거였다.

수험번호와 이름이 같이 발표된 합격자명단(수험번호순 42)을 확인하고 난 큰애한테 축하전활 넣었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대견한 경사다. 대학생 내지 삼십대 초반이 대부분인, 2~3수생 합격자인데 마흔 살 넘긴 여자가 그것도 단 한 번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으니 아낸 펄펄 뛸 만도 했다.

문득 년초 연휴를 맞아 싱가포르서 귀국한 연군의 주선으로 우리가족 모두가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 휘닉스리조트에서 일박하고 승차하다가 발생한 큰애의 오른쪽 손가락부상이 섬찟하게 스쳤다.

'수험준비생이 여행은 무슨?' 하며 남겠다던 큰애한테 '며칠 쉬워 떨어질 시험이라면 애초 구만 두라'고 강권한 연군을 따라 나선 여행에 부상당한 큰애였다.   

가해자 아닌 가해자가 된 난, 차문에 으깨진 검지를 기브스`붕대로 칭칭 감고 혹한 속에 한 달여를 수험공부 해야 했던 큰애의 안쓰러웠던 모습이 눈시울을 시큰케 하는 거였다. 만약 떨어지면 그때의 부상이 근인의 하나라 여길 만했던 나다.

 

난 애초부터 관세사 수험준빌 반대했었다열 달간을 혼자 살 연군의 고생도, 교육환경이 바뀔 두 꼬마의 어려움에다 우리 모두의 고생도 어지간한 거 여서였다.

신랑이 능력 있는데 그 나이에 관세사 돼 어쩐다는 게냐?’고 쏘아댔던 나였다관세사 돼 돈 벌겠다는 욕심이 아닌, 이 나이에 전문직에 도전해 보고 싶고, 용케 되면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큰애와 두 딸들의 합세에 난 꼬릴 내렸던 거였다.

현대는 자격증과 스팩쌓기의 시대란다. 여자가 나이 들어 필요한 건 전문직자격이란 게다. 자립할 능력은 항상 갖추고 살아가야 한단다내 또래들 여자들은 전문직종이란 언감생심이었을 직종이고, 싱글로 살아간다는 일도 상상 못했을 테다.

세대차일 인정해야 할 늙다리가 된 나를 발견하는 자리였다하긴 일주 전, 뉴욕출장을 간 둘째의 싱글생활을 지켜보는 나는 부러워 속으론 박수를 친다.

큰애는 두 달간의 관세사협회연수와 넉 달간의 실무연수를 받아야 관세사자격이 주어진단다개인과 기업과 국가간의 국제적인 무역은 날로 번창하고, 각국은 FTA체결로 복잡다기해져 수출입통관업무, 관세환급업무, 무역컨설팅업무에 필요한 인재는 그만큼 필요해 질게다.

큰애가 꼭 관세사직업을 해야만 해서가 아닌 나이 들어 투항해 본 도전과 응전의 학구열에 나와 가족 모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게다. 축하한다.

엄마와 내가 네의 뒷바라지에 소홀 한 점 있었어도 이해해 주렴.

건강해라.

2014.10.15

 

# 사진설명; 75()두 꼬맹이와 인천공항으로 비행길(훔치러)

가지러 갔었다. 싱가폴서 지네들 아빠가 타고올 수 있고지들도 외할

`배를 같이 태우고 갈 수가 있어서다. 근데 4층 라운지 일루미네션

황홀경에 빠져 신나게 놀다가 비행기도둑질은 깜박하고 귀가했었다.

하여 지금도 녀석들은 가끔 전화로 그때 비행기도둑질 까먹은 걸 아쉬

워하곤 한다. 그럼 또 난 니네아빠와 싱가폴공항엘 가면 비행긴 많다

고 너스레 떤다.

 

# <1차시험 ; 객관식>

1. 내국소비세법(부가가치세법 개별소비세법 주세법에 한함)

2. 관세법개론(자유무역협정 이행을 위한 관세  특례법 및 대한민국정부와 칠레공화국정부  간의 자유무역협정의 이행을 위한 관세법의 특례에 관한 법률을 포함)

3. 회계학(회계원리와 회계이론에 한함)

4. 무역영어

<2차시험 ; 주관`논술식>

 1. 관세법(관세평가 제외, 수출용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 포함)

2. 관세율표 및 상품학

3. 관세평가

4. 무역실무(대외무역법 및 외국환거래법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