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이의 생일에 몽상(夢想)을 

 

 

현이는 오전 9시 반에 유치원셔틀미니버스를 타고 가서 오후 5시 반에 귀가한다. 오늘도 나는 오후 귀가시간에 맞춰 집(브라운스톤`서울)앞에서 현이를 마중했는데 대게 잠들어 있거나 졸고 있던 애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웃음 가득한 얼굴로 “할아버지-” 하면서 내게 안기는 거였다.

석달 전, 싱가포르에서 온 현이는 집근처 유치원에 자리가 없어 회현동에 있는 일*유치원엘 다니는데 맨 꼴찌로 내리니 버스에 있는 시간이 많아 졸리기 일쑤인 것이다.

그런 현이가 오늘은 함박웃음에 신이 났다. 현이를 인도해 준 여선생님이 커다란 종이가방과 고깔모자를 내게 주며 오늘 생일선물이란다. 꽃풍선을 손에 든 현이가 신명이 날 수 밖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인 불나게 현관문을 열며 할머니를 불러댔다. 자랑하려던 할머닌 (사우나 하러 외출 중)없고, 학교에 있어야할 형아(윤이)가 소파에서 잠자고 있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윤이를 깨운다.

종이가방에서 선물꾸러미를 쏟아낸 현인 예쁘게 포장한 선물(스케치북만한)을 꺼내 포장질 확 찢으며 윤이의 얼굴에 대고 ‘형아, 내 생일선물이다’라며 깨우자 잠결의 윤이가 짜증을 낸다.

현이가 다른 선물을 내게 주며 “할아버지, 이것 좀 풀어주세요” 한다. 내가 포장테이프를 때어 주자 예의 성깔대로 포장지를 찢곤 ‘리틀사이언스 과학재료’를 꺼내더니 또 윤이를 흔들며 깨우는 거였다.

현이의 수다에 실눈을 뜬 윤이는 생소한 물건에 휘둥그레져 단잠을 깬다. 신이 난 현이가 선물 한 아름을 들고 윤이에게 다가가서 자랑하자 벌떡 일어난 윤이는 흥미중천인 듯 곧장 현이와 신나는 선물탐색 시간에 빠져들었다.

‘공룡관절입체놀이’‘또봇`'미피수첩’‘형광마카’‘산적룰렛게임’‘캐니벌밴드’‘또봇치약’‘스페셜연필’‘LED팔찌’‘스탬프+지우개’‘동물줄자’‘캐니멀’‘몽땅문구’‘아트색연필’‘또봇변신미니카’‘치솔’‘양말’‘손수건’‘문구세트’‘형광팔찌’‘키즈트리’‘비밀편지’등등 삼십 여개가 넘는 선물들은 뜯겨진 포장지와 뒤섞여 실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실은 현이의 생일은 1월19일 이었다. 유치원에선 매월생일 잔치를 월말께에 합동으로 치뤄 오늘은 1월생의 잔치를 했던 모양이다. 그래 아침에 우린 선물 세 개를 포장하여 등원하는 현이이게 주며 선생님께 드리라고 했었다.

오늘 현일 비롯한 네 명의 합동생일잔치가 있다고 가정통신문에 알려왔던 땜이었다. 유치원에 5,6,7살 나이별로 세 반에 약 삼십 여명이 있나본데 아마 생원 전원이 선물을 준비한 성싶었다. 어쨌거나 윤이와 현이는 횡재하여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내가 현이더러 ‘선물이 많으니 할애비한테 하나 달라’고 했다가 ‘할아버지 신경 끄세요.’라고 무안만 당했다. 선물포장을 뜯는 현이의 흥얼거리는 독백 내지 윤이와 나누는 대화를 엿들으며 요즘 어린이들 생활의 단편을 들여다볼 수가 있어 흥미로웠고 한편 감동했다.

유치원 전원의 일상화 된 생일선물에 가지 수도, 값도, 포장과 사연도 여간 다채로워서 두 형제의 행복한 시간에 나도 덤으로 푹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뭉클케 했던 건 선물꾸러미 속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현이 생일 축하한다.’ 라고 짧은 편지를 써 넣은 거였다.

