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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시인의 눈물-여자의 눈물

 

혜미!

오늘은 햇살 대신 진눈개비가, 비가  추적추적대며 하루를 꼬박 적실 모양입이다. 온 세상을  빈틈없이 누구 편도 들지 않고 구석구석 내립니다. 창가에도,그대 뜰에도-.

그리움은 비를 타고 오나요. 비가 그리움을 싣고 사무치는 사람 가슴을 젖게 하나요. 아련한 그 시절 , 팔팔했던 예전 같았음 진눈개비 내리는 창가에서 그리움에 한나절을 맘 절였을 겁니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열정을 냉정으로 순치 시킵나다.

혜미,

누가, 이쁜이가 그대의 시 <그리움 하나>에도 비를 뿌렸대요. 아니 그리움이 눈물이 돼 읽는이로 하여금 치유의 시공간에 머물게 합니다. 눈물은, 여자의 눈물은 치유에 이은 소생을 낳습니다.

한 세기를 살면서 흘린 눈물을 짜내어 아름다운 詩語로 이 세상의 모든이들에게 삶에 용기를 준 여인, 의기소침해지거나 자칫 포기해버리기 쉬운 노년의 세대에 로망을 선물한 시인할머니, 세상에서 몇 번째로 가장 오래 사신 할머니께서 20일 눈물을 마감했습니다. 

혜미,

일본이 아끼는 밀리언셀러 시인 시바타 도요 여사가 1월20일 101세로 타계 했다네요. 시인이 유명한 건 평이한 시어로 우리들에게 삶에 천착하는 지혜를 줘서일 테지만, 시인의로써의 詩作활동이 늦깎기도 너~무 늦깎기라서 우리들에게 무한한 용기를 줘서일 것 같군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1911년생인 시인은 10대 때 학업을 포기하고 여관과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결혼, 20대에 이혼을 경험하고 33세에 요리사를 만나 재혼하여 외아들(겐이치)를 낳답니다.

아들은 노후를 무료하게 보내던 92세 된 어머니께 詩作를 권했다죠. 평소에 어머니의 詩心을 읽고 있었던 거지요. 그렇게 시작한 어머니의 시는  98세에 처녀시집<약해지지 마>로  출간돼  일약 일본열도를 詩쓰나미에 휩싸게 했다네요.

혜미,

난 시바타시인을 모릅니다. 다만 92세를 넘긴 할머니가 살아온 자신의 삶의 알갱이들을  지혜롭게 걸러내어 평이한 글로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고있다는 점에 감탄하는 게지요.   

해서 말인데, 그대나 나나 늙음을 핑게삼아 꿈을 접는 일은 없어야 된다는 사실을 시바타시인은 실증해 주었다는 점이지요. 더구나 그대와 나는 그런 점에서 격려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어떤 싻수가 있단걸 인정하니깐요.

모르면 몰라도 그댄 시바타시인의 삶의 궤적을 좇을 수 있다고 난 확신하는 거지요. 못내 기대 합니다. 겨울비 속에서 그대의 그런 모습을 읽습니다.

2013. 0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