또한 ‘생일 축하한다. 우리 좋은 친구 되자’라고 쓴 편지도 있었다. 엄마아빠가 옆에서 도우미노릇 톡톡히 한 정성이 물씬 풍기는 따스함이 묻어난 선물 이였다. 오늘 아침에 우리가 보낸 선물엔 현이의 이름도 안 썼던 극히 형식적이었던 게 창피하단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선물은 현이와 같이 샀어야하고, 포장도 같이 해 선물은 정성이란 걸 현이가 느끼게 했어야 하는 걸 간과한 무신경한 학부모였던 거 말이다. 두 달 반쯤 다닌 현이가 제 반생이 아닌 유치원생 전원을 일일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선물도 같은 값이면 너도나도 같은 물건이 아닌 좀 색다른 선물일 때 신명이 난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연필선물이 중복되자 비슷한 걸 포장지를 뜯으며 연필 아니기를 중얼거리는 시무룩한 표정 말이다.

어쨌던 두 꼬맹이는 신명난 오후였고 그 즐거움은 얼마간 계속될 거란 걸 확신하는 우리가족이다. 나도 초등2년생일 때 매형께서 선물했던 노트 다섯 권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지 않은가. 더는 미국이 원조물로 준 씨이레이션 중 분유나 과자류가 감동과 신비감으로 남아 미국은 은혜의 나라로 각인되는 데 일조한 건 아닐까.

선물은 서로에게 가장 원초적인 순정과 감동을 교감케 한다.

더구나 윤이는 항문입구에 종기가 생겨 오늘 오후 외과병원서 수술하여 방과후학원엘 못 간 채 집에서 쉬고 있던 환자였는데 현이의 선물에 덩달아 기뻐 날뛰었던 즐거운 오후였다.

즐거움은,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도 않고, 많은 돈과 땀을 필요로 하지도 않음을 두 꼬맹이들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1~2천 원짜리 선물에 저토록 기쁠 수가 있는 건 탐욕을 모르는 어린이의 순정한 빈 마음 땜일 것이다.

욕심은 불행의 단초란 사실을 통감한다. 더불어 빈마음일 때, 더는 가난한 사람이 행복에 접하기 쉽다는 걸 두 꼬맹이는 실증하고 있었다. 더불어 욕심내고 싶었던 건 어린이용품은 한글상표로 했음 하는 아쉬움이 절절했다. 어린이용 물건이름이 굳이 외국어일 필요도, 또 외국어로 표기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겠다.

한글사랑, 나라사랑,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초보적인 교육이 어디서부터 일까?를 생각게 하는 선물들이었다. 어릴 적의 그 기쁘고 흥분했던 선물은 평생을 감동과 훈훈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심지(心地)가 될 게 틀림없겠단 생각도 드는 거였다.

그런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편 나는 북한을 돕는 손길이 이북의 어린이들에게 어린이용품을 선물 하는 방향으로 일부 방향전환을 했음 싶었다. 경협의 일부를 어린이용 선물로 일정 한다든가, 통 크게 대북한군비증강 프로그램 중 1%만이라도 어린이선물구입자금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몽상(?)도 해봤다.

군비증강으로 통일은 요원하다. 통일은 상대의 마음과 통해야만 가능하단 생각에서 우리남북한어린이들의 통일염원의 싹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선물은 적은 비용으로 지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통일방법의 한 길이 아니겠는가!

어린이는 곧 북한의 내일을 이끌 인재들이고, 나아가 통일한국의 지적자원이기에 어린이는 우리의 보배인 땜이다. 국산어린이 용품을 손에 들고 신명날 북한 어린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그려본다. 아니 국산용품의 따스한 선물이 어린이의 심성에 녹아들어 한류의 물고와 통일의 밑거름이 될 거란 생각에 나는 다시 흥분한 하루였다.

가장 지대한 통일비용은 서로의 마음일 것이다. 다양한 통일비용을 생각해 봐야 함이다. 모 단체에서 북한을 향해 보내는 풍선삐라에 북한 어린이들에게 주는 남한 꼬맹이들의 소소한 선물보따리를 실어 띄우면 좋겠단 생각을 꼬맹이들의 생일 잔칫날에 생각해 봤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군사훈련할때 쏘아대는 포탄 몇 발은 어린이선물로 전환하여 매월 일정한 날에 북한에 쏘아주면 어떨까? 포탄 대신 꼬맹이들 선물이라!  백령도에 떨어졌던 포탄이 북한 꼬맹이들이 우리꼬맹이한테 보낸 선물포탄이었음 어땠을까?

포탄에선 전쟁이 발발하지만 선물에선 평화가 이뤄진다. 

2014.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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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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